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배터리와 반도체 업계가 인력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한 반도체 업계의 경우 글로벌 반도체 패권 경쟁에 대비해 향후 치열한 인력 쟁탈전을 예고하고 있다.
7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삼성SDI는 서울대학교와 함께 오는 2031년까지 10년 동안 총 100명 이상의 석·박사 장학생을 선발한다. 선발된 학생들은 배터리 과목 이수와 함께 관련 연구를 수행하며 삼성SDI에서 지원하는 연수 프로그램과 공모전에 참여할 수 있다. 해당 과정을 이수한 학생들은 학위 과정 등록금을 비롯한 별도의 개인 장학금을 받는다. 졸업 후에는 삼성SDI에 입사할 예정이다.
아울러 삼성SDI는 포항공대, 한양대와도 향후 10년간 장학생 100명을 뽑고 맞춤형 교육을 진행하기로 했다.
삼성SDI가 과감한 인재 채용에 나설 수 있던 배경에는 지난해 호실적이 한몫했다. 삼성SDI는 지난해 매출액 13조5532억원, 영업이익 1조676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 매출액은 전년도 대비 20% 늘었고, 영업이익은 59% 증가했다.
지난 2020년 LG화학으로부터 분사한 LG에너지솔루션은 현재 소형전지개발센터 R&D 분야에서 석·박사 신입사원을 채용 중이다. 외에도 △설비기술 △자동차전지 △품질 등의 분야에서 경력사원을 모집 중이다.
또한 LG에너지솔루션은 고려대학교와 함께 개설한 '배터리-스마트팩토리 학과'에서도 오는 10일까지 신입생을 선발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부터 해당 학과를 개설하고 학위 취득과 취업 등을 보장하기로 했다. 이달 말 실적을 발표할 예정인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1~3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으로 각각 13조4125억원과 6927억원을 기록했다.

반도체 업계는 양대산맥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상반기 채용의 문을 열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지난해 창사 이래 최대 매출을 달성한 것을 바탕으로 인재 양성과 채용에 심혈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삼성전자는 연결 기준으로 지난해 매출 279조6000억원과 영업이익 51조6300억원을 달성했다. 전체 매출은 역대 최대치이고, 영업이익은 반도체 전성기 시절인 2018년(58조 8900억원) 이후 최고 수준이자 역대 3번째다.
삼성전자는 3월 중순께 상반기 3급(대졸) 신입사원 공채를 진행할 예정이다. 채용 일정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예년대로라면 3월 말까지 지원서를 받고 4∼5월 중 필기시험인 직무적성검사(GSAT), 5∼6월 면접을 치른다. 최종 합격자 발표는 오는 7월로 예상된다.
특히 시스템 반도체 등에서 채용 규모가 확대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말부터 반도체 분야 경력사원을 채용 중이다. 서류 접수 마감일은 오는 17일까지로 전체 경력직 채용 규모는 예년보다 커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지난해 8월 향후 3년간 4만명을 직접 채용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중 1만여명을 첨단 산업 위주로 고용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와 함께 역대 최대 매출 대열에 합류한 SK하이닉스도 이달 중 신입·경력 채용을 시작할 예정이다. SK하이닉스의 작년 매출은 전년 대비 34.8% 증가한 42조997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반도체 슈퍼사이클(초호황) 시절이었던 지난 2018년(40조4451억원)을 넘어선 것이자 역대 최고 기록이다. 영업이익은 147.6% 늘어난 12조4103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올해의 경우 작년 하반기부터 약세를 보인 반도체 D램 업황이 예상보다 빠르게 개선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와 함께 반도체 설비투자가 확대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채용 규모 역시 전년 대비 늘어날 전망이다.
실제 SK하이닉스는 지난달 28일 실적 발표 당시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구축, 미국 낸드 자회사 솔리다임 출범, 경기도 이천 M16 팹 본격 가동 등으로 채용 규모를 예년보다 늘리겠다"고 밝혔다.
한편 업계에서는 반도체 기업들 간 인재 확보 경쟁이 글로벌 무대로 옮겨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디지털 전환 가속화와 IT 제품 수요 급증으로 반도체 수요가 대폭 증가하면서 글로벌 기업들의 인재 확보 필요성이 늘었다.
최근 미국과 유럽 등 세계적으로 각국의 반도체 지원법이 활발해진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미국 의회는 세액 공제 등의 내용을 담은 반도체 지원법을 올 1분기 중 의결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미국은 자국 내 반도체 제조시설에 투자할 경우 투자액의 최대 40%에 해당하는 세액공제를 허용하겠다는 방침이다. 정부의 대대적인 지원으로 기업 투자와 이에 따른 고용 창출이 기대된다.
한국은 오는 7월부터 반도체특별법을 시행한다. 국가 전략기술인 반도체 시설에 투자하는 대기업은 최대 20%까지 세액이 공제된다. 외에도 유럽연합(EU)은 오는 8일 미국과 비슷한 수준의 반도체 지원책을 발표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이미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인재 경쟁은 업계 내 핵심 화두로 떠오른 상황이다. 코로나19 팬데믹과 글로벌 공급체인의 단절 등의 불확실성이 인재 확보 경쟁을 부추기는 모습이다.
이정배 한국반도체산업협회장(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장·사장)은 "현재 세계 반도체 기업들은 코로나19로 가속화된 4차 산업혁명이라는 거대한 기회 앞에서 기술 및 인재 확보를 통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총성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며 "미·중 무역 갈등 불확실성 속에 보호주의 무역주의 확산 글로벌 공급체인의 단절 등 국내 반도체 산업을 위협하는 요소가 여전히 상존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