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투자증권

시세조종 의혹을 받고 있는 카카오 창업주인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구속되면서 카카오뱅크 2대 주주인 한국투자증권 행보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카카오뱅크의 대주주인 카카오가 대주주 적격성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지분을 강제 매각 해야하는데, 이 경우에 2대 주주인 한국투자증권이 카카오뱅크의 1대 주주로 올라서게 되기 때문입니다.

올해 1분기 말 카카오뱅크의 최대주주는 카카오로, 카카오뱅크 주식 1억2953만3725주(27.16%)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카카오뱅크는 인터넷 은행으로 인터넷 전문은행 특례법을 적용받습니다. 해당 법안에 따르면 산업자본이 인터넷은행 지분을 10% 이상 보유하려면 대주주가 최근 5년간 조세범처벌법·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공정거래법 등의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의 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만 합니다.

금융당국은 6개월 마다 정기적으로 대주주가 이러한 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는지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진행하고, 만약 문제가 발생해 대주주 자격을 유지하지 못하게 된다면 대주주 보유 지분 중 10% 초과분은 반드시 처분해야 합니다.

김 위원장은 카카오의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 주가 시세조종 의혹에 대한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지난 23일 새벽에는 이러한 혐의로 김 위원장이 구속됐습니다.

김 위원장이 처벌을 받을 경우 직원과 회사에 함께 책임을 묻는 양벌 규정에 따라 카카오 법인에 벌금형 이상을 받을 수 있고, 이 경우 카카오는 카카오뱅크 지분을 팔아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카카오가 카카오뱅크 지분을 팔게 되면 한국투자증권은 난감한 상황에 처하게 됩니다. 한국투자증권은 2대 주주로 카카오보다 1주 적은 1억2953만3724주(27.16%)를 소유하고 있습니다. 카카오가 지분을 처분할 경우 카카오뱅크 1대 주주가 한국투자증권이 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금융지주법상 은행은 증권사의 지배를 받지 않기 때문에 한국투자증권의 카카오뱅크 지분을 한국금융지주가 사갈 수 있습니다.

한국투자증권은 2022년 12월 한국금융지주와 한국투자밸류운용이 각각 보유한 카카오뱅크 지분 4.0%, 23.18%를 모두 취득하면서 카카오뱅크 2대 주주가 됐습니다. 한국투자증권은 카카오뱅크 지분을 가져오는 과정에서 모회사인 한국금융지주 유상증자와 한국투자밸류운용 배당을 통해 한국투자증권 별도 자본총계(자기자본)를 8조원대로 늘렸습니다.

초대형 IB로 발행어음업 인가를 받은 증권사는 자본금 200% 한도까지 만기 1년 이내 단기 금융상품인 발행어음을 발행할 수 있습니다. 자기자본을 늘리면 늘릴수록 자금 조달이 쉬워지는 구조입니다.

그동안 한국금융지주와 한국투자증권은 발행어음업 다음으로 종합투자계좌(IMA) 라이센스를 얻기 위해 자기자본을 지속적으로 확충해왔습니다. IMA는 은행 예금처럼 원금은 보장해주면서도 투자 수익이 발생하면 고객에게 나눠줄 수 있는 계좌 상품으로, 발행어음과 달리 일정 비중(70%)을 기업금융에 둬 모험자본을 공급하도록 하는 조건만 지킨다면 한도 없이 대규모로 일반 고객 자금을 조달해 기업에게 대출·투자해줄 수 있습니다.

만약 한국투자증권이 한국금융지주와 한국투자밸류운용으로부터 카카오뱅크 지분을 취득했던 방법으로 한국금융지주에게 다시 지분을 넘길 경우 한국투자증권의 자기자본 규모는 위축될 수 있습니다. 1분기 말 기준 한국투자증권의 발행어음 잔고는 15조원을 돌파했기 때문에 자기자본 감소는 핵심 사업 위축, 나아가 IMA라는 신사업 진출 계획도 차질을 빚을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한국투자증권은 배당을 최소화하고 매각대금을 현금으로 받아 자기자본 규모를 유지하는 방식으로 지분을 한국금융지주로 넘길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한국금융지주가 카카오뱅크의 1대 주주로 등극하는 것도 한국금융지주 입장에서는 리스크가 큽니다. 은행지주회사로 전환되면 BIS(국제결제은행) 자본비율 규제를 받게 되기 때문입니다.

김재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한국금융지주의 핵심 사업 영역인 기업대출 익스포져의 경우 비은행지주의 순자본비율(NCR) 필요자본 계산 시 위험가중치는 최대 32%지만 은행지주의 바젤3 기준 위험가중자산(RWA) 계산에서는 이보다 높은 위험가중치가 적용될 수 있다”며 “카카오뱅크 지분 인수는 한국금융지주 본업에 부담을 야기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업계에서는 한국투자증권이 카카오뱅크 관련 불확실성에 대응하기에는 시기상조라고 보고 있습니다. 아직 김 위원장 및 카카오에 대한 법적 절차가 확정되지도 않았고 대법원까지 가게 된다면 결과가 나오기까지 수년의 시간이 걸리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카카오의 카카오뱅크 초과 지분 매각 여부는 최종적으로 금융위의 결정 사항이기 때문에 법원의 결과가 나온 이후에도 추가로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아직 어떤 것도 결정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카카오뱅크와 관련해 내부적으로 전혀 검토한 바 없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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