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글로벌매크로팀장.
▶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글로벌매크로팀장.

지난 5일 열렸던 미국 대선 결과는 예상과는 달랐다. 전혀 박빙이 아니었다. 2017년 이후 다시 Red Sweep, 즉 미국 공화당이 대통령과 함께 상원과 하원을 모두 장악하게 됐다. 진보언론들이 주도하는 여론조사 결과와는 달리, 평범한 미국인들은 지난 4년간 바이든 정부 정책에 대해 만족하지 못했다는 반증이다.

국내 금융시장에 호재는 아니다. 하지만 점차 안정을 찾아갈 가능성이 높다. 금융시장은 이미 2017~2020년 한 번 겪어보았다. 미국 경제와 금융시장이 나쁘지 않다면 국내 금융시장에 미치는 부정적 여파도 제한적일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이번 미국 대선 선거로 예상되는 경제적 변화는 무엇일까?

가장 먼저 바뀔 수 있는 것은 이민 정책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실시한 난민보호 프로그램 등이 중단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코로나19 이후 미국에서는 이민자들이 꽤 유입됐다. 고용시장도 좋았다. 그러나 이제 코로나19 이전에 기록하던 연간 100만명 수준에서 75만 정도로 감소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신규 일자리 수가 극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은 낮다.

그 다음으로 나타날 변화는 관세다. 2018~19년 관세인상은 수입업체들이 부담을 감내했다.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았다(연간 0.2~0.3%p). 대신 경기가 둔화됐다. 트럼프 정부는 규제 완화로 경기 둔화 압력을 어느 정도 상쇄할 것으로 보인다. 즉, 관세로 미국 경제가 심각하게 다칠 일은 많지 않다.

반면 미국 이외 국가들은 대미 수출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졌다. 트럼프 당선 이전에도 미국보다 성장률이 낮았던 국가들은 내수를 적극적으로 부양할 것으로 예상된다. 예컨대 ECB는 금리인하 속도를 좀더 낼 것으로 보인다. 중국도 투자자들이 흥분할 정도는 아니더라도, 부양 기조를 이어갈 수밖에 없다.

세 번째로 나타날 수 있는 변화는 통화정책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선거 공약과정에서 파월의장과 연준 정책에 대해 비판적이었다. 16개월 정도 남은 파월 연준의장의 거취(2026년 5월 임기 만료)에 빨간 불이 켜졌다. 트럼프 당선인은 금리인하를 주장하고 있지만, 2025년 미국 연준은 매우 느리게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 내년 상반기에 금리인하 국면이 마무리될 수도 있다. 최근 4% 중반대까지 치솟은 미국 10년 국채금리가 이를 반영한다.

이러한 변화가 금융시장에 주는 시사점은 다음과 같다. 

우선 미국 증시의 강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과거 미국 대선 이후 연말까지 S&P500은 4% 가량 올랐다. 선거에 따른 불확실성이 완화되었기 때문이다. 미국 대선 직후 S&P500은 하루 만에 2.5%가 올랐다. 추가 상승이 예상되나, 금리 부담도 높다. 연말까지 미국 주식시장은 완만한 상승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음으로는 미국 증시 내 주도 업종이 바뀔 가능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트럼프의 감세 기대가 반영된다고 보면 대형주보다 중소형주, 즉, S&P500에서 7개 빅테크 기업들을 제외한 나머지 기업들이 좀더 유망할 것이다. 여기에 다국적기업보다 미국 내수기업, 그리고 금융 등이 강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국내 증시는 미국과는 사뭇 다른 형태가 될 것이다.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로 보다 국내 수출업체들의 여건은 좀더 치열해질 것이다. 그래도 미국 Reshoring, 즉 미국 제조업 부흥이라는 공약과 함께 갈 수 있는 업종이 있다. 발전, 전력, 조선 등이 그것이다. 메모리 반도체와 배터리 등 산업도 미국의 규제로 중국과의 경쟁에서는 자유로울 수 있다. 또한 수출주를 제외하면 주변국과 경쟁을 피할 수 있는 내수주(통신, 필수소비, 은행)가 상대적으로 나은 대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당선이 국내 주식시장에 대단한 호재가 될 가능성은 낮다. 미국 금리가 높고, 달러가 강하면 그만큼 외국인 투자가들의 자금은 국내로 유입될 가능성이 희박하다. 하지만 트럼프 당선 이후 충격은 점차 진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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