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설공사 안전 인력 배치 기준이 강화된 가운데 중소 건설사들이 관련 인력 충원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연합

중대재해처벌법 시행과 산업안전보건법의 개정으로 건설 현장에서 안전 관리 기준이 대폭 강화된 가운데 중소 건설업체들은 관련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안전기사 등 한정된 전문 인력 채용에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어 관련 자격 시험을 확대하고 전문 학과를 늘리는 등 범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9일 구인구직 플랫폼 사람인에 따르면 '건설·건축' 분야에서 '안전관리'와 관련된 채용공고는 2706건이다. 이 가운데 '건설안전기사' 자격을 요구하는 채용공고는 1912건에 달한다. 이는 예년 평균치의 1.5배에 이르는 것으로 대기업과 공기업 채용 공고(177건) 일부를 제외하면 대부분이 중소기업이 내놓은 공고다.

건설 안전과 관련된 대표적인 자격증인 건설안전기사와 건설안전산업기사 자격증을 보유한 인력이 한정된 데다 그마저도 대기업 군으로 지원자가 몰리면서 중소기업들이 인력난을 겪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수시로 채용 공고를 올리고 있지만 신규 지원은 거의 없다"면서 "최근에는 대형사로 이직하는 인원마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장 안전관리업무의 특성상 자격증은 물론 현장 경험도 중요하지만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자격증만 있어도 채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최근 채용공고를 낸 수도권 소재 A 전문건설사 관계자는 "연봉을 1000만원 가까이 올려놔도 경력직 지원은 거의 없다"면서 "업계 경험이 없는 신입이라도 자격증을 보고 뽑을 생각"이라고 토로했다.

안전 인력 충원에 대한 절박함은 채용공고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일부 중소 업체들은 '지역 우량 기업'이라고 기재하는가 하면 연봉 등 구체적인 처우 수준을 제목에 노출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이 같은 인력 수요는 법 개정 등 제도적 요인에 따른 것이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으로 기업에 안전·보건 전담 조직 구성을 포함한 다양한 안전보건 조치가 의무화 됐다. 또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으로 건설 현장 안전관리자 선임 대상사업이 지난해 7월 이후 80억원, 올 7월부터는 60억원, 내년 7월 이후는 50억원으로 점차 확대된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건설산업에 추가 공급된 안전관리자는 연평균 1476명으로 이중 734명이 건설기업에 공급되고 있다. 하지만 안전관리자 선임 대상사업 확대에 따라 2023년 7월까지 필요한 수요는 3914명에 이를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관련 법의 급격한 시행인한 건설업계의 부작용을 우려하고 제도 시행을 늦추거나 교육을 확대하는 등 범정부 차원의 안전 전문가 양성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박철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건설 안전법 강화에 앞서 업체 상황 파악이 부족했고 이를 산업계가 감당하고 있다"면서 "정부가 전국 건설 현장에 필요한 안전 인력 수를 파악한 뒤 기존 자격 시험 일정을 대폭 늘리거나 건설안전 관련 학과를 늘리는 등 중장기적인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수영 연구위원은 "급증한 건설 안전관리자 수요로 인해 상대적으로 경영여건이 취약한 중소 건설사의 안전관리자 부족 문제가 심각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하고 "80억원 미만 공사의 안전관리자 의무 선임 유예와 교육 이수를 통한 안전관리자 자격인정 제도 재도입, 중소 건설기업 안전관리자 인건비 지원 등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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