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감원이 '사모펀드 문제는 결국 감독 부실'이라는 비판을 받자 사태를 최대한 빨리 수습하기 위해 주마간산 식으로 처리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연합

21대 국회 정무위원회의 국정감사가 라임·옵티머스 등 사모펀드로 뜨겁다. 자산운용의 환매 중단 사태를 두고 판매사들의 불완전 판매 문제와 금융당국의 책임론이 쟁점을 달구고 있는 중이다.

정무위 소속 의원들은 금융투자상품 판매 과정에 대한 질타를 이어가면서도 실질적으로 시장을 감독해야하는 금감원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중론을 모으고 있다.

당국 책임론이 불거지는 가운데 금감원이 손실이 확정되지 않은 펀드에 대해 '추정 손해액'을 기준으로 배상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추가 논란도 끌어내고 있다. 일각에서는 금감원이 '사모펀드 문제는 결국 감독 부실'이라는 비판을 받자 사태를 최대한 빨리 수습하기 위해 주마간산 식으로 처리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야 의원들은 금감원이 사전에 이들 사모펀드의 부실징후를 인지하고도 뒷북 대응을 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시정조치 시간 끌기' 등으로 특혜를 제공했다는 의혹도 더했다.

국민의힘 윤재옥 의원은 옵티머스 사태와 관련해 공식적으로 7차례 민원이 접수된 점, 라임 사태 이후 사모펀드 운용사 52곳을 조사해 옵티머스를 부실징후 운용사로 분류해 놓았던 점 등을 들어 "환매 중단 전 예방조치가 충분히 가능했다"고 꼬집었다.

같은 당 강민국 의원도 "옵티머스 사태의 본질이 사전에 사기라는 걸 충분히 인지할 수 있었음에도 금감원이 본연의 임무를 망각한 채 동조 내지 방조를 했다는 게 드러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권은희 의원은 "금감원은 2017년 5월22일 라임과 관련한 주식시세 조정 의혹 제보를 받았는데 이를 자체 종결했다"며 "이미 거래소로부터 라임의 불공정 거래에 대해 통보받은 상황에서 주식시세 조정 의혹까지 있는데 금감원은 무심하게 처리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의동 의원은 옵티머스자산운용의 자본금 미달에 대한 조치 여부를 두고 금감원이 시간을 끌며 특혜를 제공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유 의원은 금감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공개하며 "금감원이 옵티머스자산운용의 자본금 부족에 대한 검사를 끝낸 날로부터 이에 대한 시정조치 유예를 결정하기까지 평균보다 두 배 정도인 112일이 걸렸다"고 밝혔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라임 펀드는 환매 중단 선언 이후에도 고객의 자금을 제멋대로 쓰는 상황이 발생했는데, 거기에 대해 제재가 없었다"며 "채권을 주식으로 전환하는 이런 수상한 거래에 대해 조사한 적이 없다. 제가 보기에는 직무유기"라고 지적했다.

여야 의원들의 질타에 윤 원장은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그런데 해외에서도 이런 일이 없었던 것은 아니고, 어려움을 딛고 일어서면 금융산업이 한 단계 더 도약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을 거라고 개인적으로 굳게 믿고 있다"고 말했다.

▶ 윤 원장은 잇단 펀드 사고에 대힌 관리감독에 대해서는 사과를 표하면서 추정손해액을 기준으로 분쟁조정을 마무리해야한다고 언급했다.ⓒebn

윤 원장은 이날 라임 환매 중단과 관련해 "판매자 합의를 얻을 수 있다면 추정 손실을 합의해 그 부분에 대한 지급을 먼저 추진하는 방향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금감원이 내놓은 방안은 추정손해액을 기준으로 분쟁조정을 먼저 진행하고 추가 회수액이 발생하면 사후에 정산하는 방식이다. 운용사와 판매사 검사를 통해 사실관계가 확인되고, 자산실사를 통해 객관적으로 손해 추정이 가능한 경우가 대상이다. 이 경우에도 판매사가 추정 손해액 기준으로 분쟁조정을 하는 것에 동의해야 한다.

금감원은 "조정이 성립할 경우 분조위에서 결정한 배상기준에 따라 판매사의 사적화해를 통한 선지급이 최종 정산됨으로써 조기에 분쟁을 종국적으로 종결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의 빠른 해결을 위한 방안이지만, 당국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사태를 빨리 수습하기 위한 꼼수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기도 하다. 실제, 윤 원장이 추정손해액 배상 언급 이후 금감원은 국감 하루 만에 보도자료를 내고 손해 미확정 사모펀드에 대해서도 분쟁조정을 추진하겠다고 공식화했다.

그동안 금감원이 추정 배상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었다는 것도 이 같은 의혹에 무게를 더한다. 금감원은 그동안 "펀드 내 자산 가격은 시시각각 바뀌는데 몇 년 뒤 가치를 미리 추정해 배상 수준을 결정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손실 확정 전에는 분쟁 조정이 곤란하다"고 주장해왔다.

금감원이 언급한 추정 배상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분석도 있다. 자산 가격은 시장 상황에 따라 요동치기 마련인데, 불특정 기간 위의 손해액을 객관적으로 추정하는 게 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반대로 대규모 원금 손실이 예상된 상품이 원금을 회복할 경우 금융사는 추정치로 내준 배상금 일부를 돌려받을 권리가 있다. 그러나 배상금을 줬다 회수하는 것은 금융사 입장에서 사실상 불가능하다.

예를 들어 DLF가 100% 원금 손실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미리 배상금을 지급했는데, 나중에 원금이 회복될 경우 은행이 고객에게 돈을 다시 토해내라고 요구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금융 당국이 사실상 불가능한 분쟁조정 방안을 제시한 것을 두고 사모펀드 감독 부실 책임을 미리 대충 덮기 위함이라는 의혹이 더 짙어지고 있다는 게 일각의 해석이다.

이런 관점에서 금감원이 판매사 등에 엄포를 놓으면서 시선 돌리기를 시도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사모펀드 사태에서 확인된 불법행위에 대해 엄정 조치하겠다"는 윤 원장의 경고 때문이다.

이와 관련 윤 원장은 "최근 대규모 사모펀드 환매중단 사태가 발생한 라임, 옵티머스 등에 대한 관련 검사가 마무리 단계에 있다"며 "확인된 불법행위 등에 대해서는 엄정 조치해 공정한 금융시장 질서를 확립하고 금융산업의 신뢰를 회복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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