![[출처=대우건설]](https://cdn.ebn.co.kr/news/photo/202511/1687052_705210_148.jpg)
대우건설이 수도권 정비사업을 중심으로 일감을 빠르게 쌓아가고 있지만, 재무 흐름만 놓고 보면 사정은 다르다. 수주가 늘어나는 속도만큼 현금이 따라 들어오지 않으면서 운전자본 리스크가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는 평가다. 채권성 자산과 미청구공사가 누적되는 가운데 영업활동현금흐름(OCF)이 두 해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외형 성장과 현금창출력 사이의 간극이 오히려 벌어지는 구조가 굳어지고 있다.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대우건설의 올해 3분기 말 기준 매출채권은 3조4725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말 3조1283억원 대비 약 11% 늘었고, 2023년 말 2조1112억원과 비교하면 60% 넘게 증가했다. 2년 사이 1조3000억원 이상 매출채권이 불어난 셈이다. 공사 물량이 확대되면서 장부상 매출은 꾸준히 늘었지만, 대금 회수 속도는 그에 미치지 못했다는 뜻이다.
매출채권에 기타수취채권·장기수취채권까지 포함한 채권성 자산 규모는 7조6000억원 안팎으로 같은 기간 함께 불어났다.
미청구공사도 여전히 부담 요인이다. 3분기 말 미청구공사 잔액은 1조1427억원으로 직전 연말(1조2613억원), 2023년 말(1조2964억원)보다는 소폭 줄었지만 여전히 1조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공사는 진행돼 매출로 잡히지만 발주처 정산이 마무리되지 않아 청구하지 못한 금액이 누적된 것으로, 시장 변동성이 높은 구간에서는 리스크로 전환될 수 있는 구조다.
채권 증가에 따라 대손충당금도 함께 늘었다. 대우건설은 매출채권 3조4725억원에 대해 3816억원의 충당금을 설정하며 설정률 11%를 유지하고 있다. 기타수취채권과 장기수취채권의 설정률 역시 각각 28.8%, 18.8%로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수주 확대가 장부상 자산을 키우는 동시에 회수 불확실성에 대비한 비용까지 늘리는 양면 효과가 나타나는 셈이다.
현금흐름표에서는 이런 구조적 부담이 더욱 선명하다. 올해 3분기 누적 연결 기준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1064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에도 –1조원 넘는 영업현금이 빠져나간 점을 감안하면 두 해 연속 일은 늘어도 현금은 줄어드는 흐름이 이어진 셈이다.
세부적으로 보면 영업활동으로 인한 자산·부채 변동이 –1조3594억원을 기록했고, 이 가운데 매출채권 증가가 –7226억원, 미청구공사 변동이 –2849억원을 차지했다. 수주 공세에 따라 공사는 진행되지만, 공사대금이 실제 현금으로 회수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길어진 결과다.
이 같은 흐름은 대우건설의 사업 구조와 맞닿아 있다. 회사는 최근 용산·영등포·개포 등 수도권 핵심 정비사업을 잇달아 확보하며 수주 기반을 넓혔다. 하지만 정비사업은 사업 기간이 길고 공사비 투입이 앞당겨지는 특성상 운전자본 소요가 큰 분야다. 조합 분담금 조정, 분양가 심사, 인허가 일정 등 변수가 많아 자금 회수 시점이 뒤로 밀릴 가능성이 크다. 외형 확장과 재무 부담이 동시에 커질 수 있는 구조다.
고금리 기조 또한 운전자본 리스크를 키우는 변수다. 채권과 미청구공사가 쌓인 상황에서 이를 버티기 위해 단기 차입과 회사채 발행에 의존할수록 이자 비용이 빠르게 불어난다. 대우건설은 올해 3분기 누적으로 1000억원대 중반의 이자비용을 인식한 것으로 나타난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대우건설은 수주잔고가 두터운 만큼 외형 성장 여력은 충분하지만, 채권 회전율과 미청구공사 해소 속도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영업이익이 늘어도 현금흐름은 개선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건설업이 '수주가 곧 실적'이라는 단순 구도를 벗어난 만큼, 앞으로는 공사가 얼마나 빨리 현금으로 돌아오는지가 대우건설의 재무 안정성과 시장 평가의 핵심 변수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대우건설 측의 전망은 낙관적이다. 과거 원가 상승을 크게 받은 손실 현장들이 현금흐름에 악영향을 미쳐왔지만, 현재 수주하는 사업들은 원가를 반영한 것들이기 때문에 현금흐름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도시정비사업 뿐만 아니라 비주택분야에도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며 수주하고 있기 때문에 운영자금에 대한 우려는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