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현대 현대삼호중공업 사장ⓒ현대삼호

신현대 현대삼호중공업 사장 취임 이후 독보적인 수주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메탄올 이중연료 추진 선박 등 친환경 선박 중심 선별수주에도 불구하고 연간 수주목표의 두 배에 달하는 수주실적을 거둔 것. 특히 신 사장은 컨테이너선, 가스선 등으로 충분한 일감을 채웠다. 이후 수익성 높은 친환경 선박과 함께 도크 생산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유조선 수주에 나서 수익성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삼호중공업은 올해 들어 현재까지 51억달러 규모의 선박을 수주하며 연간 수주목표(26억달러)의 2배에 달하는 수주성과를 거뒀다. 선종별로는 컨테이너선이 19척으로 가장 많고 LNG선(7척), VLGC(2척), 수에즈막스 유조선(2척)이 뒤를 이었다.

지난해 86억달러 규모의 선박 48척을 수주한 현대삼호는 충분한 일감을 확보함에 따라 올해는 보수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수익성 높은 계약 위주의 선별수주에 나선다는 방침이었다. 하지만 1월 31일 프랑스 선사 CMA CGM으로부터 1만3000TEU급 컨테이너선 12척을 수주했다.

이어 2월 14일 HMM과 9000TEU급 선박 7척에 대한 건조계약을 체결하며 45일 만에 연간 수주목표를 달성했다. 이후에도 LNG선, VLGC에 이어 올해 첫 유조선 수주까지 성공한 현대삼호는 다른 조선사들과 달리 지난해보다 빠른 수주행보를 보이고 있다.

올해 1분기 기준 현대삼호의 수주실적은 49억4300만달러로 전년동기(40억6600만달러) 대비 21.57% 증가했다. 현재와 같은 수주행보가 지속될 경우 지난해 실적 뿐 아니라 연간 100억달러 수주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삼호중공업 관계자는 "선별수주 방침으로 연간 수주목표를 다소 보수적으로 정한 측면도 있다. 하지마 연초 예상과 달리 컨테이너선 발주가 이어지면서 수주실적에 영향을 미쳤다"며 "유조선 시장에서 기대만큼 발주가 이뤄지지 않고 있어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현대삼호중공업이 건조한 LNG추진 초대형 컨테이너선ⓒHD현대

현대삼호가 지난해부터 현재까지 수주한 컨테이너선은 41척, 가스선은 31척으로 70척을 넘어서고 있다. 이 두 선종만으로도 충분한 일감을 채운 상황이다. 도크에서 한 번에 건조할 수 있는 선박을 늘리기 위해서는 이들 선종보다 상대적으로 크기가 적은 수에즈막스 유조선, VLCC(초대형원유운반선) 등을 채울 필요가 있다.

지난해 전 세계적으로 발주된 유조선이 107척으로 2021년(215척) 및 2020년(217척)에 비해 크게 감소했다는 점도 올해 유조선 발주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는 근거가 됐다. 연초 전망과 달리 유조선 발주는 현재까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발주가 이뤄져도 낮은 가격을 앞세운 중국 조선업계가 대부분의 물량을 가져가고 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씨탱커스(Seatankers)는 상해외고교조선에 2척의 수에즈막스 유조선을 발주했으며 캐피탈마리타임(Capital Maritime)과 마란탱커스(Maran Tankers)도 뉴타임즈조선(New Times SB)에 옵션 포함 총 16척의 수에즈막스 유조선을 발주했다. 특히 상해외고교조선이 수주한 선박의 선가는 척당 7200만달러로 현대삼호가 수주한 선박의 선가(8526만달러)보다 1326만달러나 낮은 수준이다.

중국 조선업계도 벌크선과 유조선으로 어느 정도 일감을 채워 낮은 가격에 빠른 납기를 기대하기 어려워진 만큼 우수한 품질의 선박을 원하는 선사들은 한국 조선업계를 찾을 것이며 일감확보가 급하지 않은 한국 조선업계는 시장의 변화를 관망하겠다는 입장이다.

최광식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기다리던 수에즈막스 탱커의 대규모 발주가 나왔다. 하지만 낮은 신조선가를 제시한 중국이 가져갔고 우리나라 단골 선사인 마리나키스와 안젤리쿠시스까지 중국을 선택한 점은 안타깝다"며 "향후 양호한 신조선가로 좋은 물량을 수주하는 '빌더스 마켓(Builder's Market)'을 지키고 있는 한국 조선업의 전략에 동의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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