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건연의 경고…“실제 촉발될 시장 파장, 예상보다 클 수도”

“부실 전이 경로 과거 비해 복잡…위기 예상·대응 쉽지 않아”

▶ 서울 지역의 한 아파트 공사현장, 기사와 무관. [제공=연합]

지난해 중반부터 이어지고 있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위기가 2009~2010년 빚어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더욱 심각할 수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21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한건연)이 발간한 ‘부동산 PF 위기, 진단과 전망 그리고 제언’ 보고서에 따르면. 부동산 PF 대출 규모는 작년 9월 말 기준 134조3000억원에 달한다. 이는 금융위원회가 직접적인 감독 권한을 보유한 은행과 증권 등 6개 금융업권이 보유한 PF 직접 대출의 총 잔액이다.

여기에 새마을금고 등 포함되지 않은 업권에서 실행된 PF 대출잔액 및 유동화된 금액을 모두 포함할 경우, 실제 부동산 PF 규모는 202조6000억원으로 늘어난다. 이는 2009~2010년 발생한 글로벌 금융위기 PF 규모 추정치(100조2000억원) 보다 102.19%(102조4000억원) 높은 수치다.

김정주 한건연 연구위원은 “지금의 부동산 PF 위기는 2010년대 초 발생한 건설사들의 대량 부도, PF 대출에 참여했던 저축은행 등 금융기관들의 동반 부실사태와 구조 측면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며 “그러나 지금의 위기는 그때 보다 심각하다. 실행돼 있는 부동산 PF의 규모가 과거에 비해 훨씬 크다”고 분석했다.

이어 “지난 수년간 부동산 PF시장으로의 금융 참여자가 다양해지고 자본시장을 통한 직접금융 방식도 확대되면서, 부실이 전이될 수 있는 경로가 과거에 비해 훨씬 복잡하다”며 “위기를 촉발시킬 사건에 대한 예상과 선제적 대응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김 연구위원은 개발사업의 비용 측면에서도 과거와 현저한 차이가 존재함에 따라, 이 차이가 위기 해소를 더욱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과거 저축은행 사태 당시엔 공사비와 금융비용 문제에서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기에 당시 시행사와 건설사 입장에서 주로 노출된 부실요인은 부동산시장 위축으로 인한 미분양 증가였다.

그러나 현재의 부동산 PF 위기는 미분양 외에도 늘어난 공사비와 금융비용 등으로 인해 부담이 가중되고 있어, 시행사와 건설사는 할인분양 또는 할인매각 등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해만 한다. 즉 자체적으로 손실을 흡수하면서 사업을 영위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김 연구위원은 “훨씬 커진 부동산 PF의 절대 규모, 다양하면서 복잡한 부실위험의 파급경로, 손실흡수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제2금융권과 중소건설사들에게 위험이 집중된 구조, 높아진 비용으로 인해 할인분양 등을 통해 미분양을 해소하기 쉽지 않은 문제점 등으로 실제 촉발될 수 있는 손실의 규모와 그에 따른 시장에서의 파장은 예상보다 클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부동산 PF 우려가 점진적으로 확대되고 건설업 전망 또한 어두울 것이라고 분석되자, 건설업 종사자들은 “건설업 우려 확산으로 사업에 직접적인 타격을 받고 있다”며 고통을 호소했다.

한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국내 주택시장 침체로 건설업황의 분위기가 잔뜩 위축된 상황 속에 작년 말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하면서 부동산 PF에 대한 우려는 더욱 심화됐다”며 “이로 인해 건설사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걱정’과 ‘우려’, ‘줄도산’ 등 부정적인 것으로 가득하다”고 얘기했다.

이어 “부정적 시선은 부정적 결과를 낳게 됐고, 사업을 진행할 때에도 진취적인 태도 보단 보수적인 모습을 유지하는 곳(기업)이 많아졌다”며 “많은 부분을 고려했을 때 해결책은 금리 인하 뿐인 것 같다. 올 하반기엔 금리가 지금 보단 낮아질 것이라는 얘기가 들려오고 있어 희망을 걸고 있다”고 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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