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증권사가 매입확약에 나섰던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ABCP(자산유동화 기업어음)가 부실화 뇌관으로 부상하고 있다. 우발채무 확대로 인한 건전성 하락은 물론 수익성 저하로 연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달 말 기준 증권사들이 매입확약에 나선 부동산 PF 규모는 15조원 수준이다. 이달 중 건설사가 PF를 기초로 발행한 ABCP 상환이 불가능한 경우 매입확약에 나선 증권사가 손실을 끌어안아야 한다.
개별 증권사 별로는 메리츠증권이 2조344억원으로 최대치를 기록했다. 뒤를 이어 삼성증권(1조8434억원), 한국투자증권(1조4412억원), KB증권(1조1899억원), 하이투자증권(8668억원), 하나증권 (7693억원), 현대차증권(6442억원), BNK투자증권 (5332억원) 순으로 높았다.
매입확약은 건설사가 발행한 PF 유동화증권에 대한 채무 보증을 하겠다는 의미다. 부동산 개발사업의 실질적인 사업 운영자인 시행사가 대출을 못 갚으면 증권사가 이에 대해 일부를 상환해야 하는 것이다.
27일 기준 금융감독원과 금융투자업계가 추산한 국내 26개 증권사의 부동산 익스포저(위험노출액) 는 56조5230억원 수준이다. 이 중 부동산 PF에 대한 익스포저는 PF대출 3조1280억원과 PF채무보증 24조8620억원을 합산한 27조9900억원에 달한다.
전체 증권사의 채무보증 대비 매입확약 비율은 상당히 높은 편이다. 증권사의 채무보증은 매입확약형(신용공여형)과 매입보장형(유동성 공여형)으로 나뉘는데, 매입확약은 시행사가 대출을 못 갚을 때 증권사가 일부상환·매입에 대한 책임있다는 점에서 매입보장보다 증권사 유동성 리스크를 심화시킬 수 있다.
매입확약 규모가 클수록 채무보증에 대한 리스크도 커지는 셈이다. 증권사 채무보증은 통상적으로 매입확약 방식으로 이뤄지므로 급격하게 채무보증을 늘린 증권사들은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도 같이 커진 셈이다.
다만 정부가 증권금융을 통해 PF 대출과 ABCP 차환에 어려움을 겪는 증권사에 대해 3조원 규모의 유동성을 지원하겠다고 밝혔고, 산업은행이 증권사 CP 매입 프로그램을 2조원 규모로 선제적으로 가동하겠다고 한 만큼 PF 사업장에 대한 안정화도 이뤄질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