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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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기를 굳히면서 국내 반도체 업계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해외 반도체 기업에 보조금 혜택을 주는 조 바이든 행정부의 반도체 지원법(칩스법·CHIPS and Science Act of 2022)을 줄곧 비판해 왔다. 

반도체 패권을 둘러싼 각 국의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칩스법을 믿고 미국 투자 계획을 발표한 국내 기업들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6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트럼프 2기 출범과 관련해 향후 반도체 사업 방향성과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반도체 정책 방향이 칩스법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25일 유명 팟캐스트 진행자 조 로건의 팟캐스트에서 반도체법에 대해 "정말 나쁜 거래"라고 칭하면서 강도 높은 비판을 가했다.

당시 그는 "10센트도 낼 필요 없이 관세를 높게 매기면 그들(반도체 회사)이 아무런 대가 없이 반도체 공장을 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가 반도체법에 대한 반감을 드러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7월에는 "대만이 반도체 사업을 전부 가져갔다"며 우회적으로 반도체 지원법 폐기 의사까지 직접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칩스법은 미국에 설립하는 반도체 밸류체인 공정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법이다.  조 바이든 현 정부가 지난 2022년 제정했다. 미국에 공장을 짓는 기업에게 반도체 생산 보조금으로 총 390억달러, 연구개발(R&D) 지원금으로 총 132억달러 등 5년간 총 527억달러를 지원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미국 인텔과 마이크론을 비롯해 한국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대만 TSMC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지원 대상에 올랐다.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지원법을 통해 각각 64억 달러(9조원), SK하이닉스는 4억5000만 달러(6200억원)의 보조금과 세제 혜택을 받기로 했다.

트럼프 의지대로 반도체 지원법이 폐기된다면 삼성전자(텍사스)와 SK하이닉스(인디애나주)의 미국 반도체 공장 건설 계획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 또 최근 원자재비와 인건비가 상승한 데다 향후 트럼프 정부가 '고관세' 정책마저 펼친다면 공장 건립 비용은 부담은 더욱 늘어날 수 있다.

전문가들도 제 2기 트럼프 행정부 등장으로 '반도체' 산업의 불확실성이 높아졌다는 진단을 내리고 있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은 "트럼프 지지층 중 과반수가 현 정부에서 추진 중인 반도체·과학법 기반의 반도체 내제화를 지지하는 상황"이라며 "트럼프 선출 시 수입 관세 인상, 대중 투자 규제 등 디커플링과 자국 산업 육성 기조가 한층 강화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트럼프 집권 시 자국 기업 편중 지원에 더해 칩스법 보조금 관련 새로운 거래조건을 제시할 가능성도 나온다. 향후 기존 투자액 대비 보조금 규모를 낮춘다거나, 기존 보조금 대비 투자확대를 요구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짓고 있는 첨단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 [출처=삼성전자]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짓고 있는 첨단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 [출처=삼성전자]

■대중 수출 통제 전망에 "韓 반사이익 기대" 전망도도

마냥 부정적인 시각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일각에선 미국의 중국 기업 대상 수출통제 강도가 높아지면서 국내 기업들이 반사이익을 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미국이 중국 IT기업 화웨이에 대한 압박을 높일 경우 안드로이드폰 시장에서 한국산 제품이 수혜를 입을 것이란 기대감이 대표적이다.

앞서 1기 정부 시절 트럼프 행정부는 화웨이, SMIC 등 특정 중국 기업을 집중 통제한 바 있다.

산업연구원은 최근 '미국 대선 시나리오별 한국 산업 영향과 대응 방향' 보고서를 통해 "트럼프 집권 시 반도체지원법 보조금 및 세액공제 혜택 축소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반면, 반도체 및 핵심 판로 수요산업 내 중국 경쟁기업 견제 강화로 반사이익이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이어 "반도체지원법 관련 동일 지원 혜택 대비 추가 투자 요구가 있을 수 있다"며 "중국 견제 및 자국 내 첨단공정 제조기반 생태계 구축이라는 국가 전략을 고려할 때 현실화 가능성은 낮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결국 민관 협력과 국가 간 공조를 토대로 글로벌 공급망의 불확실성을 낮춰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미국의 통상정책이 심각한 글로벌 공급망 위기로 확대되지 않도록 국가 간 협력과 공조가 필요하다"며 "글로벌 관세정책이나 공급망 블록화의 부정적 영향을 완화하기 위해 핵심산업의 경쟁력 제고와 공급망 다변화, 제3국 수출시장 개척 및 내수판매 확대방안 등 민관협력 로드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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