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호성 CJ ENM 대표가 콘텐츠 대가가 낮아 협찬(PPL)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성토에 '선공급 후계약' 관행이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 유료방송시장은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가 플랫폼사에 콘텐츠를 먼저 공급하고 계약을 나중에 맺는 구조다. 이미 콘텐츠를 모두 공급한 후에 프로그램 사용료를 협상해야 하기 때문에 콘텐츠 대가를 제대로 평가 받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PPL에 의존하는 악순환이 지속된다는 것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IPTV 3사와 CJ ENM은 프로그램 사용료 인상율에 대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CJ ENM은 IPTV 3사에 전년 대비 최소 25% 이상의 프로그램 사용료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IPTV 3사가 운영하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실시간 프로그램 사용료는 급격한 인상폭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IPTV 플랫폼과 모바일 플랫폼 프로그램 사용료는 함께 묶어서 계약해왔지만 올해 별도 책정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호성 CJ ENM 대표는 지난달 31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CJ ENM 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K-콘텐츠는 글로벌 인정을 받는데 이를 유지하는 산업구조, 유통구조는 국내시장 수준에 머물러 있다"며 "한국 시장이 콘텐츠에만 관심이 있고 수익 분배에 관심이 없으면 글로벌 메이저 스튜디오에 예속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종합유선방송(SO)은 수익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콘텐츠 사용료로 제공하고 있고 영세한 SO도 상당 부분 내놓고 있다"며 "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IPTV는 인색하다"고 꼬집었다.
최근 KT,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등 IPTV 3사와 CJ ENM은 프로그램 사용료를 두고 정면으로 충돌했다. IPTV 3사가 CJ ENM의 불합리한 프로그램 사용료 인상을 중단하라고 촉구하자 CJ ENM은 콘텐츠 가치를 저평가하고 있다며 반박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발간한 '2020년 방송산업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전체 매출 가운데 광고·협찬 매출이 지상파는 42%, 일반 PP는 59.3%에 달한다. 반면 유료 플랫폼사에 채널과 프로그램을 공급하고 받는 매출은 지상파 30.2%, 일반 PP 24.6%에 그친다.
제작비를 안정적으로 회수하는 일은 콘텐츠 후속 투자 계획 수립의 핵심이다. 하지만 선공급 후계약 관행으로 투자 위축 등 콘텐츠 경쟁력을 약화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강 대표 역시 "종합편성채널이 들어서면서 '선공급-후계약' 관행이 굳혀진 것 같다"며 "기본적으로 콘텐츠 투자에 대해 얼마나 회수할 수 있는지 예측 가능해야 한다. '선계약-후공급'이 빨리 이뤄져 예측 가능성을 가지고 콘텐츠를 공급하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 강조했다.
플랫폼과 PP간의 계약이 체결되지 않았거나 계약 기간이 만료된 경우에도 정당한 사유 없이 방송프로그램 공급을 요구하는 행위가 관행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가격협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유료방송업계가 수수료 갈등을 겪는데 따른 피해는 시청자들이 입게 된다. 협상과정에서 틀어질 경우 방송 송출 중단이라는 초강수를 두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방송사업자간에 자율적 합의로 결정되고 있는 방송채널 사용대가와 관련해 계약과정에서 분쟁이 지속 발생하고 방송송출 중단 상황 및 소송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에 방통위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1월 유료방송 사용료 배분구조 등에 대한 합리적인 개선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방송채널 대가산정 개선 협의회를 출범시켰다.
조경식 과기정통부 제2차관은 지난달 27일 유료방송업계와 만나 "정부는 유료방송 산업이 당면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갈등 해소를 위한 중재 역할을 보다 세심하게 가다듬고 조만간 유료방송 제도 전반에 대한 규제개선 방안을 제시할 예정"이라며 "필요한 경우 약관변경 명령 등 법령상 권한을 적극 행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