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주열 한은 총재가 향후 통화정책 방향에 대해 금융불균형 상황을 지켜보며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대책으로 다소 둔화되긴 했으나 가계부채가 금융안정 위협요인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고 한미 금리차 확대도 자본유출을 촉진시킬 수 있으나 정책은 보수적인 방향으로 결정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총재는 지난 5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소득증가율보다 빠른 가계부채 증가세를 금융안정 위협요인으로 지목했다.
이 총재는 “금융불균형의 정도를 판단하는 대표적인 척도인 가계부채가 여전히 소득증가율보다 높은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며 “당장 금융시스템의 안정을 위협할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하나 이와 같은 추세가 지속된다면 언젠가는 금융안정을 저해하는 위협요인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낙연 총리에 이어 김현미 국토부 장관까지 부동산 관련해서 금리인상을 언급하며 한국은행의 통화정책도 압박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이 총재는 완화적인 금융여건이 주택가격 상승의 요인 중 하나라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통화정책은 다양한 실물지표를 감안해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이 총재는 “최근 서울 등 일부지역에서 단기간에 주택가격이 크게 오른 것은 수급불균형, 개발계획 발표 등 복합적 요인이 작용한 결과”라며 “현재로서는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 정책 당국자들이 협력해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준금리를 조정할 때 전망치의 조정 여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전망 이후 성장과 물가의 기조적 흐름이 예상과 부합하는지에 대한 평가가 중요하다”며 “잠재성장률 수준의 성장세가 이어지고 물가목표 수준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판단되면 금융안정도 비중 있게 고려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올해 금융통화위원회 회의가 10월과 11월 두 차례 남은 시점에서 정부의 압박까지 더해지며 금통위의 기준금리 인상 여부에 시장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한은이 이달 열리는 금통위에서 어떤 결정을 내리더라도 정부 압박으로 인해 다양한 해석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 총재는 기준금리 인상과 관련해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긴 하나 외부 의견을 의식한 결정은 내리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 총재는 “기준금리 조정은 경제전망과 대내외 불확실성 요인, 금융안정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될 것”이라며 “금통위는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고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최근 다시 한 번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한국과의 금리역전 격차는 최대 0.75%까지 벌어지게 됐다.
이 총재는 자본유출이 금리차로 인해 발생하진 않지만 이를 촉진할 수 있으므로 금리차 확대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외국인의 투자는 우리나라의 기초경제여건, 국제금융시장에서의 리스크 등에 큰 영향을 받기 때문에 자본유출과 관련해서 금리차가 어느 정도까지 감내할 만한 수준일지는 구체적으로 말하기 어렵다”며 “이론이나 경험으로 임계점을 추정하긴 하나 추정방법에 따라 상이한 결과가 나오므로 이를 근거로 정책을 운영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금융안정을 저해할 수 있는 가계부채 임계점도 이론적으로 여러 가지 수준을 도출할 수 있지만 그 수준이 절대적이지 못하므로 보수적으로 정책을 결정할 수밖에 없다”며 “한미 금리격차 확대가 자본유출 압력으로 작용하는 것은 사실이므로 이 점을 늘 유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