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대영 금융위원회 상임위원이 23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금감원, 금융협회, 정책금융기관, 금융회사와 함께 자금시장 관련 현황 점검회의를 개최해 최근 자금시장 현황과 금융회사 리스크 요인을 점검했다.ⓒ금융위원회

가파른 금리 인상 속도에 '레고랜드 사태'가 더해지면서 채권시장 전반이 얼어붙은 가운데 정부가 '돈맥경화' 방지를 위해 유동성 공급을 예고했다. 레고랜드에 악화된 투자심리 개선을 위해 정부와 금융당국 등이 루머 확산 대응, 자금 수혈 등을 예고했지만 시장 전반의 위기감은 고조되는 분위기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일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 등이 참석한 가운데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개최했다.

이날 추경호 기재부 장관은 "최근 회사채 시장과 단기 금융시장의 불안심리 확산, 유동성 위축 방지를 위해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을 50조원 플러스 알파(+α) 규모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정부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은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 20조원 ▲회사채·기업어음(CP) 매입 프로그램 16조원 ▲유동성 부족 증권사 지원 3조원 ▲주택도시보증공사(HUG)·주택금융공사 사업자 보증지원 10조원 등으로 꾸려진다.

유동성 공급은 당장 이날부터 시작된다. 채안펀드 가용재원인 1조6000억원을 투입해 시공사 보증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등 회사채, 기업어음(CP) 매입에 투입한다.

추가 자금 조성을 위해 11월부터 펀드 자금 요청(캐피털 콜)도 즉각 시작한다. 산업은행, 기업은행, 신용보증기금이 운영하는 회사채·CP 매입프로그램 매입 한도는 8조원에서 16조원으로 기존 대비 2배 확대한다.

유동성 부족 증권사는 한국증권금융이 3조원 규모 유동성 지원에 나선다. 은행권이 한국은행에 요구한 적격담보증권 확대 조치도 검토한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레고랜드 사태 이후 급격히 위축된 자금경색 여파는 당분간 지속되겠다"며 "상대적으로 크레딧 위험에 노출되지 않은 국채도 전반적인 채권 투자심리 악화로 상당한 부다미 불가피하겠다"고 진단했다.

강원 레고랜드 사태는 사업자금 조달 지원을 위해 발행한 PF ABCP에 보증을 섰다가 보증 의무를 이행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화두에 올랐다. 공동락 연구원은 "이에 지방자치단체가 보증한 유동화증권도 신뢰할 수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는 등 투자심리가 급격하게 냉각됐다"며 "동시에 발행 등 조달시장에도 충격이 그대로 이어져 10월 회사채 발행이 급감했다"고 설명했다.

국내 채권시장은 한국은행의 지속적인 기준금리 인상, 미국발 공격적 통화긴축 부담 등이 시중금리 상승 압력으로 이어지면서 투자심리가 위축된 상태다.

공 연구원은 "특히 10월 한국은행이 7월에 이어 다시 기준금리 인상폭을 50bp로 하는 빅 스텝 인상을 단행하면서 위축이 심화됐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2021년 8월부터 1년 이상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 진행에도 불구, 환율 및 대외 요인을 겨냥한 기준금리 인상 여파까지 더해져 채권투자 및 보유에 대한 욕구가 크게 취약해졌다"고 분석했다.

레고랜드발 여진은 지속될 것으로 점쳤다. 공 연구원은 "최근 불거진 자금경색 및 크레딧 시장 위축은 단순히 크레딧 영역에서 그치지 않고 전체적인 채권 투자심리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공 연구원은 이어 "현재의 누적 국채 금리 상승에서 촉발된 크레딧 금리 상승, 스프레드 확대 상황에서는 크레딧시장 위축이 전반적인 채권 투자심리 악화 확산 가능성이 있어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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