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EB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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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시장의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환경 속에서도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가 미래 기술 경쟁력 확보를 위해 연구개발(R&D) 투자를 공격적으로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국내 주요 3사의 R&D 투자 총액이 중국 CATL 한 곳의 규모에도 미치지 못하면서 K-배터리 산업이 직면한 구조적 한계가 부각되고 있다.

20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국내 주요 3사가 집행한 올해 3분기까지의 누적 R&D 비용은 총 2조320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1조9919억원) 대비 16.5% 증가한 수치다.

기업별로는 삼성SDI가 전년 대비 11.7% 늘어난 1조1016억원을 투자하며 국내 3사 중 유일하게 조 단위 투자를 감행했다. 이는 역대 최고 수준으로  '기술 초격차'를 향한 의지를 명확히 했다. 삼성SDI는 전고체 배터리와 46파이 원통형 배터리 등 차세대 배터리 연구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전고체 배터리는 리튬이온 배터리와 달리 전해질을 고체로 사용해 화재 위험이 낮고 에너지 밀도를 높일 수 있다. 차세대 기술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46파이 원통형 배터리는 지름이 46㎜인 대형 원통형 배터리로 대형 셀 구조를 통해 에너지 밀도를 향상시킨 것이 특징이다. 원가 절감과 팩 구조 단순화 등에도 강점이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24.2% 증가한 9876억원을 투자하며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사업별 개발센터 운영과 함께 품질 및 전지 제조 공정 고도화 기술에 R&D 인력을 전진 배치하며 역량을 보강하고 있다.

차세대 전지 부문에서는 전고체 전지, 리튬황 전지, 바이폴라 전지 기술 등을 개발 중이다. 소재 및 셀 부문에서는 고용량 하이·미드니켈 양극재, 급속 충전 음극재, 건식 전극 기술 및 차세대 원통형 전지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후발주자인 SK온은 9.9% 늘어난 2314억원을 R&D에 투자하며 적자에도 미래 기술선점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고용량 하이·미드니켈 양극재, 고전압 미드니켈 양극재, 고용량 실리콘 음극재 등 핵심 소재 기술 개발과 함께 건식 전극 기술, 차세대 배터리 전극, 조립, 화성 공정 개발을 통한 공정 혁신도 추진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시장이 흔들리고 수익성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기업들이 R&D 투자를 늘린 것은 기술력 확보가 생존을 위한 최후의 방어선이라는 인식이 반영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 CATL, '규모의 R&D' 이어가… 韓 3사 합산액 상회

한국 기업들이 투자를 늘리고 있음에도 최대 경쟁국인 중국과의 격차는 여전한 상황이다. 중국 CATL의 올 3분기 누적 R&D 투자액은 150억 7000만 위안(약 3조1065억)으로 국내 배터리 3사의 R&D 총액을 가뿐히 넘어섰다.

CATL은 막대한 정부 지원과 거대 내수 시장을 발판 삼아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성능 개선에 집중하고 있다. 최근에는 '2025 세계 전력 배터리 대회'에서 5세대 LFP 양산 계획을 공개하며 기술력을 재확인했다.

CATL은 매출과 수익성뿐 아니라 R&D 인력 규모 면에서도 국내 기업들을 압도한다. 작년 기준 CATL의 R&D 인력은 국내 3사 평균 대비 약 7배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CATL은 전체 인력의 15% 이상을 연구개발에 배치하고 있다. 연 매출의 5∼7%를 지속해서 R&D에 재투자하고 있다. 막대한 규모의 자본 투입으로 기술 확장 속도와 제조 비용 효율성 측면에서 압도적 우위를 점하는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한국과 중국 간 배터리 산업 구조의 차이가 R&D 규모 격차를 만들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 기업들은 정부의 산업 정책과 내수 기반을 바탕으로 대규모 설비 투자(CAPEX)를 단행하고 완성차업체(OEM)와의 네트워크를 확장하고 있다. 특히 CATL은 원재료부터 소재, 셀, 팩, 재활용까지 수직 계열화된 밸류체인을 완성해 원가와 소요 시간을 최소화했다.

반면 한국은 핵심 소재 단계부터 중국 의존도가 높은 상황이다. 또한 완성차업체(OEM) 중심의 외부 수요에 의존하는 구조로 수익성과 투자 여력에서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는 지적이다.

SNE리서치는 "한국이 향후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핵심 소재의 내재화, 지역별 차별화, 정책 일관성 확보가 필수적"이라며 "이러한 경쟁력의 부재가 현재 기술 수준은 비슷하지만 속도와 양적 확장성, 비용 효율성에서 중국이 압도적인 결과를 보이는 이유"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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