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4분기 IPO 성수기에 증시 강세까지 더해지면서 기업공개(IPO) 시장에 온기가 돌고 있다. [출처=오픈AI]
올 4분기 IPO 성수기에 증시 강세까지 더해지면서 기업공개(IPO) 시장에 온기가 돌고 있다. [출처=오픈AI]

올해 4분기 IPO(기업공개) 성수기에 증시 강세까지 더해지면서 IPO 시장에 온기가 돌고 있다. 특히 패션·뷰티 업계에서 무신사, 구다이글로벌 등 기업가치 10조원대를 목표로 내건 대형 비상장사들이 본격적인 상장 채비에 나서며 투자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2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패션 플랫폼 무신사는 이달 중 상장 주관사 선정을 마무리하고 본격적인 IPO 일정에 돌입할 계획이다. 시장에서는 무신사의 몸값을 약 10조원 수준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회사 차원에서도 오프라인과 해외 시장을 겨냥한 공격적인 사업 확장 전략으로 IPO 전 몸집 불리기에 본격 착수한 모습이다.

실제로 회사는 올 하반기 서울 성수, 서울숲, 용산 등 핵심 상권에 대형 매장을 잇따라 열며 도심 거점 상권을 빠르게 선점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매장 확대를 넘어 시장에 존재감을 각인시키고 투자자들에게 성장 비전을 직접 체감시키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해외시장 중에서는 일본을 핵심 거점으로 낙점해 오프라인 팝업스토어와 일본 패션 플랫폼 조조타운 입점 등으로 사업을 확장 중이다. 이와 함께 자사 입점 브랜드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고, 일본 법인에 나이키 출신 베테랑을 대표로 선임해 본격적인 글로벌 체제로 전환했다.

이밖에도 무신사는 콘텐츠와 화장품으로도 외연을 넓히고 있다. K팝 굿즈, 티켓, 전시권 등을 판매하는 ‘K-커넥트’ 서비스를 정식 론칭하고, 블랙핑크 등 인기 아티스트와 협업한 단독 상품을 대거 선보이며 하입(Hype) 이미지를 강화하고 있다. 자체 화장품 브랜드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성장 행보와 더불어 회계정책도 상장에 맞춰 정비했다. 3분기에는 국제회계기준(K-IFRS) 전환으로 인해 파생금융부채 평가 손실이 반영되며 순손실을 기록했지만, 본업인 패션 플랫폼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견조한 성장세를 유지했다.

K뷰티 시장의 또 다른 주인공인 구다이글로벌 역시 연내 주관사 제안요청서(RFP)를 배포할 예정이다. 이 회사는 ‘조선미녀’를 비롯해 ‘티르티르’, ‘라운드랩’, ‘스킨푸드’ 등 국내외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브랜드를 다수 보유하고 있으며, 다층 구조의 멀티 브랜드 플랫폼 전략을 통해 외형을 빠르게 키워왔다. 지난해 매출 1조원을 돌파한 데 이어 올해는 덩치가 1조700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구다이글로벌은 지난 8월 약 80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를 성공적으로 발행하며 상장을 위한 포석을 마련한 바 있다. CB 조건에는 IPO 완료 시점과 수익률 보장 조항 등이 포함돼 있어 사실상 상장 예고편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현재 업계는 구다이글로벌의 상장 후 기업가치를 최저 7조원, 최대 10조원까지 점치고 있다.

다만 두 기업의 공격적인 외형 확대와 고밸류 기대에 시장은 복합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RCPS 회계처리로 인한 장부상 손실, 높은 PER(주가수익비율), 유동성 하락 우려 등이 투자자 사이에서 언급되고 있어서다.

특히 무신사는 시리즈A부터 시리즈C까지 RCPS 방식으로만 자금을 조달해왔으며, 회계기준 변경에 따라 비현금성 손실이 급증한 상황이다. 이는 IPO 전 기업 재무구조에 대한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구다이글로벌의 경우 일부 감사보고서가 정정 공시되는 등 회계 투명성을 둘러싼 논란도 불거진 바 있다. 지난해 한정 의견을 받았던 재무제표가 최근 적정 의견으로 번복되면서 실제 감사 증거 확보의 구체성과 타당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선도 존재한다.

또 복수의 브랜드를 인수한 이후에도 각 브랜드 운영 주체가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복층 지배구조’에 대해 향후 상장 후 투자자에게 불확실성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글로벌 경쟁 심화와 소비재 업종 전반의 투자심리 둔화 역시 변수로 작용한다. 최근 소비재 기업의 IPO는 브랜드 가치, 실적 지속 가능성, 해외 매출 구조 등에 대한 시장의 기준이 높아진 만큼 양사 모두 고밸류에 대한 정교한 설득 논리가 요구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업계 전문가는 “무신사와 구다이글로벌 모두 빠른 성장을 기반으로 IPO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상태지만 과열된 몸값 논란을 해소하고 투자자 신뢰를 얻기 위한 추가 설명이 필요하다”며 “이들 성공 사례를 기점으로 CJ올리브영, 컬리 등 유통·커머스 업계의 상장 대기 기업들도 다시 움직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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