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업계에 따르면 DB손보는 지난해 설 이전에 역대 최대 규모인 월급의 330%를 PI로 지급했으나, 올해 들어서는 현재까지도 직원들에게 PI 지급 일정과 관련한 언질을 주지 않은 상황이다.ⓒ픽사베이

보험사들의 직원 인센티브 지급이 지난해보다 늦어지는 것은 물론 본사에 지급하는 배당금 또한 예년만하지 못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실적 악화 여파가 컸다.

8일 금융권 관계자는 "DB손해보험이 PI(Productivity Incentive·생산성 격려금)를 지급하는 날에 다른 계열사들도 PI를 일괄 지급 받는다"며 "계열사 직원들이 매우 기대하고 있는데 DB손보에서 PI 지급 소식이 없어서 엄청 답답하다고 한다"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DB손보는 지난해 설 이전에 역대 최대 규모인 월급의 330%를 PI로 지급했으나, 올해 들어서는 현재까지도 직원들에게 PI 지급 일정과 관련한 언질을 주지 않은 상황이다.

DB손보 관계자는 "PI와 관련해서는 아직 정해진 바가 없다"며 "2017년은 이익이 많이 나고 기대심리도 크다 보니 지난해 지급이 조금 빨랐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손보사 '빅3' 중 DB손보의 당기순이익 하락치는 가장 컸다. 2017년 대비 삼성화재는 1조553억원에서 1조738억원으로 소폭 증가했으나, 현대해상은 4644억원에서 3735억원으로 909억원 줄었고 DB손보는 6692억원에서 5390억원으로 1302억원 감소했다.

보헙업계는 DB손보의 지난해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80.6%에서 87.0%로 6.4%포인트 증가, 이들 업체 중 가장 큰 상승폭을 시현한 영향으로 분석하고 있다.

악화된 실적에 직원 사기와 직결되는 성과급 지급도 지난해보다 늦어지면서 사내는 뒤숭숭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DB손보의 잉여현금흐름(기업이 벌어들인 돈 중 세금과 영업비용, 설비투자액 등을 제외하고 남은 현금)은 업계 최고 수준이다. DB손보의 이익잉여금은 지난해 3분기 기준 4조4472억원으로 전년 동기 4조316억원 대비 10% 증가했다.

메트라이프생명은 대주주인 미국 메트라이프 본사에 지급하는 배당금 수준이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2017년 결산으로 350억원을 배당했지만 지난해 결산 배당금은 120억원으로 줄이면서 배당성향은 16.19%에서 6.84%로 낮아졌다. 상법상 배당가능금액 및 자본적정성 수준을 고려했다는 게 사측 설명이다.

이 회사의 지난해 3분기 당기순이익은 1754억원으로 전년 동기 1959억원에 비해 205억원 줄었다. 같은 기간 수익성 지표인 총자산수익률(ROA)은 1.36%에서 1.15%로, 자기자본수익률(ROE)는 24.68%에서 19.77%로 감소했다. 일반계정 신계약은 지난해 11월 기준 12만7769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3만7116건보다 1만여건 줄었다.

메트라이프는 미국 본사와 한국 법인 모두 주식시장 및 금리의 하락에 따른 순이익 감소를 겪고 있다. 미국 메트라이프의 지난해 4분기 순이익은 20억 달러로 전년 동기 23억 달러보다 3억 달러 줄었다. 아시아, 유럽, 중동, 아프리카 등 국가에서의 보험 인수실적 약화에 기인한다. 한국 메트라이프생명도 지난해 연간 순이익이 전년 대비 감소한 것으로 전해진다. 통상 기업의 신규 투자 여력과 배당은 음(-)의 상관관계를 가진다.

메트라이프생명 관계자는 "지난해 연간순이익이 전년 대비로는 줄었을 것"이라며 "주가가 직전년도에는 2000에서 2500까지 올라갔지만 지난해는 2000까지 떨어지면서 책임준비금 측면에서 굉장히 차이가 있었기 때문에 발생한 결과지, 현재 건실한 당기순이익을 유지하고 있고 사업이 흔들리고 있진 않다"고 말했다.

보험업계 일각에서는 실적 및 신계약 축소가 이뤄지는 상황에서 고배당 정책을 이어가는 것은 '매각설'에 힘을 싣는 것이라고 풀이한다. 이번 배당 축소는 매각설 및 그간 각종 언로를 통해 꾸준히 지적돼 온 고배당 정책과 관련한 비판여론을 불식시키기 위한 측면도 있지 않겠느냐는 해석이 나온다.

메트라이프생명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당사는 그룹 내 기여도도 높고 내재가치(EV)도 다른 회사의 2~3배 되기 때문에 사려면 수조원의 금액이 필요한 만큼 살 수 있는 회사도 없거니와 매각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또한 "배당에 대해서는 당사는 1989년에 설립돼 2006년에서야 배당을 시작했다"며 "20년 만에 배당을 시작하다보니 배당 가능한 이익 금액이 굉장히 많이 쌓여있는 회사로, 시장에서는 고배당이라고 많이 얘기하지만 이를 고려했을 때는 높은 수준의 배당이 아니다"라며 "여론이 시끄럽다고 해서 배당을 덜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라고 피력했다.

향후 배당성향과 관련해선 미국 본사의 기조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스티븐 칸다리안 메트라이프 회장은 2018년 실적 발표 후 컨퍼런스 콜에서 "우리는 잉여자본(Excess Capital)을 주주들에게 돌려주겠다는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지금 분명히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처럼 업황 악화 여파가 다각도로 나타나고 있는 보험사들은 올해 더욱 고민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보험연구원은 올해 생명보험 수입보험료가 104조8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8%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새 국제회계기준 'IFRS17'에 대비하기 위해 저축성보험의 판매를 줄이고 있는 만큼, 보험사들이 판매를 늘려야 하는 보장성보험 또한 경기 부진으로 인한 해지 증가로 성장세가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에 기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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