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25년 10월 30일 한국 부산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해 김해국제공항에서 양자회담을 마치고 떠나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출처=연합뉴스]](https://cdn.ebn.co.kr/news/photo/202511/1687425_705684_752.jpg)
미국과 중국이 지난달 부산 정상회담에서 경제통상협상에 합의하면서 글로벌 조선·해운업계를 짓눌렀던 단기 충격은 일단 멈췄다.
그러나 이번 합의는 '일시적 휴전에 가까워 해운 시장의 공급과잉과 선박 시장의 발주 위축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통상 리스크까지 불확실한 형태로 지속되며 업계의 구조적 부담은 그대로 남아 있다는 지적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과 중국은 상호 보복관세 부과를 이달 10일부터 1년간 유예하기로 했다. 이는 지난달 30일 한국에서 열린 양국 정상회담 합의에 따른 후속 조치다.
양국은 상대국 선박에 대한 항만수수료 부과를 중단하고, 일부 품목 관세율도 재검토하기로 합의했다. 이로써 연말·연초 화물 흐름의 급격한 왜곡은 피할 수 있게 됐지만, 1년 뒤 조치가 재개될 가능성이 남아 있다는 점에서 업계는 '불안한 휴전'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미·중 양국은 100%가 넘는 관세율을 서로 주고받으며 사실상 '무역전쟁'을 벌여왔다. 미국은 무역법 301조를 근거로 중국 해운·물류·조선 산업에 대한 견제에 나서며 중국 소유·중국산 선박에 고율의 입항 수수료를 부과했고, 중국도 즉각 동일한 수준의 보복을 단행했다.
극대화된 갈등 속에서 해운 시장은 직격타를 맞았다. 세계 최대 물동량 축인 아시아(중국)~북미 항로 운임이 관세 리스크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혼란에 빠졌고, 수입사들은 선적 시점 조정에 나서야 했으며 선사들 역시 선대 운영과 운임 책정에서 불확실성을 감수해야 했다.
관세 부과와 유예가 반복되면서 물동량이 특정 시기에 쏠리고 운임이 단기간 급등하는 현상도 이어졌다. 지난 4월 상호관세의 90일 유예 발표 직후 미 서안 노선 운임이 한 주 만에 58% 폭등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시장에서는 이번 조치로 고율 관세전과 항만수수료 부과가 1년간 동결·조정되면서 당장의 물류비 급등 가능성은 꺾였다고 본다. 다만 높은 관세 장벽 자체는 여전히 존재한다. 미국의 대중 관세율은 현재도 평균 47% 수준이다.
업황 둔화의 근본 원인은 공급과잉이다. 글로벌 운임지수(SCFI)는 지난해 대비 절반 이하로 떨어졌고, 지난해 관세 부과 전 '밀어내기' 수요가 일시적으로 운임을 떠받쳤던 것과 달리 올해는 화주들이 관세 리스크 관리에 나서면서 물동량 자체가 둔화된 상태다.
조선업계도 상황이 녹록지 않다. 미·중 입항 수수료 유예가 중국 조선업 견제 강도가 낮아지는 신호로 해석될 경우, 한국 조선업계가 기대해온 '반사이익' 프레임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이 중국 조선·해운 보조금 문제를 공식적으로 제기하며 중국 조선업을 압박했던 국면에서 한국 조선소는 고부가 선종 중심으로 수주 우위를 누려왔다. 실제로 지난 2월 미국 무역대표부(USTR)의 조치 발표 이후 중국의 수주가 급감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대형 신조 프로젝트의 중국행이 잦아진 데다 통상완화 기류가 이어질 경우, 발주처가 다시 중국·한국 간 가격·납기 경쟁을 중심으로 판단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글로벌 선박 시장에서 피크아웃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통상 변수까지 완화되면 한국 조선사들의 수주 모멘텀 약화 폭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중국 조선소는 연료전환·친환경 엔진 기술 확보에 속도를 내며 점유율 확대를 노리고 있고, 정부 보조금도 유지되고 있어 경쟁 재격화 가능성이 높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대중 견제 프레임이 유지되는 동안 한국은 고부가 선종 중심으로 우위를 점할 수 있었지만, 통상 환경이 완화되면 발주처의 선택 폭이 넓어져 가격·납기 경쟁이 다시 치열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