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한은행 채용비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19일 열린 첫 공판에서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서울동부지법 형사12부(재판장 정창근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2시 업무방해,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기소 된 조 회장 등 7명과 신한은행 법인에 대한 첫 공판기일을 열었다.
앞서 재판부는 전직 인사부장 2명에 대해 공판을 진행해왔으나 뒤늦게 기소된 조 회장 등 5명과 신한은행 법인의 사건을 병합해 심리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조 회장은 기소 이후 이날 처음으로 법정에 서게 됐다.
이날 조 회장 측은 "검찰이 기소한 조 회장은 합격권이 아닌 지원자를 합격시키라고 의사결정을 내리거나 남녀비율을 인위적으로 맞추도록 지시한 사실이 없다"며 "다른 피고인들과 공소사실을 공모한 사실도 없고, 보고받은 적도 없을뿐더러, 관련 문서의 존재 자체도 모른다"고 기소 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이어 "인사 업무는 신한은행의 다양한 업무 중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며 "은행장으로서 채용과정에 일일이 개입했다는 공소사실은 채용업무 프로세스를 이행한다면 상식에 반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채용과정에서 외부로부터 연락을 받으면 예의를 갖추기 위해 (인사 담당자에게) 지원자의 결과를 알려달라고 한 사실은 인정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 사실만으로 다른 피고인과 부정채용을 공모했다고 볼 수 없다"며 "해당 지원자들은 대부분 불합격했다"고 덧붙였다.
특히 2016년 9월 라응찬 전 회장의 조카손자 라 모씨에 대한 청탁과 관련한 부정합격 의혹에 대해서는 "특혜 사실 없이 정상방법으로 통과됐다"고 반박했다. 이어 "2013년과 2014년 공소사실에 대해서는 은행장 취임 이전이기 때문에 검토해봐야 한다"고 말을 마쳤다.
검찰 측은 "피고인 조 회장에 대한 공소 사실과 관련, 2013년과 2014년 기간까지 포함시킨 것은 신한은행의 관행적인 채용비리를 당시 조 행장이 그대로 이어받고, 재임기간 이를 그대로 이행했다는 연결 기준적 시각"이라고 공소사실의 요지를 설명했다.
검찰은 이어 "이에 따라 조 회장 등은 2013년 상반기부터 2016년 하반기까지 외부청탁 지원자와 신한은행 임원·부서장 자녀 명단을 관리하면서 채용과정에서 특혜를 제공하고, 합격자 남녀 성비를 3:1로 인위적으로 조정한 혐의를 받는다"고 덧붙였다.
이런 차별 채용으로 외부 청탁자 17명, 은행장 또는 전직 최고임원 청탁자 11명, 신한은행 부서장 이상 자녀 14명, 성차별 채용 101명, 기타 11명 등 총 154명의 서류전형과 면접점수가 조작됐다는 게 검찰 측의 설명이다.
그러나 신한은행 법인을 비롯해 대부분의 전·현직 임직원들도 혐의를 부인했다. 신한은행 측 변호인은 "남녀합격비율과 관련해 성차별적 채용을 한 적 없고, 검찰에서 오해한 것 같다"며 "채용 이후 결과를 보고 추측해 기소한 것이 아니냐"고 주장했다.
채용팀장 김모 씨 측 변호인도 "필터링 컷에 해당하는 탈락 대상자의 서류를 부정하게 통과시켰다는 검찰 주장은 당시 채용과정과 맞지 않는다"며 "당시 이런 제도를 운용한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금융감독원 조사 및 검찰 수사에 대비해 인사자료를 삭제한 혐의(증거인멸)를 받는 채용팀 과장 이모씨 측 역시 "(인사자료를 삭제했다는) 컴퓨터에 그런 자료가 저장된 것조차 기억하지 못한다"며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앞서 기소된 전직 인사부장 2명 가운데 이모씨는 혐의를 부인했고, 또 다른 인사부장 김모씨는 "사실관계는 인정하나 법리적으로 다투겠다"고 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검찰 측 증거를 검토하는 시간 등을 감안해 다음 달 4일에 2차 공판을 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