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학기술정보통신부

"망 이용료 문제는 여러가지 법령과 묶여 있고 국가 간 문제가 발생하면 다른 문제와도 연결될 수 있어 공식적인 자리에서 입장을 표명하기 어렵다"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가 망 이용료 지급을 두고 수년째 법정공방을 이어가는 가운데 관련업계에선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해당 사안에 대해 뒷짐만 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취임 70여일을 맞은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 역시 망 이용료 문제에 대해 재차 구체적인 입장 표명을 회피하면서 국내 ISP(인터넷서비스제공자)를 중심으로 글로벌 CP(콘텐츠제공자)의 망 무임승차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20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간 망 이용료 갈등에 대해 원론적 입장을 나타냈다.

넷플릭스는 망 이용료 지급을 요구하는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지난 2020년 소송을 냈지만, 지난해 열린 1심에서 패소한 후 곧바로 항소를 제기했다. SK브로드밴드 역시 넷플릭스에 부당이득반환청구 소송을 추가로 제기하면서 현재 양측의 법정공방이 진행 중인 상태다.

이 장관은 "망 이용료의 경우 법률적으로 검토해야 할 부분이 많이 있는 것 같다. 특히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간 소송이 진행 중이고, 소송 결과가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관심이 높다는 점에서 옳다, 아니다를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며 "다른 나라는 어떻게 하고 있는지, 우리는 어떤 환경인지 등을 면밀히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세세하게 법률적으로 따지고 (소송) 결과에 대해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이 소요를 줄이고 현명하게 대처하는 방법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사실상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간 소송이 마무리된 후에야 대응책을 연구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앞서 이 장관은 지난 5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과기정통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도 망 이용료 문제와 관련한 질의에 "여러 상황을 지켜봐야 할 부분이 있다고 생각된다"며 "이 자리에서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답한 바 있다.

국내 이동통신3사 등 ISP는 주무부처인 과기정통부의 소극적인 태도로 속앓이만 하고 있다. 그간 국내 ISP는 글로벌 CP의 망 무임승차와 관련, 법적 효력을 갖춘 규제의 필요성을 꾸준히 강조해왔다.

또 다른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가 2020년 '인터넷망 이용계약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했지만 법적 강제성이 없어 권고 사항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이다.

조영훈 SK브로드밴드 부사장은 지난 12일 더불어민주당이 진행한 '구글·넷플릭스 등 글로벌 콘텐츠사의 망 무임승차 근절 방안 모색' 간담회에서 "구글과 넷플릭스만 망 이용료 협의를 하지 않으려 한다"며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법 개정만이 최소한의 협상력 담보 역할을 해줄 것"이라고 피력했다.

박형일 LG유플러스 CRO도 "구글과 넷플릭스가 국내에서만 망 이용료를 내지 않는 것은 CP간 형평성에도 어긋나고 지나치게 책임을 국내 통신사에게만 전가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현재 국회에는 글로벌 CP가 국내 ISP와 망 이용료 계약을 의무적으로 체결하게 하는 내용 등의 관련 법안 6건이 발의된 상태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ISP의 권리를 대변해야 하는 과기정통부의 이같은 대응 방식은 넷플릭스 등 글로벌 CP에 힘을 실어주는 꼴"이라며 "주무부처의 위상에 걸맞는 책임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20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4차 변론에서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는 '무정산 합의'를 두고 팽팽히 맞섰다. 넷플릭스는 SK브로드밴드와 무정산에 대한 묵시적 합의가 있었다고 주장한 반면, SK브로드밴드는 양사간 어떠한 무정산 합의도 없었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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