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케미칼 여수공장 전경. ⓒ롯데케미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장기화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130달러를 돌파, 초고유가 시대가 열리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제유가는 지난 2008년 7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 중이다.

일각에서는 인플레이션 상승·경기 둔화가 동시에 일어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7일 외신 등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날 브렌트유는 장 시작과 함께 18% 급등하며 배럴당 139.13달러까지 치솟았다.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도 장중 130.50달러까지 솟구쳤다.

이는 미국 등 서방국가들이 러시아산 석유 수입을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란 소식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그동안 이들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제재를 가하면서도 에너지 가격 상승을 우려해 러시아산 원유 수입 금지라는 조치는 이행하지 못했다. 러시아는 석유와 정유제품을 하루 700만배럴 가량 수출, 세계 공급량의 약 7%를 책임지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원유·천연가스, 곡물 등 주요 원자재 가격도 1970년대 오일쇼크(석유 파동) 시기를 능가하는 역대 최악의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양국 간 갈등이 진정되지 않으면서 국제유가 급등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힘을 받고 있다.

국제유가 상승은 수입물가와 생산자물가에도 영향을 줘 국내 소비자 물가를 견인하게 된다. 국제유가 상승은 통상적으로 2~3주 정도의 시차를 두고 국내 유가에 반영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산업계 전반의 비용 증대를 유발해 전체 기업들의 실적과 가격경쟁력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현대경제연구원에 의하면 국제유가 상승 시(100달러 기준) 산업별 원가상승률을 추정한 결과 △정유(23.50%) △철강(5.26%) △화학제품(4.82%) △선박(1.47%) △자동차(1.40%) 등의 순으로 올라간다.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 평균 판매 가격도 크게 오르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1819.10원을 기록 중이다. 2014년 9월 16일(1815원) 이후 약 7년 반 만에 최고치다.

제주 지역 휘발유 평균 가격은 리터당 1919원을 기록해 이미 1900원 선도 돌파하며 국내에서 가장 비쌌다. 서울은 1882원으로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을 보였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팬데믹 영향,미국 내 구조적 영향 등으로 인해 물가 리스크가 진정되지 못하고 있는 와중에 우크라이나발 에너지 가격 불안은 스태그플레이션을소환 중이다"고 전했다.

이어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시 고유가 부담은 물론 부도리스크 확산도 올 수 있다"며 "현 상황은 지정학적 리스크에 기반한 고유가 상황이라는 점과 함께 확장적 통화 및 재정정책 후유증 측면에서 과거 1·2차오일쇼크와 공통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OECD 회원국 중 원유의존도가 가장 높은 편에 속한다"며 "그만큼 산업 구조상 우리 기업들이 유가 상승에 따른 영향을 크게 받을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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