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로 3월 정기 주주총회를 앞둔 상장사들에 비상이 걸렸다. 재계는 특히 주총이 몰리는 3월 말 '슈퍼 주총데이'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2일 재계에 따르면 주요 기업들이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일부 기업은 주총 일정 연기를 검토하고 있고, 예정대로 강행하는 기업들은 방역에 총력을 기울이는 한편 열 감지기를 통해 미열이 있을 경우 주총 참석을 자제해달라고 주주의 양해를 구하는 등 다양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주총을 일정대로 진행하는 기업들은 주총장 내 코로나19 전염을 막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

주총장 방역에 힘쓰는 한편 전자투표제를 도입해 주총장에 오지 않고도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길을 확대하고 있다. 발열이 의심되는 경우 출입을 제한하는 방침을 세운 기업들도 많다.

삼성전자는 오는 18일 주주총회를 기존 서초사옥보다 규모가 훨씬 큰 경기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기로 하고 주총장 입구에 열 감지기와 체온계, 손 소독제를 비치하고 주주들의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할 예정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현재까지 주총 연기 계획은 없다”며 “주총장 입구에서 발열 체크를 해서 열이 있는 주주는 집으로 돌려보내고 주총장 좌석 간격을 최대한 넓게 배치하는 등의 조치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LG전자도 오는 26일 서울 여의도 트윈타워에서 주총을 열 예정이지만 비상사태에 따른 일정·장소 변경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LG디스플레이와 LG화학도 각각 20일 경기도 파주 러닝센터와 여의도 트윈타워에서 주총을 개최할 예정지만 코로나19 확산 추이에 따라 일정·장소가 유동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LG화학, SK이노베이션, 효성 등 다수 회사들은 주총장 입구에서 열화상카메라 등으로 참석자들의 체온을 확인하고 코로나19 의심 증상이 있으면 출입을 제한할 것이라고 공지했다. 마스크 착용도 당부하고 있다.

또 일부 기업들은 주총에 임직원들이 다수 참석해 주주들의 질의에 답변해온 기존 관행에서 벗어나 이번에는 참여 인원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아울러 공공기관 등 외부 시설들이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대관을 중단하는 경우가 많아 주총 일정은 정했지만 장소 마련에 애를 먹고 있는 기업도 적지 않다.

금호석유화학은 당초 오는 13일 서울 중구 서울YWCA 4층 대강당에서 열기로 한 정기 주총 장소를 서울YWCA가 대관을 취소함에 따라 서울 중구 시그니쳐타워스 동관 4층 대강당으로 변경한다고 28일 공시했다.

또 삼성중공업의 경우 당초 내달 20일 경기도 판교테크노밸리 산하 판교글로벌R&D센터에서 주총을 열기로 했으나 판교테크노밸리 공공시설들이 코로나19로 인해 대관을 임시 중단하면서 주총 장소를 자사의 판교R&D센터로 바꿨다.

주총 일정 연기를 검토하는 기업도 상당수다. 앞서 정부는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감사 지연 등으로 3월 주총에서 재무제표 승인이 어려운 기업은 주총을 연기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특히 대구·경북 지역에 본사를 둔 12월 결산 코스피·코스닥 상장사 105개사 중 이날까지 주총 일정을 정해 공시한 기업은 43개사(41.0%)에 그쳤다. 나머지 62개사는 주총 일정을 정하지 못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와 함께 각 기업들은 코로나19 위험을 피하면서도 주주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전자투표를 주주들에게 독려하고 있다.

전자투표제는 지난 2017년 SK그룹을 선두로 한화, 신세계, CJ, 두산, 포스코 등 대기업에 확산 중이다. 올해 제도를 새로 도입하는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등 9개 상장 계열사들은 이사회 결의 이후 주주총회 소집통지서 등을 통해 전자투표와 관련한 구체적인 절차와 방법을 안내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도 올해 주주들의 편의를 높이기 위해 전자투표제를 도입·시행하기로 이사회에서 결의했다.

금융위원회는 코로나19 확산 방지 차원에서 주주들의 전자투표·서면투표와 전자위임장을 활용을 당부하고 있다. 전자 투표가 가능한 회사는 삼성전자 등 코스피 상장사 460여곳, 코스닥 상장사 1060여곳이다.

재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해지고 있는 만큼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지만 회장 연임 등 경영상 중요 안건을 처리해야 하는 기업들은 일정 연기가 어렵다"며 "자칫하면 본사 폐쇄로 이어질 수도 있어 주총 강행하는 기업들도 코로나19 방역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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