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년차로 들어선 코로나19는 전대미문의 사회재난으로 전 세계에 걸쳐 많은 어려움을 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어려움에 처한 국민을 위로하고 보살피는 태도는 국가별로 큰 차이를 보인다. IMF의 1인당 국민소득 집계에 따르면 2021년 영국은 4만6200달러이고 한국은 3만5196달러로 영국의 약 75% 수준이다. 그러나 코로나19 재난지원 금액과 신속성에 있어서 두 나라의 차이는 확연하다.
소득은 영국의 75%, 지원금은 10%에도 미달
우선 양국의 자영업자에 관한 코로나19 재난지원 금액을 비교하면 다음과 같다. 영국의 지원금은 1인당 최대 연간 3만 파운드(약 4800만원)로, 기준소득의 최대 80%까지 보상한 결과 실질적인 도움을 준 것으로 평가된다. 심지어 최근에는 영국의 도서지역인 저지섬(Jersey Island)에서 270명 자영업자에게 평균 약 1200만원의 지원금을 과다 지급한 사례가 발견되어 지방정부가 감사를 했을 정도이다.
반면, 우리는 1차 방역지원금은 업체 당 최대 300만원이었고 2차 방역지원금은 최대 1000만원으로 상향하기 위하여 2022년 2월 7일 국회 산자위에서 추경 증액을 의결한 상황이다. 그러나 양국의 소득수준을 기준으로 비교하면 우리의 재난지원 금액은 턱없이 적어보이고 얼마나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우리가 영국에 비교해서 그렇게 가난한 나라도 아닌데 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 도무지 알 수 없다.
재난지원금에 인색한 재정지출
2021년 8월 기준으로 한국의 코로나 19 관련 재정지출은 GDP 대비 6.4%로, G20 국가 평균인 14.6%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같은 기간 영국은 19.3%였고, 이웃나라 일본도 16.7%였으며, 미국은 무려 25.5%에 달했다. 재정사정이 어려운 나라들의 경우 현재까지 90여 개국이 IMF로부터 금융지원을 받아서라도 코로나19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느라 애쓰고 있다.
우리나라 국가재정법 제86조에는 정부의 '재정건전화 노력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국가재정의 건전화는 분명 중요한 목표임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정건전화'가 국가가 헌법 제31조 상 국민의 근로권을 제한해야 하는 코로나 19 상황에서 '재난지원금'에 우선할 수는 없다. 코로나 19의 엄청난 사회재난 상황 하에서는 기획재정부 장관이 아무리 재정건전화를 주장하여도 대통령은 헌법정신에 따른 판단과 조치를 신속히 내려야 한다.
너무나도 늦은 지원금 지급시점
영국은 2020년 3월 25일 코로나바이러스법(Coronavirus Act 2020)을 신속하게 제정했다. 코로나19 발발 불과 3개월 만의 일이다. 따라서 영국의 소상공인들은 코로나19 사회재난의 초기부터 기준소득의 80%까지 보상을 받아 왔다.
반면 우리 정부는 2021년 7월 7일에야 코로나19로 인해 발생한 손실 보상에 관한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소상공인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12조의 2). 코로나19 발발로부터 무려 18개월이 지나서인 것이다. 이후 중소벤처기업부는 2021년 12월 27일 소상공인 제1차 방역지원금 신청 접수를 시작했고 사업체당 100만원씩 약 320만개의 소상공인 업체가 방역지원금을 받게 된다. 코로나19 사회재난의 극복을 대처하는 태도에서 두 나라의 차이는 너무도 크다.
우리 헌법 제71조에는 중대한 위기 시 대통령이 필요한 재정상의 처분을 명할 수 있는 '긴급명령권'을 규정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온 세상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이토록 늑장으로 법 규정을 마련하는 것이 타당한 것인지 큰 의문이다. 재난지원금 지급이 늦어지는 것에 비례하여 그동안 국민들이 겪은 고통의 크기도 커져왔다. 온 국민이 나날이 고통을 받는 가운데 법 제정에 걸린 3개월과 18개월의 차이는 너무나도 가혹하다.
코로나19 재난지원금 정책에서 영국만 우리에 앞서는 것이 아니다. 미국도, 독일도, 일본도, 대만도 훨씬 앞서고 있다. 한국이 세계 10위의 경제대국이라면 코로나19 재난지원금에서도 이에 걸맞은 실효성 있는 금액과 신속한 절차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