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공=연합]](https://cdn.ebn.co.kr/news/photo/202410/1639726_650361_5543.png)
정부가 대형마트 규제 완화에 시동을 건 가운데 정작 여야는 법개정 공방만 거듭하고 있다. 이미 이커머스와 역차별을 받는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지자체)별 시행 중인 평일 의무휴업을 막으려는 법안도 발의돼 대형마트의 고심은 깊어지는 모양새다.
11일 정치권에 따르면 22대 국회 개원 이후 총 10건의 유통산업발전법(유산법)이 발의됐다. 정당별로 여당 국민의힘 4건,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 5건, 진보당 1건 등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대형마트는 매일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 영업을 할 수 없다. 새벽 배송도 불가하다. 월 2회 의무적으로 휴업도 해야 한다. 올해로 28년째를 맞은 유산법은 제정 당시 유통구조 선진화와 유통기능 효율화, 소비자 편익 증진 유통산업 발전을 취지로 했다.
그러나 2010년대부터 대형마트 규제 일변도로 변화됐다. 구체적으로 △전통상업보존구역 내 대형마트 신규 출점 제한(2010년) △영업시간 제한·의무휴업(2012년) △영업개시 60일 전까지 대규모·준대규모점포 개설 예고 등이다.
대형마트 규제로 방향을 튼 데는 ‘전통시장·소상공인 보호’라는 대전제가 깔려 있다. 한 지역에 대형마트가 들어서면 전통시장이 죽고 결국 소상공인의 생계가 어려워진다는 얘기다. 국회가 이른바 ‘전통시장 살리기’에 나선 결과 대형마트는 업황 부진에 시달렸고 반대급부로 이커머스는 급성장했다.
실제 대형마트 3사(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는 2021년 이마트 전주에코시티점을 마지막으로 신규 출점이 없는 상태다. 되레 문을 닫고 있는 점포는 늘어나는 실정이다. 이마트는 올해 천안 펜타포트점, 서울 상봉점 영업을 종료했다. 홈플러스는 올해만 4개 매장을 철수한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올 초 발표한 ‘2023년 연간 매출동향’에 따르면 오프라인 대형마트 매출은 전년 대비 0.5% 증가에 그쳤다. 반면 온라인 매출은 9.0% 늘었다. 전체 유통업태 중 온라인 매출 비중(50.5%)이 오프라인 비중(49.5%)도 넘어섰다.
오프라인 유통업체의 몰락이 가속화하자 정부는 지난해 대형마트 새벽배송을 허용하는 대신 정부와 대형마트가 전통시장 디지털 전환·판로 지원 등을 돕는 방안을 대형마트, 중소 유통업계와 합의했다. 해당 개정안은 국회에 넘어갔지만, 야당 반대에 부딪힌 후 결국 21대 국회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22대 국회에선 여야 간 유산법 전쟁이 한창이다. 정당별로 유산법 개정 취지는 엇갈렸다. 여당은 대형마트 규제 완화에 초점을 둔 반면 야당은 대형마트 규제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이종배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7월 발의한 유산법은 대형마트가 온라인 영업을 하는 경우 의무휴업일 제한을 없애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의원은 “국경 제한조차 없는 온라인쇼핑이 이미 보편화된 쇼핑 채널로 자리 잡은 상황에서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에 온라인 영업까지 제한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입법 취지를 설명했다.
같은 당 강승규 의원은 이달 발의한 유산법에 △영업규제 시간 내 온라인 영업 가능 △의무휴업일 공유일 지정 폐지 등을 담았다. 강 의원은 “수도권·광역시 등 온라이 유통업체가 진출한 지역은 이미 새벽배송이 보편화됐다”면서 “대형마트의 새벽배송을 제한하는 것은 온·오프라인 유통 간 규제 형평성에 맞지 않다”고 했다.
반대로 송재봉 민주당 의원은 지난 8월 기존 유산법을 더욱 강화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했다. 현행법에 따르면 시장·군수·구청장 등 지자체장은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일을 이해당사자와 합의를 거쳐 공휴일이 아닌날 지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해당 내용을 토대로 일부 지자체는 지난해부터 대형마트 쉬는 날을 공휴일에서 평일로 바꿨다. 송 의원은 의무휴업일 공휴일에서 평일로 전환하는 것을 사실상 지자체장의 ‘재량권 남발’로 보고 이를 막는 법안을 내놓은 것이다.
실제 개정안에는 ‘이해당사자와 합의를 거쳐 공휴일이 아닌 날을 의무휴업일로 지정할 수 있다’를 ‘지정하여야 한다’로 바꾸는 내용이 담겼다. 송 의원은 “최근 일부 지자체에서 평일을 대형마트 의무휴업일로 지정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중소유통기업과 갈등이 야기되고 대형마트 근로자의 건강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와 함께 온라인 쇼핑이 가속화되면서 대형마트 의무휴업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면서 “대형마트의 대규모 국산 농산물 매입, 고용 유발, 인근 상권 활성화 등 긍정적인 경제적 효과를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