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와 미국의 정책금리 역전히 7개월째 지속되는 가운데 역전폭도 커지고 있다. 당장 외국인 자금 이탈은 없지만 역전 폭이 더욱 커지면 현실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지난 26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연 1.75∼2.00%에서 2.00∼2.25%로 0.25%포인트 올렸다. 현재 우리나라의 기준금리는 1.5%로 양국간 금리격차는 0.75%포인트로 커졌다. 지난 2007년 7월 이래 11년 2개월 만에 가장 큰 차이다.
정부는 일단 급격한 외국인자금 유출은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남북관계 개선과 한국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고 10억 달러 규모 외평채 발행 성공, 한국의 외국인 투자자금 가운데 70% 이상이 중장기 투자자금인 점 등이 이유다.
자금이 단순히 정책금리 역전만으로 유출되지는 않는다는 판단이다.
김동연 부총리는 "우리나라의 건실한 경제 기반이나 과거 사례를 고려할 때 외국인 자본의 급격한 유출 등 시장 충격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미국이 앞으로도 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국내 경제 여건은 미국과 달리 금리를 올리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8월 취업자는 1년 전보다 3000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9월에는 마이너스가 될 가능성까지거론되며 하반기에 어려움이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정부 안에서도 나오고 있다.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도 하향 조정되고 있다. 정부도 3%를 포기하고 2.9%로 내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3.0%에서 2.7%로, 아시아개발은행(ADB)은 3.0%에서 2.9%로 각각 내렸다.
이 같은 상황에서 금리를 올리면 투자가 위축될 수 있고 15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 이자 부담도 커져 경기를 압박할 가능성도 있다.
우리나라가 금리 상승을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면 한국과 미국의 금리 격차는 1%포인트를 넘어설 수도 있다. 한국이 금리를 올해 1회만 올리고 미국이 12월과 내년 세 차례, 총 네 차례를 올리면 양국 간 금리 차이는 역대 최대인 1.5%포인트(2000년 5월)까지 확대될 수도 있다.
외국인 자본 이탈 현상이 나타날 우려가 확대되는 것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한미 기준금리 역전현상 지속의 영향 및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금리역전은 외국인투자 중에서도 주식·채권 투자자본 유출압력을 높인다며 역전현상 장기화로 국제금융시장 변동성 위험에 노출된다면 자본유출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한미 간 금리 격차 0.25%포인트 확대는 국내에 유입된 단기자본인 주식·채권 투자를 8조원, 직접투자는 7조원 각각 감소시켜 국내총생산(GDP) 대비 0.9%인 총 15조원의 이탈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