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회장 취임 4주년을 맞은 현대자동차그룹이 세계 5위 경제 대국인 인도에서 활동 보폭을 넓힌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차 인도법인(HYUNDAI MOTOR INDIA LIMITED, HMI) 증시 상장을 통해 최대 4조40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마련한다. 이를 바탕으로 연산 150만대 규모의 생산 역량을 갖추고, 인도 전기차 시장 성장을 본격적으로 대응한다.

14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HMI는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오는 15일부터 청약을 진행한다. 주당 공모가액은 1865루피(2만9950원)~1960루피(3만1480원)이다.

현대차는 자사가 보유한 HMI 지분 100%(8억1254만1100주) 중 17.5%인 1억4219만4700주를 매각한다. 이를 통해 4조2000억~4조4000억원의 자금을 확보할 것으로 전망된다. 확보한 자금은 향후 인도 시장 투자에 활용된다.

생산 능력을 늘리기 위한 투자가 주가 될 것으로 보인다. HML은 인도 남부 타밀나두주에 2032년까지 10년간 3조2000억원을 투자한다. 해당 지역은 현대차 첸나이공장이 위치한 곳으로, 현대차는 연산 75만대 수준의 생산 설비를 10만대가량 확충하고 있다. 

지난해 인수한 GM 탈레가온 공장(현 푸네공장)의 설비 개선도 이어간다. 현대차는 해당 공장을 스마트 제조 시스템 적용, 연산 20만대 규모의 신공장으로 탈바꿈하기 위한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2025년께 푸네 공장 시운전이 시작되면 현대차는 인도 내 100만대가량의 생산체제를 구축하게 된다.

기아 또한 인도 공장의 생산 능력이 38만6000대에서 43만1000대로 확대된다. 현대제철 등 주요 계열사 등의 투자가 완료되면 양사는 합산 150만대를 생산하는 능력을 갖추게 된다.

전동화 전환을 위한 투자도 본격화한다. 현대차는 인도에서 순수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아이오닉 5' 판매를 시작했다. 향후에는 인도 시장 인기 모델인 '크레타'의 전기차 모델을 선보이는 등 2030년까지 총 5개의 전기차 모델을 투입할 예정이다. 

기아는 2025년부터 현지에 최적화된 소형 전기차를 생산하고, 다양한 전기차 모델을 순차적으로 공급한다. 

가성비가 중요한 인도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도 더한다. 양사는 인도 배터리 전문기업인 액사이드 에너지(Exide Energy)와 전략적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인도 전용 전기차 모델에 현지 생산 배터리 탑재를 추진 중이다. 전기차 원가의 가장 큰 배터리를 현지화해 대응한다는 복안이다.

전기차 보급 확대를 위한 인프라 투자 의지도 여전하다. 현대차는 판매 네트워크 거점을 활용해 2030년에는 전기차 충전소를 485개까지 확대한다. 기아 역시 전기차 충전 인프라 구축을 병행한다.

현대차가 인도 시장 공략 속도를 높이는 이유는 향후 미래 모빌리티 전략 거점으로 성장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해 인도 자동차시장 규모는 500만대로 중국, 미국에 이어 견고한 3위를 유지하고 있다. 이중 승용차(Passenger Car) 시장은 410만대 규모로, 오는 2030년에는 500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예측된다. 

게다가 인도 정부는 2030년까지 전기차 판매 비중을 전체 자동차 판매량의 30%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강력한 전동화 정책도 펼치고 있다. 올해부터는 최소 5억달러를 인도에 투자하고 3년 안에 전기차를 생산하는 업체에 최대 100%인 수입 전기차 관세를 15%로 대폭 인하하는 정책을 시행 중이다.

향후 인도의 전기차 시장은 연평균 49%씩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2030년까지 전기차 보급률은 30%, 연간 100만대에 가까운 전기차가 판매될 전망이다.

이에 정의선 회장은 인도 시장이 향후 미래 모빌리티 거점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판단하고, 투자를 결정했다.

현대차·기아는 인도 시장에서 합산 점유율 20%가량을 확보해 자국 기업 및 일본 스즈키의 합작 회사 ‘마루티-스즈키(40%)'에 이어 2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특히, 인도 전략형 모델 '엑스터'가 ‘2024 인도 올해의 차'에 선정되는 등 시장에서 인기를 높이고 있다. 양사는 인도 주식 상장 등으로 인기를 이어가며 인도 시장 모빌리티 리더로 도약을 위한 투자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정의선 회장은 “인도권역은 현대차그룹의 성장에 가장 큰 기여를 한 권역 중 하나로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도 세계 경제 침체와 공급망 대란 등 수많은 위기 상황을 극복하고 꾸준히 좋은 성과를 창출했다”며 “경제발전이 가속화되고 있는 인도에서 지속적으로 시장점유율 2위를 달성하고 프리미엄 이미지를 구축하며 브랜드 파워를 강화해 나가고 있는 점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밝혔다.

이어 “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인도를 글로벌 수출 허브로 육성해 나갈 것”이라며 “인도권역의 중요성을 고려해 앞으로 더 큰 역할을 해낼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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