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배터리아메리카 사옥 전경. [출처=SK온]](https://cdn.ebn.co.kr/news/photo/202511/1688029_706456_74.jpg)
SK온이 중국 내 포트폴리오 개편을 통해 경영 효율성 극대화에 나섰다. 중국 배터리 기업 EVE에너지와 합작 운영하던 중국 공장 2곳의 지분을 맞교환하면서 공장 가동률 향상, 현금 확보와 함께 미래 기업공개(IPO)를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25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최근 SK온은 후이저우 EVE 유나이티드 에너지(EUE) 지분 49%를 매각하고 EVE에너지가 보유한 SKOJ(SK On Jiangsu) 지분 30%를 취득하는 지분 맞교환(스왑) 계약을 체결했다.
SK온과 EVE는 그동안 중국 장쑤성 옌청시에 합작공장 SKOJ, 광둥성 후이저우시에 합작공장 EUE를 운영해 왔다. 이번 지분 맞교환으로 SKOJ는 SK온이, EUE는 EVE에너지가 각각 지분 100%를 보유하게 됐다.
■ 주력 공장 '완전 자회사' 전환…의사결정·경영 속도 높인다
SK온이 SKOJ 지분 확보에 나선 데는 향후 잠재적 수익성이나 전략적 가치가 EUE가 안겨줄 이익보다 크다는 판단이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SKOJ는 1공장(10GWh)과 2공장(17GWh)을 합쳐 연간 27기가와트시(GWh)의 생산 능력을 갖춘 SK온의 중국 내 주력 생산 기지다. SKOJ 인근에는 생산 능력이 33GWh인 SK온 단독 공장 SKOY도 자리 잡고 있다. SK온은 SKOJ를 100% 완전 자회사로 만들면서 독자적으로 신속한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 향후 발생하는 매출과 이익을 온전히 SK온의 실적으로 반영할 수 있게 됐다.
반면 매각한 EUE의 경우 올 3분기 누적 매출이 약 3679억원에 달하는 등 소위 '알짜배기'로 평가 받았지만 그동안 관계사로 분류돼 경영권을 온전히 행사하기 어려웠다.기존 49% 지분을 토대로 한 당장의 지분법 이익 대신 유망한 SKOJ의 통제력과 미래 가치, 활용성에 베팅을 한 것이다.
SK온은 "JV을 지분율 100% 종속기업으로 전환하면 시장 환경과 고객사 수요에 맞춰 기민한 의사결정 내리고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경쟁력이 강화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 380억원 확보 동시에 IPO 재추진 기틀 마련
SK온이 지분 교환 과정에서 차액 2억 위안(약 380억원)을 현금으로 지급받게 된 점도 주목할 만한 요소다. 이는 SK온의 올 3분기 누적 영업손실액 4906억원의 약 7.7%에 해당하는 규모다. 모회사 SK이노베이션의 연결 부채 비율(178% 수준)을 고려할 때 '가뭄 속 단비'와도 같다.
SK온의 향후 원활한 상장을 위한 초석을 놓았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SKOJ가 100% 종속기업이 되면서 생산과 투자, 매각, 라인 전환 등과 같은 주요 결정을 단독 의사 결정으로 행사할 수 있게 됐다.
앞서 SK온은 2022~2023년 당시 3년 후 IPO를 목표로 상장 전 투자 유치(프리IPO)에 나선 바 있다. 하지만 2023년 말 이후 전기차 시장이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국면에 진입하면서 상장 가능성이 낮아졌다. 프리IPO 당시 향후 IPO 실패 시 추가 수익률을 보장하는 조항이 삽입되면서 부담을 커졌다.
이에 SK이노베이션이 구원투수로 등장해 재무적 투자자(FI)의 전환우선주 전량을 3조 5880억원에 매입하며 IPO 계획을 일시 철회한 바 있다. 이에 SK온은 업황 회복에 따른 적절한 몸값이 확보될 때까지 상장 추진을 연기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배터리 사업은 특성상 매년 대규모 설비 투자가 필요한 만큼 모회사 SK이노베이션의 자금 지원에만 의존할 수는 없다. 결국 독자 생존을 위해서는 주식 시장에 상장해 스스로 대규모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만 한다. SK온 역시 여전히 '2026년 IPO 추진'을 공식 입장으로 견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SK온은 지난달 사장단 인사를 통해 소재 및 제조 분야 전문가인 이용욱 SK실트론 대표를 신임 사장으로 선임했다. 이용욱 사장과 이석희 사장의 투톱 체계를 구축하고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내겠단 방침이다. 또 이달 1일에는 SK엔무브와의 합병을 마무리하며 지난 2월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SK엔텀과의 3사 합병에 이은 통합 SK온 체제를 완성했다.
업계 관계자는 "SK그룹은 지난해부터 리밸런싱을 진행하며 경영효율화에 집중하고 있다"며 "SK온의 이번 결정도 그룹의 리밸런싱 기조와도 맞닿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