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두 AI칩 '쿤룬(KUNLUN)'[출처=삼성전자]
 바이두 AI칩 '쿤룬(KUNLUN)'[출처=삼성전자]

삼성전자와 중국 바이두의 파운드리 협력이 미·중 갈등 심화로 중단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019년 시작된 양사의 협력 구도가 외교·규제 환경의 영향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21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바이두는 최근 향후 5년간 AI 반도체 신제품을 5종 출시하겠다는 로드맵을 공개했다. 하지만 차세대 칩의 파운드리 파트너를 밝히지 않았다.

그동안 바이두의 AI 칩 '쿤룬(Kunlun)' 시리즈는 삼성전자가 생산해왔다. 바이두는 2019년 쿤룬 칩 양산 당시 삼성 파운드리 협력을 공식 발표했다. 그러나 올해 로드맵에서는 이를 공개하지 않으면서 대외 환경 변화에 직면한 양사 관계를 보여줬다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올해 상반기부터 미국 수출규제 강화로 바이두와의 사업이 불확실해지기 시작했으며 상반기 중 바이두 칩 생산을 잠정 중단한 바 있다. 쿤룬 1세대를 시작으로 삼성 파운드리가 바이두의 주요 칩을 담당해온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이다.

양사 협력이 흔들리는 것은 반도체를 둘러싼 미·중 패권 경쟁이 첨예해지고 있어서다. 미국은 첨단 공정과 관련된 대중 규제를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으며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수위가 한층 높아졌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도 지난 20일 "미·중 갈등이 심화하면서 삼성전자가 바이두에 더 이상 AI 반도체를 공급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삼성전자로서는 미국 내 생산 거점 확대(오스틴·테일러), 미국 빅테크 고객사와의 사업 안정성 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에 따라 중국향 첨단 AI 칩 공급은 전략적 부담이 커진 상황이다.

중국 내부 기류도 변화하고 있다. 최근 중국 정부는 AI 데이터센터에 미국 AI 칩 사용을 금지하는 조치를 내리는 등 탈(脫)미국과 AI 반도체 자립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중국 고객을 위한 AI 칩 생산을 지속하기 부담스러운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며 "협력 지속 여부를 떠나 특정 중국 고객사를 대외적으로 강조하지 않는 방향으로 커뮤니케이션을 조정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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