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너럴 모터스(GM)가 비용 절감을 위해 자사 전기차 플랫폼 '얼티엄(Ultium)' 명칭 사용을 포기했다. 해당 선언이 전기차 선두 주자 입지를 굳힌 현대자동차와 포괄적 업무협약(MOU)을 맺은 직후여서 향후 양사의 전기차 분야 협력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양사가 전기차 생산 비용 절감을 핵심으로 여기는 만큼, 향후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등 연구개발을 함께 진행할 것으로 전망한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GM은 '인베스터 데이'를 열고, 향후 자체 전기차 플랫폼 브랜드 ‘얼티엄’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얼티엄이란 GM이 전기차 시장 선점을 위해 4년 전 연구개발해 완성한 차세대 전기차 플랫폼으로, 배터리와 부품 등을 GM만의 방식으로 '모듈화'한 제품이다. 국내에서는 캐딜락의 순수전기차 '리릭'에 활용된 플랫폼이자, 국내 배터리 제조사 LG에너지솔루션과의 합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GM은 전기차 사업 확장을 위해 얼티엄 이름을 더는 활용하지 않기로 했다. 얼티엄 브랜드는 고성능 제품인 니켈·코발트·망간(NCM) 삼원계 파우치 배터리셀을 활용한다. 하지만 LFP 배터리에 비해 가격이 높다는 단점이 있다. 이에 단일 종류의 배터리가 아닌, 차급과 차종에 적합한 배터리를 활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이다.

게다가 얼티엄 플랫폼 전략의 핵심은 오는 2025년까지 전기차 생산 비용을 최대 60%까지 절감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등의 영향으로 원가 절감 등 노력이 수포가 됐다. GM이 테슬라 출신 커트 켈티 배터리 부문 부사장을 영입하고 새로운 전기차 전략 구상에 나선 이유로 해석된다.

주목할 점은 GM이 저가형 배터리 활용을 늘리겠다고 선언이다.

켈티 부사장은 우선 북미를 포함해 향후 LFP 배터리 사용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는 2025년 미국서 보급될 쉐보레 '볼트 EV'는 LFP 배터리가 탑재될 예정이다. 또한, 저비용 LFP 배터리를 탑재해도 주행거리 350마일(560㎞) 이상을 주행할 수 있는 전기 픽업트럭을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업계는 해당 내용이 현대차와 새로운 연대의 단초가 될 것이라고 분석한다. 최근 현대차그룹 또한 LFP 배터리 등 전기차 원가 절감을 위한 연구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현대제철, 에코프로비엠 등과 LFP 배터리 양극재 기술 개발 사업을 진행 중이다. 현대제철이 LFP 배터리 주 소재인 재활용 철을 이용해 미세 철 분말 공정 기술을 개발하면, 에코프로비엠이 이를 활용해 LFP 양극재를 개발하는 식이다. 이는 별도의 전구체를 활용하지 않아 LFP 성능을 향상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현대차는 CEO 인베스터 데이를 통해 보급형 NCM 배터리를 신규 개발하겠다는 목표도 밝혔다. 기존 배터리보다 망간의 비중은 높고 니켈 용량은 줄여 가격은 낮춘다. 게다가 배터리 에너지 밀도 개선을 지속 추진, 2030년까지 20% 이상 밀도를 높인다는 계획도 이어가는 중이다.

실제로도 양사는 지난 9월 포괄적 MOU를 체결할 당시 비용 절감, 효율성 증대를 목표로 할 것임을 밝혔다. 

중국 전기차 브랜드가 자국 정부의 압도적 지원을 바탕으로 2만~3만달러가량의 전기차를 전 세계에 선보이고 있다. 전기차 가격대를 내연기관차 수준으로 끌어내려야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음이 분명해진 만큼, 전문가들은 양사가 공동 대응을 통해 비용 절감에 나설 것이라고 분석한다.

메리 바라 GM CEO는 인베스터 데이를 통해 "(전기차 관련) 앞으로 더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며 "현재 현대차와 체결한 MOU와 관련한 매우 중요한 작업이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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