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현모 KT 대표가 취임 2년차를 맞아 그룹 전반의 구조개편 행보를 본격화한다. 우선 연말 인사 및 조직개편을 앞둔 가운데 KTH와 KT엠하우스가 합병한다. 더 이상 통신사가 아닌 '디지털플랫폼' 기업으로 전환하겠다는 구 대표의 그룹 재편 신호탄이기도 하다.
1일 업계에 따르면 KTH와 KT엠하우스는 지난 30일 각각 이사회를 열고 합병을 결의했다. 합병 후 존속법인은 KTH이며 합병비율은 약 1대 13.3으로 KT엠하우스 주식 1주당 KTH의 신주 13.3주가 배정된다. 정부의 기업결합심사와 내년 5월 주주총회 등을 거쳐 7월까지 합병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KTH와 KT엠하우스가 합병을 통해 KT그룹의 디지털 커머스 전문 기업으로 도약한다. 합병이 성사되면 T커머스 선도사업자 KTH와 모바일 쿠폰에 강점을 가진 KT엠하우스의 커머스 사업역량이 강화될 전망이다.
특히 KT그룹의 인공지능(AI),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 ICT 역량을 통해 새로운 유통 경쟁력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KT그룹은 합병법인을 모바일 중심의 신사업 강화 등 차별화된 통합 커머스 전문기업으로 키울 계획이다.
KTH와 KT엠하우스 합병으로 KT그룹 재편 작업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우선 KT는 연말께 임원인사와 조직개편을 실시한다. 디지털 플랫폼 기업으로 성장하고 B2B 디지털혁신(DX)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구 대표의 의중이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KT는 올해 2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성장과 시너지가 없는 그룹사는 과감하게 재편할 계획"이라고 밝힌바 있다. 구 대표 역시 지난 10월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취임 이후 KT 내실을 다졌고 구조적 변화를 준비했다. 내년이면 성과를 보여줄 수 있다"고 말했다.
우선 KT스카이라이프는 케이블TV사업자 현대HCN을 인수한다. KT는 또 다른 케이블TV사업자 딜라이브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이는 콘텐츠 확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강화해 유료방송 시장 구도를 KT 중심으로 전면 재편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또 KT텔레캅, KT서브마린은 매각 가능성이 제기된다. KT텔레캅의 경우 최근 경쟁사인 ADT캡스가 SK인포섹과 합병을 결의했다. KT텔레캅은 에스원, ADT캡스에 이어 시장점유율 3위다. 시장지배력 확보를 위해 기업고객 확보 등 다양한 방안을 구상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KT서브마린의 경우 지난 10월 LS전선에 매각된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는 등 꾸준히 매각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아울러 일각에서는 유선 부문을 분리하는 KT 지배구조 개편 가능성이 제기된다. PSTN(집전화) 사업 철수 가능성도 나온다. 금융권은 기존 통신 부문을 유선, 무선, 미디어 사업으로 나누고 금융, 부동산, 위성 사업부문을 병렬로 배치하는 가운데 지주회사로 전환, 기존 KT가 플랫폼 비즈니스까지 맡게 되는 개편을 예상한다.
김홍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적자 사업 부문에 대한 경영 개선이 이루어질 수 있고 플랫폼 사업 등 신사업 추진에 탄력이 붙을 수 있다"며 "KT의 가장 큰 약점인 과다한 영업비용 문제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체계적인 인건비 및 제반 경비 감축 기대감이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