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비 지수도 25.8% 상승…건설사 부담 가중
조합과 공사비 갈등…일부선 계약 해지도 발생
“인건비 상승·인력 부족 탓 공기 연장도 문제”

최근들어 재건축 조합과 갈등을 벌이는 건설사들이 늘고 있다. 대다수가 공사비 때문이다. 조합은 어떻게든 공사비를 깎으려하는 반면, 건설사는 “남는 게 없다”며 고개를 젓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공사비가 낮은 곳에는 건설사들이 신규 수주에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수주전에 앞다퉈 뛰어들던 예전과는 많이 달라진 모습이다. 이렇게 된 데에는 건설자재 가격 상승도 한몫하고 있다.
21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의 ‘건설동향브리핑 944호’ 보고서에 따르면 건설 물가로 불리는 중간재건설용 물가가 2020년 말부터 지난해 말까지 35.6% 올랐다. 같은 기간 건설공사비 지수(건설공사에 투입되는 재료·노무·장비 등의 가격 변동을 나타내는 지표)도 25.8% 상승하면서 건설사의 비용 부담이 크게 늘었다.
산업연관표 기준 공사원가에서는 건설자재 비중은 37.3%로 조사됐다. 266개 자재 중 건축용 금속제품(11.7%), 레미콘(10.5%), 철근·봉강(6.6%) 순으로 투입비가 높았다. 이 같은 건설자재 가격 상승에 따라 공사비도 크게 오르면서 재건축 단지에서는 공사비 갈등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 1단지(1·2·4주구)’의 시공사인 현대건설은 3.3㎡당 548만원의 공사비를 최근 800만원대로 올려달라고 최근 재건축 조합 측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현대건설은 이달 초 ‘부산진구 범천1-1구역’ 조합에도 공사비를 기존 3.3㎡당 539만9000원에서 926만원으로 인상하는 내용의 요청서를 전달했다.
이 곳 뿐만 아니라 서울 송파구 잠실 진주아파트(잠실래미안아이파크) 재건축 조합도 공사비 문제를 두고 협의를 진행하고 있는데, 최근 삼성물산과 HDC현대산업개발 시공단은 조합에 3.3㎡당 823만원으로 수정된 공사비 인상안을 제안했다. 이는 작년 10월 요청한 공사비 증액안(889만원) 대비 7% 이상 줄어든 금액으로 협의가 길어지자 일부 금액을 낮춰 사업기간을 줄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아예 공사비 갈등을 겪다 시공사 계약을 해지하는 곳들도 나오고 있다. 부산 괴정5구역 재개발 조합은 지난 4일 임시 총회를 열고 포스코이앤씨와 롯데건설 컨소시엄의 시공사 계약을 해지했다. 해당 단지는 최초 공사비 협의에서 3.3㎡ 471만원으로 정했지만, 공사비 상승을 이유로 지난해 8월 시공사는 3.3㎡ 649만5000원으로 공사비 인상을 요청한 바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지난해 건설수주는 전년 대비 17.4% 줄어든 189조8000억원으로 4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건축착공면적도 31.7% 줄어든 7570만㎡로 2009년(7130만㎡) 이후 14년 만에 가장 낮았다. 이처럼 건설 선행지표가 위축된 영향으로 건산연은 2024년 건설공사 물량 감소는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건설 물량 증감률과 비교해 시멘트와 골재는 0.4배, 레미콘 1.2배, 철근·봉강 0.8배 정도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지난 3년 동안 자재 가격 상승과 함께 철근 부족 사태(2020년 10월~2021년 6월)와 2022년, 2023년 초 각각 시멘트 부족 사태 등의 수급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건산연은 “건설경기가 반등하기 위해서는 정부 정책의 긍정적 영향을 극대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안정적인 자재 수급이 전제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자재 공급량 동향 파악을 위한 통계 체계 구성을 지원해야 하며, 건자재 수요자와 공급자 간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대책 마련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건설자재 비용이 지속 오르는 것은 맞지만,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인건비 상승에 따른 비용 증가가 더 큰 상황”이라며 “코로나 이후 사람 구하는 게 어려워지면서 인건비가 오른 반면 여전히 공사인력은 부족한 상황이 지속돼 공사기간 연장에 따른 건설 원가가 크게 증가한 것 같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