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1위 배달앱 배달의민족(배민)이 앱 개편에 일부 자영업자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배민은 지난해 자영업자들과 반대 여론에 떠밀려 새로운 요금 체계 도입을 철회한 적이 있어 이번 앱 개편의 논란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관심이 집중된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배민은 지난 14일부터 앱 내 가게목록 정렬 기능을 일부 개편했다. 개편된 내용은 음식점 정렬 순서 기준에서 △배달 빠른 순 △배달팁 낮은 순 카테고리가 신설되며 정렬 순서에서 가장 앞으로 배치된 점이다. 이전에는 기본순 카테고리가 가장 앞에 배치됐다.
개편 이전과 비교해 가장 큰 차이점은 신설된 정렬 순서에 따라 예상 배달 시간과 음식점에서 설정한 배달팁을 기준으로 음식점이 노출된다. 울트라콜(8만8000원의 월정액 광고)과 오픈리스트(중개 수수료 5.8%) 등 음식점이 가입한 광고 상품 등 기준으로 정렬됐던 기본순과는 다르다.
하지만 앱 개편 후 배민에 입점한 자영업자들의 매출이 급락하며 불만이 빗발치고 있다. 음식점의 광고·홍보를 위해 월정액료와 중개수수료를 부담하며 배민에 입점했는데 되려 정렬 순서 개편으로 노출이 안돼 광고효과가 미미하다는 게 자영업자들의 입장이다.
특히 울트라콜을 이용하는 자영업자들의 경우 갑작스런 매출 감소에 따른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울트라콜은 음식점이 배민 본사에 1건당 월 8만8000원을 지불하고 음식점이 앱에서 노출할 위치를 지정해 소비자에게 보이게 하는 방식이다. 일명 '깃발꽂기'라 불리는 이 방식은 실제 주소와 다르게 아무곳이나 지정해 광고를 등록할 수 있다. 즉 깃발을 많이 꽂으면 꽂을수록 광고효과가 높아져 매출 증대를 기대할 수 있다. 2019년까지는 최대 10개까지도 등록하는 자영업자들이 등장하며 배민은 한 음식점당 울트라콜을 3개까지로 제한했다.
A 음식점 사장은 "매출이 완전 반토막 이상 나왔다"며 "평일 평균 70~80만원 배달 매출을 찍었는데 14일부터 25만원, 15일 60만원으로 난리가 났다"고 토로했다.
B 음식점 사장도 "깃발은 그대로인데 노출은 반 이상 줄었다는 건 깃발을 빼라는 건가? 자기들 마음대로다"라고 분노했다.
C 음식점 사장도 "배민 업데이트 탓인가 주문이 반토막 났다"며 "배달 빠른순, 배달팁 낮은 순 들어가 보니까 제 가게는 바닥을 치다 못해 땅 속에 파묻힐 기세로 노출이 떨어져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
자영업자들은 배민의 앱 개편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궁금하다'며 이를 공론화시켜 울트라콜 등 배민 본사에 지불한 광고비를 환불받자는 강력한 청원을 제기하고 있다.
한 자영업자 커뮤니티인 '아프니까 사장이다'에서는 배민 앱 개편이 적용된 지난 14일부터 앱 개편으로 인해 되레 매출이 급감했다며 이를 문제 삼는 청원글이 올라왔다. '배민에 단체행동 하는 방법 참여하시겠습니까?'라는 제목으로 게재된 해당 글은 이날 오후 1시 기준 2982명이 조회했으며 현재 청원에 동참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자영업자는 105명에 달하고 있다.
이에 대해 배민 관계자는 "소비자 요구에 따라 내부적으로 고심해서 결정했다"며 "업주들한테 도움될 수 있다고 판단해서 개편한 것이며 해당 개편에 문제가 있다면 (업주들이) 적응하고 수렴하는 기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답변에 그쳤다.
한편 지난해 4월 배민은 기존 울트라콜 중심의 요금 체계에서 5.8% 수수료를 받는 '오픈서비스'를 도입하려다 일부 자영업자들의 반발로 전면 철회했다. 새 요금체계는 매출 규모가 클수록 수수료도 늘어나는 구조여서 자영업자들의 부담이 더욱 커진다는 논란이 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