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은경 한국외국어대 교수가 금융감독원 금융소비자보호처장(부원장급)에 임명되면서 금감원 임원진에 교수 출신자가 한명 더 추가됐다. 이로써 대선캠프 출신인 윤석헌 원장과 원승연 부원장을 포함해 부원장급 이상 임원 5명 가운데 3명이 교수 출신으로 채워지게 된다. 이밖의 하마평에도 교수 출신이 거론된 바 있다.ⓒEBN

김은경 한국외국어대 교수가 금융감독원 금융소비자보호처장(부원장급)에 임명되면서 금감원 임원진에 교수 출신자가 한명 더 추가됐다. 이로써 대선캠프 출신인 윤석헌 원장과 원승연 부원장을 포함해 부원장급 이상 임원 5명 가운데 3명이 교수 출신으로 채워지게 된다. 이밖의 하마평에도 교수 출신이 거론된 바 있다.

금감원 안에선 '새로운 시각을 보유한 교수 출신자들이 유의미한 결과를 만들 것'이라는 시각이 존재한다. 한편으로는 "어쩌다 금감원이 교수출신이 포진한 학교(아카데미)가 됐느냐"는 자조 섞인 한숨도 나오고 있다. 현행 구조상 교수출신자들이 '행동대장'으로 나설 수밖에 없는 불가피성이 임원 인사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자유분방한 교수출신 임원, 금융행정 무리수 둘까 우려"

5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 부원장은 금감원장이 제청하면 금융위원회가 임명하는 자리다. 전일 금융위는 김 신임 부원장 임명 배경을 "금융·법률·소비자 보호 전문가인데다 금융당국과의 협업 경험도 풍부하다"고 설명했다. 김 부원장은 금융위 공적자금관리위원회 매각소위 위원,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제재심의위원회 위원 등을 지낸 바 았다.

앞서 금소처장 후보군에는 김용재 고려대 교수, 김헌수 순천향대 교수, 박선종 숭실대 교수가 거론됐다. 그러나 금융권이 윤석헌 금감원장과 비슷한 진보 성향의 '코드 인사'에 주목하자 부담을 느낀 청와대와 금융위는 부원장보로 거론되던 김 교수를 부원장급인 금소처장에 임명한 것으로 전해진다. 금감원 부원장급에 여성 임원이 기용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밖에 유광열 수석부원장, 권인원 부원장, 원승연 부원장 등 기존 부원장들은 유임될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부원장 후보에 교수 출신이 하마평에 거론되기도 해 금감원 내부적으로는 교수 출신 일색인 임원진에 대한 우려가 심심찮게 제기돼 왔다.

기존 조직문화에서 자유로운 교수 출신 임원이 예측 불가능한 상황을 초래하거나 민감한 금융시장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였다.

금감원 한 관계자는 "금융감독 독립성을 강조해온 현 원장 체제 속에서 가뜩이나 많은 사고로 예민해진 금융 시장을 고려하면 금융감독 행정을 진중하게 풀어나갈 경험자가 필요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진정 국면의 금융위-금감원 갈등 이슈도 언제든 다시 불거질 수 있는데다 의욕이 큰 임원들이 '외풍'을 막기는커녕 역풍을 자극할까봐 걱정된다"고 덧붙였다.

교수출신보다는 법리에 능통한 경영진이 필요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검사와 제재는 금감원 고유 기능이지만 구체적 법리로 증명하는 것이라서다.

금감원 한 관계자는 "돈 욕심에 눈먼 금융사를 혼쭐낸다는 엄포로는 감독과 검사를 완벽히 소화할 수 없다"면서 "명확하게 규정된 법에 의해 자의적인 지배를 배격한 상태에서 금융 행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존 직원 관료성 팽배…교수 출신이 '행동대장' 나서야 혁신 가능"

다른 쪽에서는 교수 출신이 '행동대장'으로 나서야만 하는 이유를 피력했다. 금감원은 현재 구조상 △관료성을 극복한 문제 해결자가 필요하다는 점과 △재취업 제한에 따른 인재 영입이 쉽지 않다는 점을 지적했다.

금감원의 관료성은 독립성이 취약해지면서 심화돼 온 것으로 판단된다. 조직이 비대화되어 효율성을 잃고 경직성을 간직하면서 현실 안주에 천착한다는 얘기다. 상명하복 문화의 금감원 직원들은 대체적으로 수동적이고 부서간 칸막이 탓에 은행·보험·자본시장 간 협업하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독립성이 없다보니 외풍 때마다 눈치 보는 게 조직문화가 됐다"면서 "금감원이 효율성과 생동감을 지닌 조직으로 거듭 난다면 직원들은 과거의 관료적 문화를 잊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관료성을 혁파한 독립된 조직이 되려면 누군가는 행동대장이 되어 최전선에 서야 하는데 기존 직원으로선 부담과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강성이자 새로운 임원이 기존 직원이 실행하지 못하는 개혁과 혁신에 임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는 리스크 없는 혁신은 없으며 기존 직원들이 혁신과 변화에 느리고 금감원 주체성을 확보하는 도전에 취약하다는 뜻으로 풀이됐다.

▶ 5일 금감원은 신임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기획·경영 부원장보에는 김종민 전 기획조정국장, 전략감독 부원장보에는 이진석 전 감찰실 국장, 보험 부원장보에는 박상욱 전 생명보험검사국장, 금융투자 부원장보에는 김동회 전 자본시장감독국장, 소비자피해예방 부원장보에는 조영익 전 감독총괄국장이 각각 임명됐다. ⓒ

또다른 전문가들은 금융위원회와 금감원의 이중구조, 감독기능과 정책기능이 혼합된 금융위를 문제 삼는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금융규제를 산업정책의 도구로 써선 안된다"면서 "금융위를 해체하고 금융감독에 전념하는 전문 감독기구를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홍주 성균관대 교수는 "금감원은 법적으로는 한국은행과 똑같은 무자본특수법인(민간법인)이지만 한국은행과 달리 독립성이 결여됐다"면서 "어떻게 금융감독기관을 정치적으로 중립적이고 독립적으로 분리시켜 그에 대한 책임성을 부여해 라임과 DLF 사태가 터지지 않도록 시스템을 만들지 검토할 시기가 왔다"고 지적했다.

어려운 인재 조달 구조도 금감원이 교수 출신 인사에 집중하게 하는 이유다. 금감원은 유달리 인적 자원 다양성 확보가 어렵기로 유명하다. 금융회사 임직원은 이해상충의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고, 금감원 소속이 된 이상 외부로의 이동도 어렵다. 4급 이상 직원의 퇴직 후 재취업이 제한돼있기 때문이다.

공직자윤리법은 금감원 4급 이상 직원에 대해 퇴직 후 3년간, 퇴직 전 5년 동안 속했던 부서의 업무와 밀접한 관련성이 있는 기관에 재취업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금감원 직원들은 30대 초중반부터 금융업권의 이직을 제한받는 셈인데 이런 제한 때문에 외부의 인재들이 금감원 퇴직자들의 재취업 제한이 위헌이라는 내용의 헌법소원을 제기한 바 있다.

한편 5일 금감원은 신임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기획·경영 부원장보에는 김종민 전 기획조정국장, 전략감독 부원장보에는 이진석 전 감찰실 국장, 보험 부원장보에는 박상욱 전 생명보험검사국장, 금융투자 부원장보에는 김동회 전 자본시장감독국장, 소비자피해예방 부원장보에는 조영익 전 감독총괄국장이 각각 임명됐다.

이들 신임 부원장보의 임기는 3년으로 2020년 3월 6일부터 2023년 3월 5일까지다. 기존 김동성 은행 부원장보, 장준경 공시조사 부원장보, 박권추 회계 전문위원은 유임됐고 이성재 보험 부원장보는 비은행 부원장보로 이동했다. 이로써 취임 2년을 맞는 윤석헌 원장 체제의 임원 진용이 대부분 꾸려진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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