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 (제공=연합)
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 (제공=연합)

한국 작가들에게 염원이던 노벨문학상 수상이 현실이 됐다. 한강은 지난 10일 아시아 여성 작가 최초로 노벨문학상의 영예를 안으며 새 역사를 썼다. 

한강은 영국의 맨부커상(2016)과 프랑스 메디치상(2023)·에밀 기메 아시아 문학상(2024)을 연이어 수상한데 이어 노벨문학상까지 받았다. 

우리 문학계에서 2000년대 이후 노벨문학상 잠재적 후보는 항상 있었다. 고은 시인과 황석영 작가, 김혜순 시인이 주로 언급됐다.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히는 부커상에서는 3년 연속 한국 작품이 최종 후보에 올랐다.

부커상 역시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전일 한강 수상 발표 직후 홈페이지 첫 화면에 한강의 수상 소식과 사진을 띄우고 지난해 부커상 측과 진행한 인터뷰 링크도 게시했다.

한강의 팬들과 독자들도 환호했다.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 후 한강의 작품으로 서점가가 들썩이고 있다. 한강의 작품은 수백에서 수천 배의 판매 증가세를 보이고, 채 하루도 지나지 않아 양대 서점에서만 13만부가 넘는 판매고를 올렸다.  

교보문고에서만 6만부, 예스24에서는 7만부 이상이 팔려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물량이 부족해 대부분 예약판매로 진행되는 등 당장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스웨덴 한림원은 노벨문학상 선정 사유를 밝히며 한강의 특별한 문장과 스타일에 주목했다. 한림원은 한강의 작품들이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의 삶의 연약함을 드러낸 강렬한 시적 산문"이라면서 한강이 "시적이고 실험적인 문체로 현대 산문의 혁신가가 됐다"고 평가했다.

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는 70여년 전 4·3 당시 국가폭력에 의한 학살의 비극과 당시 행방불명된 가족을 찾으려는 희생자 유족의 아픔을  담았다.

한강의 시적인 문장들은 외국어로 번역하기가 매우 까다로울 것이라는 일각의 선입견도 있었다. 이 때문에 작가의 문학적 역량 외에도 문학 번역의 질과 양의 향상이 큰 몫을 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강의 문학세계를 세계에 널리 알린 번역가는 영국인인 데버러 스미스다. 케임브리지대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그는 2010년 한국어를 독학으로 배우기 시작하면서 한국 문학에 관심을 뒀다.

런던대 동양 아프리카대(SOAS)에서 한국학 석·박사 과정을 밟으며 한국 문화 전반에 대한 이해도를 넓혔고, 한국어 학습을 시작한 지 단 5년 만인 2015년 영국에서 '채식주의자'의 영어판을 처음 펴냈다. 이후  2016년 작가 한강과 함께 인터내셔널 부커상의 영예를 안았다.

부커상 국제부문은 작가 본인과 함께 번역자의 노고를 동등하게 인정해 번역자를 함께 시상한다. 

번역 역량은 민관이 함께 지원하고 있다. 한국문학의 내적 역량과 자산이 성장는데다가 체계적인 번역 지원이 더해지면서 K문학이 안정적인 성장기에 접어들었다고 평가받고 있다.

민간에서는 대산문화재단이 대표적이다. 대산문화재단은 교보생명 산하 교육문화재단이다. 정부 쪽에서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문학번역원이 수십 년 전부터 한국문학의 외국어 번역을 전략적으로 육성·지원해오고 있다. 

한강의 작품들 역시 번역원의 지원으로 영어, 불어 등 28개 언어로 번역돼 전 세계에서 총 76종의 책으로 출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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