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2일 금융시장 점검회의에 참석한 고승범 금융위원장(사진 왼쪽)이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금융위원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는 사태가 발생하면서 국내 금융권이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아직까지 우크라이나 사태가 국내 금융권에 큰 영향은 주고 있지 않지만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당국은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에 대비해 24시간 비상대응체계를 유지 중이다. 현재 금융위는 주식시장 모니터링 단계를 주의 수준으로 관리하고 있으며, 매일 장 시작 전 국내외 금융시장 동향을 점검하고 있다.

특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내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수출입 기업 등의 피해 범위와 상황들을 살피고 있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전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금융시장 합동 점검 회의에서 "필요하면 긴급 금융지원프로그램을 가동해 관련 기업이 애로를 겪지 않도록 자금을 적극적으로 공급하겠다"고 강조했다.

금융위는 긴급 금융지원프로그램에 대해 최대 2조원 규모로, 향후 상황에 따라 가변적으로 운영하겠다고 설명했다.

고 위원장은 "어제 우크라이나 사태가 급변하면서 국내외 증시가 뉴스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으며 환율은 상승하는 등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상황이 긴박하게 전개되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고 글로벌 긴축 등 대외리스크가 점증하고 있는 만큼 국내외 금융시장에 미칠 파급효과를 적시에 탐지해 기민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전했다.

금융감독원은 회의에서 국내 금융사의 대 러시아 익스포저(위험노출액) 비중이 전체의 0.4%인 14억 7000만달러에 불과하지만, 제재 수위 강화, 위기 확산 가능성에 대비해 은행 등의 자체 대응 방안 마련과 외화유동성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감독당국은 러시아에 대한 서방국가의 금융·수출 관련 제재가 본격화되면 석유 등 원자재 가격급등 및 교역위축 우려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미국 등 주요국의 통화정책 정상화 등과 결합해 금융시장의 신용·유동성 경색 위험 및 불안 확산 가능성을 우려해 대비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제재 대상이 된 러시아 국책은행은 대외협력과 방위 산업 관련 은행이어서 국내 은행과 거래가 중단되더라도 당장 큰 영향은 없는 판단이다.

감독 당국과 보조를 맞추며 은행권도 우크라이나 사태를 기민하게 모니터링 중이다. 러시아를 비롯한 동유럽 국가에 대한 위험관리를 강화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

특히 우크라이나 현지에 진출한 곳은 없지만 폴란드, 헝가리 등 인접국가에 직원이 있는 은행들은 직원들 안전 확보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금융시장의 변동성은 확대될 것으로 내다보면서도 초기 반응 이후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유승민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금융시장 영향은 초기 반응 이후 제한될 전망"이라며 "다만 향후 사태의 전개 양상과 인플레이션 영향 등에 대한 추가적인 관찰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과거에도 지정학적 리스크는 대부분 단기간 반영됐다"며 "우크라이나 리스크가 증시 등 금융시장에 장기간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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