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공=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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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으로 자동차 산업 전반에 불확실성이 커졌다. 친환경차 관련 규정 및 전기차 지원 혜택은 대폭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은 현재 세액 공제 또는 전기차 보조금에 판매를 의존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인 미국 전기차 판매 둔화가 예고됨에 따라 글로벌 전동화 전환 속도는 더욱 늦춰질 전망이다.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지난 5일(현지시각) 제47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앞서 제45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돼 당시 전 세계에 적지 않은 충격을 줬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을 위대하게'를 핵심 문구로 내걸며 자국우선주의 정책을 펼쳤다. 그러나 대통령 임기 마지막에 각종 스캔들 및 법정 싸움에 휘말리며 조바이든 대통령에게 패배, 재임에 실패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외치며 제47대 대통령 선거에 재도전했다. 바이든 대통령 대타로 나선 카머라 해리스 부통령과 맞대결을 펼쳤는데, 최대 승부처인 7대 경합주에서 사실상 전승하며 손쉽게 백악관 복귀를 확정 지었다.

그는 "여러분의 제45대, 그리고 제47대 대통령으로 당선되는 영광을 누리게 해준 미국민에 감사하고 싶다"면서 "우리는 우리나라가 치유되도록 도울 것이다. 국경을 고칠 것이며 우리나라에 대한 모든 것을 고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는 미국 국민을 위한 장대한 승리이며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 수 있게 해줄 것"이라며 "미국의 진정한 황금기가 도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백악관으로 복귀하면 집권 1기 당시 추진하던 '자국 우선주의' 정책을 다시 실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집권 당시 자국민들의 일자리와 지갑을 지키겠다며 각종 환경 규제를 없애고, 무역 장벽을 높였다. 

반면, 바이든 정부는 친환경 관련 세제 혜택을 강화했다. 트럼프 정부와 정반대 정책을 펼친 것.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대표 사례다. 바이든 정부는 자국 내에서 생산·제조된 친환경 제품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규정을 마련했다. 이에 각종 산업이 미국 현지에 공장을 짓기 시작했다.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가 IRA 대응 대표 사례다.

트럼프 2기는 반(反)바이든 정책을 펼칠 것이 확실시 된다. 특히 그는 친환경 정책에 대한 반감을 드러내 왔다. 화석 연료보다 값싸고, 안정적인 에너지는 없다는 주장이다. 

또한, IRA은 신종 녹색 사기라며, 친환경 관련 각종 세제 혜택을 불필요한 지출이라고 꼬집었다. 공화당을 지지한 일부 지역이 IRA 혜택을 보고 있어 폐지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하지만 IRA 관련 혜택을 축소할 가능성은 높다.

이에 따라 트럼프 정권은 ▲파리 기후협약 재탈퇴 ▲IRA 세액 공제 혜택 축소 ▲전기차 의무화 및 자동차 탄소 배출량 감축정책 폐지 등의 정책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미국 내 전기차 전환 속도가 늦춰질 것이라고 확언한다. 현재 전기차 판매는 세액 공제와 전기차 보조금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과 일부 전기차 브랜드를 제외한 전기차 가격은 내연기관차보다 비싸다. 이 때문에 각 브랜드는 전기차 보조금 또는 자사 인센티브를 활용해야 내연기관차 수준으로 차를 판매할 수 있다. 보조금이 축소되면 당분간 전기차 가격이 내연차보다 비쌀 수밖에 없다. 

게다가 트럼프 정부가 탄소 배출량 감축 정책을 폐지한다면, 미국 내 전기차 구매 이점이 줄어든다. 비싸고 내연기관차보다 주행 거리도 짧은 데다가, 충전 인프라도 부족한 전기차를 살 이유가 없다는 설명이다.

결국, 글로벌 전기차 전환 속도는 더욱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 유럽 또한 전기차 전환 과정에서 비용 등 문제로 이미 골머리를 앓고 있기 때문이다. 

전동화 전환을 선언한 독일 대표 브랜드 폭스바겐이 대표 예시다. 폭스바겐은 현재 독일 공장 폐쇄를 고려하고 있다. 전동화 전환을 위한 투자가 시급하나, 비용을 마련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다. 특히 독일의 인건비는 유럽 평균보다도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폭스바겐의 전동화 전환 걸림돌로 작용했다.

이로써 글로벌 전기차 수요 둔화는 확실해졌다. 전동화 전환 압박에 경영난을 호소하던 레거시 자동차 기업들은 한시름을 덜게 된 것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재집권이 전기차 전환 시기를 늦추는 것일 뿐, 전기차로의 전환은 피할 수 없는 숙명임을 강조한다. 그러므로, 현재를 기회로 삼아 전기차 원가를 낮추기 위한 연구개발 및 투자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는 보고서를 통해 "장기적으로 전기차 전환은 불가피한 추세"라며 "전기차 시장의 성장 정체기에 기술 개발에 집중해 소비자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고 수요를 창출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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