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름값 급등으로 인한 서민 피해를 줄이기 위해 일정 기간 유류세를 낮추는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유류세 인하 범위가 기존 30%에서 50%로 확대된다. 하지만 실제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회는 2024년 말까지 한시적으로 유류세 탄력 세율을 확대하는 내용의 교통·에너지·환경세법 개정안과 개별소비세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안 통과에 따라 휘발유, 등유, 중유, LPG 부탄 등 유류세 탄력세율과 개별소비세 탄력세율이 현행 30%에서 2024년 말까지 한시적으로 50%로 확대된다.
정부가 유류세를 다시 최대 폭으로 인하한다면 휘발유 유류세는 리터(L)당 최대 148원 더 내려갈 수 있다.
다만 최근 유가가 안정세를 보이고 있어 정부가 곧바로 유류세 추가 인하를 단행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개정안에도 '법 개정 이후 탄력 세율 조정 여부는 국제 유가와 물가 상황, 재정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는 부대 의견이 달렸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개정안에는 유가, 물가, 재정 등 여러 단서가 붙었는데 지금 국제유가가 하락 추세"라며 "하반기 유가가 하향 안정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는 만큼 당장 유류세를 추가로 인하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6월 말 배럴당 100달러를 웃돌던 미국 서부텍사스원유(WTI) 가격은 지난 1일(현지시간) 93.89달러에 거래를 마치며 6개월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일 국회 기재위 업무보고에서 유류세 인하와 관련해 "필요한 경우 적절한 시점에 50% 탄력세율을 적용하겠다"며 "최근 유가가 조금 하향 추세를 나타내고 있어 50% 탄력세율을 적용하지 않을 수 있는 상황이 오면 제일 좋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유류세 인하가 실제 기름값을 떨어뜨리는 효과는 크지 않다는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인위적으로 가격을 낮추면 당장은 효과가 있겠지만 오히려 기름 소비를 부추기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어서다. 유류세 인하로 인한 정부 세수 감소분은 상당한 반면 실제 소비자 가격을 낮추는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주장이다.
앞서 정부가 유류세를 인하했던 5월의 휘발유·경유 소비량은 4월에 비해 43%나 늘었다. 그동안 억눌렸던 소비가 되살아나는 일종의 '펜트업'(Pent-up effect) 효과다. 이같은 소비 증가는 또 다시 가격 상승을 유발할 수 있다. 유류세 인하 정책은 근본적인 물가 안정책이 될 수 없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되는 이유다.
게다가 국제유가 상승분이 유류세 인하분을 넘어서면 석유류 가격은 다시 흔들릴 수밖에 없다. 앞서 유류세를 찍어누르는 정부의 노력에도 국제유가는 고공 행진을 이어가며 사실상 유류세 인하분을 상쇄하기도 했다.
한편 업계는 유류세 인하에 최대한 협조하겠다는 입장이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지금까지 그래 왔듯이 유류세 인하 정책에 적극 부응해 가격 인하 효과가 신속히 나타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협조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