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노조 불모지'로 불리던 IT업계에 노동조합 설립 바람이 불면서 사측과 노조가 다양한 갈등을 겪어온 가운데 올 들어 노사간 협상이 각사마다 급물살을 타고 있다. 올해가 국내 IT업계 노사 교섭 원년이 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 안랩, 넥슨, 네이버 등은 노사간 의견수렴 과정을 거치며 단체협 약안을 마련하고 있다.

카카오의 노조인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카카오지회 '크루유니언'은 지난 19일 오후 2시부터 3시간 동안 카카오 사측과 4차 교섭을 진행했다.

지금까지 3차례 교섭에서는 크루유니언에서 요구한 단체협약 요구안(이하 조합안)을 중심으로 질의응답이 진행되었던 반면 4차 교섭에서는 회사측 수정안(이하 회사안)을 중심으로 질의응답을 진행했다.

양측은 포괄임금제, 평가제도, 조합활동 등 쟁점사안에 의견을 교환한 후 조합안과 회사안에서 공통되는 부분부터 검토하고 이중 의견이 일치하는 일부 안에 대해 합의의사를 밝혔다. 특히 의견이 상반되는 안의 경우 추가적인 대안제시를 통해 합의를 도출할 수 있도록 노력하기로 했다.

양측은 이후 교섭방식을 실무교섭을 통해 구체화하기로 합의하고 양측의 안이 모두 나온만큼 교섭주기를 더 짧게 줄여 기존의 3주단위에서 2주단위로 교섭을 진행하기로 했다.

5차 교섭일은 다음달 5일, 6차 교섭일은 다음달 19일로 결정됐다. 카카오 노조 관계자는 "교섭 초반임에도 불구하고 사측과 교섭이 잘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안랩 노사는 지난 15일 3차 교섭을 진행했다. 3차 교섭 당시 안랩 사측은 노조 단체교섭 요구안에 대한 사측의견을 정리해 노조에 전달했다. 양측은 28일 4차 교섭에 돌입한다.

양측은 선결요구사항인 조합기본활동을 위한 '근로시간 면제한도(전임 2인 이상)요구, 노조사무 공간확보, 노조홍보활동을 위한 사내인프라활용 허용' 등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3차 교섭에서는 우선 1조부터 21조까지 양측의 의견을 나눠가며 협의를 진행했으며 일부 문구수정·합의, 상호 추가검토의견 등을 정리했다. 4차 교섭부터는 총 119개 조항과 부칙 5개 조항에 대해 상세한 각 항목별 협상안을 정리해 나갈 예정이다.

안랩 노조 관계자는 "사실상 본격적으로 양측의 상호의견안이 1차적으로 완성돼 이제부터 본격적인 각 항목에 대한 교섭협상이 진행될 수 있게 된 상태"라며 "아직은 좀 더 시간은 걸리겠지만 교섭테이블에서 서로간의 이견을 조율하고 있는 상황으로 오늘(28일) 오후 4차 교섭을 진행해 서로의 의견을 교환할 것"이라고 말했다.

넥슨도 마찬가지다. 넥슨 사측과 노조는 지난 20일 복지와 근로환경 관련 단체협약안에 잠정 합의했다. 양측은 이번 단체협약을 통해 포괄임금제 폐지, 전환배치 제도 개선, 유연근무제 개선, 복리후생 및 모성보호 확대 등 79개 조항에 대한 합의했다.
▶ 2월 11일 오세윤 네이버 노조 '공동성명' 지회장은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네이버 본사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회사가 지금과 같이 노동 3권을 무시하는 태도를 지속하고 대화의 창을 열지 않는다면 결국 노조는 가장 강력한 단체행동권을 고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될 것"이라며 "이 경우 파업은 회사가 선택한 결론"이라고 말했다.

다음달 4일과 5일 양일간 넥슨지회 조합원 찬반투표가 진행되며 조합원 투표 결과에 따라 최종 협약이 체결된다.

협약에 따라 포괄임금제 폐지 등 일반적인 근로조건 관련 사항은 넥슨코리아 구성원 모두에게 적용될 예정이다.

다만 네이버 노사의 단체협상은 답보 상태에 놓인 상황이다. 양측의 대화는 끊겨 있으며 날선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양측이 지난해 5월 11일 시작한 단협은 실무교섭 포함 총 15차례 결렬됐다. 지난달 중노위 조정에서도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사측의 거부로 협상이 불발됐다. 사측이 거부한 조정안은 '협정근로자' 지정과 관련된 내용이다. '협정근로자'는 조합원 중 쟁의행위에 참가할 수 없는 근로자를 뜻한다.

네이버 노조 관계자는 "오늘(28일)까지 공식적으로 교섭 재개 요청은 없었으며 15차례 노조측의 먼저 신청했던 것이라 사측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며 "다음달 6일 다시 한번 단체행동에 나서 조합원의 목소리를 사측에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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