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윤형 기자/금융증권부

핀셋규제로 시작한 대출 정책이 서민들의 생존 자금까지 옥죌까 우려된다. 늘어나는 가계대출을 억제하기 위해 지속적이고 추가적인 대출규제를 꺼내들어야 한다는 전 방위적 '압박'이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작 기대효과는 낮고, 서민들의 이자 부담만 가중되고 있다. 실제 정부가 올해 6·17 대책을 통해 법인·개인 임대사업자에 대한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전면 금지했는데도, 은행권 임대사업자 대출이 또 다시 늘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의 임대사업자 대출 합계는 지난달 말 73조4951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연말(68조9517억원)보다 4조5434억원 증가했다. 지난 한 해 동안의 임대사업자 대출 증가액인 3조6408억원보다 9026억원 더 늘어난 규모다.

임대사업자 대출은 잠깐 효과를 내기도 했다. 지난 6월17일 정부 부동산대책 발표로 감소세로 돌아섰다. 6·17 대책은 법인 및 개인 임대사업자들에 대한 주택대출을 전면 금지하고 종합부동산세를 대폭 강화하는 내용이다. 대책 발표 이후 6∼7월 두 달간 임대사업자 대출은 조금씩 줄기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 9월부터 각 은행마다 매월 4000억원씩 다시 증가하기 시작했다. 은행들은 최근의 임대사업자 대출 증가폭을 감안하면 지난 2017~2018년 정부가 임대사업자를 권장했을 당시와 비슷한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투기 수요를 잡기 위한 정부의 핀셋이 부러졌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담보대출 규제의 연쇄작용이다. 담보대출이 막히자 수요는 신용대출로 넘어갔다. 그리고 증가세가 뚜렷해진 신용대출에도 옥죄기에 들어갔다. 여기에 붙은 꼬리표도 '핀셋규제'였다.

당국은 "최근 큰 폭으로 늘어난 가계 신용대출이 우리 경제의 리스크 요인이 되지 않도록 선제적 관리를 하겠다"며 "신용대출 증가가 은행권의 대출실적 경쟁에 기인했는지도 살펴보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은행들은 즉각 신용대출 축소방안에 들어갔다. 은행권은 우선 신용대출 한도와 우대금리 축소 등 대출 자율규제를 적용했다. 우회 대출 수요를 막겠다는 방안이지만, 근본적으로는 대출 이자를 높이는 부작용을 발생시켰다. 대출 증가 억제 방침이 차주들의 이자 부담만 가중시킨 셈이다.

애초에 대출규제로 특정 수요를 압박하는 것은 근본처방이 될 수 없다. 신용대출은 성격상 어디에 쓰이는지를 정확히 알 수 없는 '깜깜이 대출'이기 때문이다. 담보대출 대신 신용대출을 받는 우회 수요도 많겠지만, 여기에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절벽에 내몰린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이나 실직자들이 먹고살기 위해 빚을 낸 경우도 적지 않을 것이다.

앞선 정책과도 충돌한다. 시가 15억원 초과 주택 구입(투기과열지구) 때 담보대출을 금지하고, 9억원 초과 주택 구입 땐 담보인정비율(LTV)을 20~30%로 억제해 놓고 신용대출마저 막는다면 현금 부자 외에는 집을 살 길이 없다. 앞뒤 사정을 무시한 채 강행하는 규제 정책은 실수요자의 고통만 가중시킬 뿐이다.

정책이 쌓인다고 효과가 커지진 않는다. 정책의 목적에 일관성이 있더라도 세부내용을 따져보면 모순을 만드는 경우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나오면 누르는 두더지 잡기 식 정책보다 연이은 대책에도 효과가 없는 원인을 먼저 찾아야하는 이유다. 효과가 없는 정책에는 과감한 번복이 필요하다. 마구잡이 규제보다 정책 효과를 상충시키는 잘못된 규제 정책을 솎아내는 핀셋을 먼저 집어들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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