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자동차·기아는 올해 3분기에도 최대 실적 경신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완성차 시장이 본격적인 피크아웃(정점 후 하락)과 대비된다.
전략은 철저하다. 고수익제품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중심 판매와 친환경차 인기도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 3분기 환율도 높은 수준에서 머무르면서 연간 실적 경신에 청신호가 켜졌다는 이유다.
23일 금융정보분석업체 에프앤가이드는 현대차·기아의 3분기 영업이익을 각각 3조8880억원, 3조1517억원으로 전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7%, 10% 늘어난 수치다.
전망이 현실화하면 양사 합산 7조원의 영업이익을 기록, 지난해 경신했던 역대 3분기 영업이익 기록을 갈아치우게 된다.
매출도 3분기 기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 양사의 매출은 각각 4.4%, 3.6% 늘어난 42조8096억원, 3조888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기 때문이다.
놀라운 부분은 현대차·기아의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감소세를 보였음에도 신기록 달성이 유력하다는 점이다. 현대차의 3분기 글로벌 판매량은 82만8889대로 전년 동기(87만8546대) 대비 5.9% 감소했다. 기아는 63만6209대로 전년(64만3073대) 대비 1.1% 줄었다.
글로벌 완성차 업계가 신차 판매량 감소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특히, 핵심 시장인 중국 경기가 여전히 부진한 탓에 판매량도 줄었다. 이에 폭스바겐그룹과 제너럴 모터스(GM), 테슬라 등 주요 완성차 기업의 3분기 실적은 모두 전년 동기 대비 하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차·기아의 실적은 나홀로 고공행진할 것으로 보인다. 고수익 차종 위주 판매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양사는 차 한 대를 팔아도 수익성이 높은 차량을 판매하겠다는 '믹스 개선'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이에 양사 전체 판매량에서 SUV 비중은 이미 50%를 넘어섰다. 제네시스 브랜드의 판매량도 6%를 차지한다. 주요 시장인 미국에서는 SUV 판매 비중이 80%에 달한다.
판매 지분의 4분의 1에 달하는 미국에서는 역대 최대 실적을 썼다. 현대차 미국법인의 3분기 소매 판매는 21만971대로 전년 동기 대비 5% 증가했다. 기아 또한 역대 7월 판매 기록을 경신하며 3분기 실적에 견인했다.
특히, 수익성이 높은 미국에서 친환경차 인기가 치솟고 있다. 두 회사가 올해 1~9월 미국 현지에서 판매한 전기차는 각각 4만8297대, 4만3051대로 총 9만1348대다. 지난해 같은 기간(7만111대)보다 30.3% 증가한 것. 현재 미국서 사상 처음으로 연간 전기차 판매 10만대를 돌파할 것이 확실시된다.
전기차 가교 역할로 다시금 주목받는 하이브리드차도 9월 기준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30% 증가하는 등 강세를 보인다. 현재 하이브리드차 역시 내연기관 수준에 준하는 수익성을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출의 핵심인 3분기 원·달러 환율은 상반기에 이어 1300원대를 이어갔다. 이에 따라 두 회사는 3분기도 시장 전망치를 웃도는 실적을 기록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유지웅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차와 기아의 3·4분기 예상 영업이익은 각각 4조1000억원, 3조4000억원으로 시장 전망치를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현대차와 기아의 전기차 판매량이 유의미한 수치를 기록하기 시작했으며, 3·4분기 실적을 시작으로 완성차 밸류에이션 산정의 주요 척도가 밸류업을 위한 주주환원 정책에서 전기차 판매 수치로 전환되기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