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재훈 현대자동차 사장이 전기차 시장 투자를 이어갈 것을 약속했다. 미국 대선 결과에 흔들리지 않고 제 갈 길을 가겠다고 선언이다.
장 사장은 전기차 보조금에 의존하는 것은 일시적인 대처에 불과하다고 본다. 결국, 자체적으로 내연기관차 수준의 경쟁력 있는 전기차를 만들어야 고객을 만족시킬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에 현대차는 전기차 가격을 낮추고, 품질을 끌어올리기 위한 연구개발 및 투자를 지체 없이 이어간다.
11일 완성차 업계 및 외신에 따르면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지난달 말, 외신과 인터뷰를 통해 "(미국 대선에서) 누가 이기든 우리는 어떤 시나리오에도 대비하고 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 집단은 앞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미국 대선에서 승리하면 미국 자동차 시장 불확실성이 커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IRA를 '신종 녹색 사기'로 명명하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왔다. 또한, 화석연료보다 저렴한 에너지원은 없다며 청정에너지 전환을 반대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당선하면서 이러한 우려는 현실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관련 혜택 축소 또는 폐지가 전망된다. 최악의 경우, 최대 7500달러(1000만원)에 달하는 전기차 보조금 활용이 불가능해진다.
이에 따라 미국 내에서 전기차 투자를 활발히 진행 중인 현대차그룹의 향후 대응 방안에 관심이 쏠렸다. 현대차그룹은 전동화 리더십을 확보하기 위해 전기차 전용 신공장 'HMGMA(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를 세웠다. 또한, 오는 2025년까지 미국에 74억달러(10조3500억원가량)를 투자 중이다.
장재훈 사장은 "어쨌든 보조금은 일시적일 뿐이다. 우리는 결국 보조금에 의존하지 않고 우리만의 경쟁력을 가져야 한다"며 "누가 이기든 (전기차) 기술은 올바른 방향"이라고 밝혔다.
특히, IRA 보조금이 없어도 미국 고객에게 경쟁력 있는 전기차를 공급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겠다고 천명했다. 전동화 전환 속도를 늦추지 않겠다는 계획을 드러낸 것이다.
장기적으로 글로벌 전동화 전환을 앞당기기 위해서는 전기차 보조금에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주장이다.
현재 글로벌 전기차 시장은 절대적으로 전기차 보조금에 의지하고 있다. 현재 전기차는 높은 배터리 셀 원가 영향으로 내연기관차보다 높은 가격으로 형성돼 있다. 게다가 주행거리, 안전성 문제 등이 전기차 구매를 꺼리는 요인으로 꾸준히 지목된다.
전기차 보급 활성화를 위해 각 국가는 소비자에게 전기차 보조금을 지급 중이다.
다만, 전기차 보조금 정책은 한시적일 가능성이 크다. 전기차 보급 활성화를 위해 2010년대부터 보조금 보따리를 풀었던 중국은 전기차 보급률이 높아지자, 공식적으로는 지갑을 닫았다. 여타 국가도 향후 전기차 보급이 보편화되면 보조금을 없앨 가능성이 크다.
이에 장재훈 사장은 한시적인 보조금 정책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제품 가격을 낮추기 위한 노력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경쟁력 있는 전기차란 품질 좋고 내연기관차만큼 저렴한 제품을 뜻한다.
현대차는 전기차 가격을 낮추기 위해 보급형 NCM(니켈·망간·코발트) 배터리 신규 개발에 나섰다. 제조 원가의 15~20%를 차지하는 니켈 비중을 낮춘 배터리 셀을 활용하고, 에너지 밀도는 향상해 주행가능 거리를 늘린다는 계획이다. 또한, 최적화된 배터리 CTV(Cell to Vehicle) 구조도 도입해 재료비를 절감하고, 열전달 성능은 최대 45%가량 개선한다는 목표다.
한편, 현대차는 대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아이오닉 9'를 오는 21일 열리는 미국 'LA 모터쇼'에서 공개한다. 이 자리에서 장재훈 사장은 향후 미국 내 전기차 대응 전략을 설명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