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여의도 증권가 전경.ⓒEBN

100세 시대 도래로 연금자산 증식이 국민들의 주요 관심사로 떠오른 가운데 25일 새롭게 출시된 ‘디딤펀드’가 연금투자자들의 관심을 끌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디딤펀드는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의 공약 중 하나로 임기 반환점을 돈 시점에 처음으로 시장에 공개됐다. 디딤펀드는 연기금 및 공제회의 분산투자 운용방식과 유사한 자산배분전략을 활용한 상품으로, 장기 연금투자에 효과적인 BF(밸런스 펀드)를 발굴해 근로자의 연금상품 비교·선택을 돕고 건전한 자산배분 연금투자 문화를 확산하고자 추진됐다.

디딤펀드는 서 회장 취임 첫 해인 지난해 4월부터 상품컨셉 관련 내부검토, 회원사 협의 등을 거쳤으며 같은 해 8월부터는 운용사 실무TF를 운영해 디딤펀드 상품컨셉 및 펀드조건 등 추진방향도 구체화했다. 디딤펀드라는 브랜드명도 서 회장이 제안할 정도로 서 회장은 디딤펀드 추진에 힘을 쏟은 것으로 알려졌다.

디딤펀드는 자산배분 연금투자 문화 확산을 위해 고안된 만큼 주식 50% 미만, 투자부적격채권 30% 미만으로 편입 비중을 제한해 퇴직연금계좌에서 100% 투자가 가능하다. 또 개별 자산운용사의 ‘디딤’ 브랜드 사용 펀드를 1개 상품으로 제한해 운용사의 역량을 집중시키고 경쟁보다 소비자의 인식 제고에 중점을 뒀다.

총 25개 자산운용사가 참여했으며 25개 디딤펀드 중 24개 펀드는 25일부터 14개 증권퇴직연금사업자를 통해 판매 개시됐다. 대신자산운용 디딤펀드는 10월 중 판매 예정이다.

▶ ⓒ금융투자협회

많은 국민들은 예·적금 등 원금보장형 상품을 통해 노후자산을 마련하고 있다. 퇴직연금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를 도입하면서 연금 수익률 제고에 힘쓰고 있지만 대부분의 가입자가 여전히 원금보장형상품에 집중돼 있다.

원금보장형 상품으로만 연금 자산을 운용할 경우 장기적으로 물가상승률보다 낮은 성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에 디딤펀드는 다양한 자산군에 분산 투자를 해 물가상승률을 상회하는 성과를 목표로 한다.

한국의 퇴직연금 시장에서 자산배분형펀드로 타겟데이트펀드(TDF)가 주를 차지하고 있는데, TDF가 은퇴 시점에 따라 안전자산과 투자자산의 비중을 조정하는 것과 달리 디딤펀드는 BF로 안전자산과 투자자산의 비중을 고정해 변동성을 낮췄기 때문에 TDF를 보완할 수 있는 상품으로 기대를 받고 있다.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 퇴직연금 디폴트옵션 적격상품 대부분이 TDF 조합으로 제시되고 있지만 개별 근로자의 위험성향에 따른 적합성 원칙이 그대로 준용되는 우리 디폴트옵션제도에서 TDF 조합으로 제시되는 자산배분형펀드는 비합리적이고 비효율적인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디딤펀드는 타겟리스크펀드(TRF) 유형의 자산배분펀드로, TRF는 특정 위험량을 목표로 다양한 운용 자산의 조합과 상시적 리밸런싱을 제공하기 때문에 적합성 원칙에 따른 위험성향을 준수해 우리 디폴트옵션에 적합하다”며 “디딤펀드는 퇴직연금시장에서 자산운용업 본연의 역할이라는 측면에서 대단히 의미 있는 시도”라고 평가했다.

다만 얼마나 연금투자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 있느냐가 디딤펀드의 과제다. 이미 퇴직연금 디폴트옵션 시장에서 TDF가 주요 상품으로 자리잡고 있으며, 각 자산운용사들도 TDF 라인업을 강화하면서 TDF 역량을 강화하고 있는 모습이다. 세부적으로 TDF와 디딤펀드의 성격은 다르지만 투자자들에게 원금보장형 상품보다 더 높은 수익률을 안정적으로 제공하는 것이 목표라는 점에서 비슷한 상품으로 와닿을 수 있다.

특히 디딤펀드가 원금보장형상품보다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지만 주식 투자보다는 안정적인 성과를 기대하는 투자 성향을 고려하면 현재 판매사가 증권사로 치중돼 있다는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증권사 계좌 보유 투자자들보다 은행 창구 고객들이 보다 더 안정적인 투자 성향을 보이는데, 수익률을 중요시 하는 투자자 대상으로 디딤펀드의 관심도가 떨어질 수 있다. 은행의 경우 판매하는 펀드를 까다롭게 선별하고 있어 은행에서 디딤펀드의 판매가 언제쯤 이루어질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디폴트옵션 적격상품으로 승인 받기 위해서는 검증된 운용실적도 필요해 디폴트옵션에 포함되기까지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디딤펀드는 당장 성과를 기대하고 추진한 것이 아니다”라며 “일단 시장에서 실적을 쌓는 것이 중요하고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라인업도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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