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업형 슈퍼마켓(SSM)이 다시 전성기를 맞았다. 한때 소형 채널인 편의점과 대형채널인 마트 사이에 치여 사양길을 걷는 듯 했지만, 수년 새 유통 업황과 소비 행태가 상당 부분 바뀌면서 다시 매출이 늘고 있다.
16일 산업통상자원부 통계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전체 SSM 채널의 매출 증가율은 5.6%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이 1%포인트(p) 더 확대되면서 성장세가 유지됐다.
개별 기업으로 봐도 마찬가지였다. 롯데쇼핑이 운영하는 SSM 롯데슈퍼의 경우 올해 2분기 128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면서 전년 동기 50억원 대비 153.3% 성장했다. GS리테일이 운영하는 GS더프레시 역시 44억원에서 65억원으로 영업이익이 47% 늘었다.
더군다나 이는 같은 기간 대형마트 브랜드인 롯데마트와 편의점 브랜드 GS25의 수익 지표가 하락하는 사이 발생한 대조적 행보였기 때문에 한층 더 눈길을 끌었다.
그간 SSM은 편의점보다는 접근성이 낮은 편이고, 대형마트보다는 가격이 비싸 애매한 포지션에 속했다. 하지만 최근 1~2인 가구가 생필품은 온라인에서 대량 주문하고, 식자재는 직접 보고 소량 구매하는 경향 짙어지면서 선호도가 다시 오르고 있는 것이다.
특히 식자재 부문의 매출 증가가 주효했다. 아무리 온라인 채널이 성장하더라도 신선식품 등 식재료는 발품을 팔아 직접 물건을 확인하고 사는 소비자들이 여전히 많기 때문이다.
SSM 채널 매출에서도 식품 카테고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높았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SSM 전체 매출에서 식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91.8%에 달했다. 대형마트(66.7%)와 편의점(56.7%)에 비해 훨씬 높은 수치였다.
1~2인 가구 확산 및 고물가로 인한 집밥 수요 증가 등으로 현재 유통업계 전반에서 소량 구매 및 근거리 소비가 확산 추세가 유지되고 있기 때문에 향후 시장 전망도 양호한 편이다.
이에 SSM 채널 보유사들은 일단 하반기 출점 작업에 속도를 올려 외형을 더 키우고, 당일 즉시 배송 서비스를 강화해 접근성 끌어올리는 등 부족한 점을 보완해나간다는 방침이다.
GS더프레시의 경우 올 연말 534점, 내년 600점을 돌파하고, 2027년까지 점포 1000개를 개설한다는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하기도 했다. 배송 서비스의 경우 현재 자사 애플리케이션 우리동네GS 외에도 요기요, 네이버쇼핑, 배달의민족(배민) 등과 연계해 퀵커머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롯데슈퍼나 이마트에브리데이는 대형마트인 롯데마트와 이마트와의 상품 통합 소싱(조달)을 통해 내실을 높이고 있다. 특히 롯데슈퍼는 지난해 ‘롯데프레시’, ‘롯데프레시앤델리’ 등으로 사용됐던 간판을 ‘LOTTE SUPER’로 통일했다. 또 공정거래위원회 정보공개서를 새로 등록해 가맹사업의 포석을 깔기도 했다.
이마트에브리데이는 지난 4월 이마트의 합병을 결정하고 지난달 ‘통합 이마트’ 출범을 알렸다. 현재 이마트 후레쉬센터와 미트센터의 신선식품이 이마트에브리데이 점포에 공급되며 식품 분야 역량 강화 작업에 한창이다. 이마트는 연내 이마트에브리데이 점포 수를 140여개로 늘릴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SSM 채널이 소형 가족을 위한 장보기 채널로 부상하면서 실적 반등에 성공하고 있다”며 “아무리 온라인 채널이 발달하더라도 단순 생필품이 아닌 식재료는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구매하고자 하는 소비자들이 여전히 많다. SSM 채널들도 이 부분에 주안점을 두고 역량을 계속해서 강화해나가는 중”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