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신차 판매량 감소 추세가 지속되자 주요 기업이 대응책을 쏟아내고 있다. 전기차 신차 출시 계획을 연기하거나 외부 지출을 극단적으로 줄이는 등 각기 다른 전략을 내세운다.

현대자동차·기아는 5년 전보다 투자 비용을 2배가량 늘려 미래 모빌리티 시장 게임체인저로 한 번 더 도약한다. 또한, 하이브리드차부터 주행거리연장형전기차(EREV)까지 다양한 파워트레인(동력 전달 방식)을 선보여 예측불가능한 미래에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10일 완성차 업계 및 주요 외신에 따르면 토요타는 미국에서 전기차를 생산하는 일정을 오는 2025년에서 2026년 상반기로 연기했다.

지난해 글로벌 판매량 1위에 오른 토요타는 켄터키에 위치한 공장에 13억달러(1조7500억원)를 투자해 3열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를 생산할 방침이었다. 또한, 2026년까지 총 10개의 전기차 신차를 선보이겠다는 계획을 세운 바 있다. 

토요타는 대신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동력 전달 방식) 라인업을 강화한다. 2030년까지 미국 내 주요 모델에 내연기관차는 없애고 하이브리드 모델만 출시해 오염물질 배출 규제에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반대로, 지난해 글로벌 '톱5'였던 제너럴 모터스(GM)는 당분간 내연기관차 생산에 집중하기로 했다. 전기차 수요 둔화로 가솔린 픽업트럭 수요가 다시 증가함에 따른 조치다. 

일각에서 제기됐던 현대차와 하이브리드차 연구개발 협업 논의는 실현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027년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신차를 출시하기 전까지 오염물질 배출 조건 규정을 달성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지난해 GM과 5위 자리를 치열하게 다툰 스텔란티스그룹의 전략도 눈에 띈다. 최근 스텔란티스그룹은 그룹 내 투입되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 외부 공급업체의 구매 요청을 면밀하게 조사하라고 재무팀에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현금 유출을 막기 위해 차량 생산을 줄이는 등 지갑을 닫는다.

글로벌 톱2인 폭스바겐그룹은 보유 브랜드별 전기차 출시 방침을 유지한다. 다만, 수요 약세 및 비용 상승에 따른 이익 감소가 예고됨에 따라 벨기에 브뤼셀의 아우디 공장 매각을 검토하는 등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완성차 업계의 화두가 수익성 확보라고 입 모아 말한다. 전기차 시대를 맞이하기 위해서는 투자 동력을 마련해야 한다. 그러나 미국과 중국, 유럽 주요 국가들의 경기 침체는 장기간 지속되고 있다. 신차 수요 감소로 수익이 줄어든 탓에 투자 여력이 줄어드는 상황이다. 

이에 각 사는 지갑을 닫거나, 선택과 집중 전략 등으로 수익성 확보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북미에서 판매하는 토요타의 하이브리드 SUV 마진은 가솔린 SUV보다 차량당 이익이 10% 높다. 토요타가 하이브리드 라인업을 늘리는 이유다. 

반면, 하이브리드 라인업이 없는 GM과 스텔란티스그룹은 추가 비용 투자를 줄이고, 기존 사업의 수익률을 확보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기업별 수익성 확보 전략이 엇갈리는 가운데, 현대차·기아는 장점인 '혼류 생산'을 확대한다. 내연기관차부터 하이브리드, 전기차까지 모든 파워트레인의 신차를 선봬 소비자 눈길을 사로잡겠다는 전략이다. 

이에 양사는 전동화 톱티어 브랜드가 되기 위한 신차 출시 계획은 유지하면서도,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은 대폭 늘린다. 하이브리드차로 두자리 수 수익성 확보를 이어가 전동화 전환 기틀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현대차는 준중형 및 중형 차급 중심으로 적용됐던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소형, 대형, 럭셔리 차급까지 기존 7개 차종에서 14개 차종으로 확대한다. 기아 또한 현재 6개인 하이브리드 라인업을 2028년까지 9개로 늘린다. 제네시스는 전기차 전용 모델을 제외한 전 차종에 하이브리드 옵션을 제공하기로 했다. 

올해 4분기 공식 가동을 앞둔 미국 조지아주의 전기차전용 신공장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서는 하이브리드 차량 혼류 생산 시스템을 갖춰, 소비자 수요에 유연하게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전동화 전환 가교 역할인 EREV도 새롭게 선보인다. EREV는 엔진이 기존 내연기관차와 달리, 전기를 생산해 배터리 충전을 지원하는 발전기 역할을 맡는다. 이에 따라 배터리 용량을 약 30% 감소해도 최대 900km까지 주행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수익성을 바탕으로 적극적인 투자도 이어간다. 단 5년 만에 현대차가 밝힌 중장기 투자 계획은 약 2배가 뛰었다. 현대차는 2019년, 61조1000억원을 2025년까지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CEO 인베스터데이에서 밝힌 계획은 총 10개년, 120조5000억원이다. 기아 역시 신규 5개년 투자 계획이 5조원가량 증가했다.  

조수홍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협업을 통해 사업 리스크를 줄이고 미래 성장 잠재력을 확대하고 있다는 점, 글로벌 경쟁구도 개편 과정에서 현대차가 판을 바꾸고 주도하고 있다는 점, 향후 레거시(전통) 업체 간 차별화 확대 과정에서 현대차의 브랜드 위상이 강화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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