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총선에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압승을 거두면서 금융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논의들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된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오는 6월 21대 국회가 출범하면 금융소비자를 보호하는 법적 장치가 속도감 있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민주당과 비례정당인 더불어시민당 등 범여권이 전체 의석의 5분의 3인 180석을 확보하면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요건을 갖췄기 때문이다.
전체 재적 의원(300명)의 과반인 5분의 3을 확보 할 경우 독자적인 법안 처리가 가능하다. 야당이 반대표를 행사하더라도 범여권이 법안 처리를 시도하면 막을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민주당이 공약으로 내세운 고금리 이자 부담 완화, 징벌적 손해배상제 등 '금융소비자보호 안정망' 정책이 더욱 탄력을 받아 추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은 이번 총선에서 법정 최고금리(연 24%)를 연 20%로 낮추는 법 개정을 약속했다. 현재 대부업자와 여신금융기관에 적용하는 최고금리는 24%다.
다만, 법정 최고금리를 다시 낮추는 것은 고리대금업으로부터 금융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목적이지만, 반대로 불법 사금융의 확대로 소비자 피해가 커질 수 있는 가능성도 있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대부업체들이 최고금리를 낮추는 동시에 신규 대출을 축소하는 과정에서 이용자들이 사금융 시장으로 내몰릴 수 있기 때문이다.
고금리 이자부담 완화와 동시에 서민금융지원기금을 신설하고 개인회생과 파산 이용자의 신용교육도 의무화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 3월 시행되는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의 보완 조치로 징벌적 손해배상, 소비자 집단소송제 추진도 주목받고 있다.
징벌적 손해배상은 금융회사가 불완전 판매로 얻은 이익보다 많은 벌금을 물리는 제도다. 현행 손해배상 제도는 피해를 입힌 만큼만 배상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징벌적 손해배상은 단순히 피해액만 배상하는 것이 아니라 징벌적 성격의 추가 배상금까지 부과하게 된다.
이는 불완전판매 논란을 일으켰던 DLF·라임펀드 사태 재발을 막기 위한 추가 장치로 평가된다.
또 일부 소비자가 기업을 상대로 소송해 손해를 인정받을 시 동일한 형태의 소비자에게는 해당 소송의 효력을 같이 적용토록 하는 집단소송제도 재추진될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이 그동안 주장해 온 금융그룹 통합감독시스템 도입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국회에서는 여야간 입장차로 금융그룹 통합감독법 제정이 발목 잡혀 있었다.
민주당은 한 계열사의 부실로 그룹 전체가 부실해지는 사태를 막기 위해 금융그룹 단위의 위험관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던 반면 야당은 금융계열사를 둔 대기업에 대한 정부의 과도한 규제라며 반대해 왔다.
이와 함께 임원 선임 절차의 공정성과 감사위원의 독립성을 강화하는 내용을 포함한 한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안도 추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인터넷전문은행법 개정안 통과가 이뤄질지도 관심사다. 앞서 여야는 지난 3월5일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된 인터넷전문은행법을 다음 회기에 처리하기로 약속했다.
당시 본회의 표결에 앞서 여야는 소관 상임위인 정무위원회 논의 과정에서 인터넷전문은행법 개정안과 금융소비자보호법 제정안을 '패키지'로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정작 본회의 표결 결과 인터넷전문은행법 개정안은 민주당, 정의당 의원 등의 반대로 부결됐다.
인터넷전문은행법 개정안이 본회의를 무난히 통과할지도 미지수다. 해당 개정안을 기조적으로 반대해온 민주당의 목소리에 더 큰 힘이 실린 상황이기 때문이다.
재추진에도 인터넷은행법 개정안이 끝내 불발될 경우에 대비에 BC카드가 케이뱅크의 지분을 34%까지 사들여 최대주주로 올라선다는 '플랜B'를 가동할 것으로 분석된다.
범여권의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 정책이 과도한 규제를 야기시킬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법적 장치는 자연스럽게 규제 강화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로 금융권 실적 악화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소비자보호를 앞세운 규제 강화는 영업 수익성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크다"며 "독자적 법안 처리 요건을 갖췄지만, 독단적 결정은 가장 멀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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