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 지수가 출발 두 달도 채 안돼 관제펀드로 리모델링한다. 

밸류업 지수가 크게 하락하는 상황에서 정부 주도로 2000억원 규모의 정책 펀드가 조성될 예정이다. 시장은 이미 역대정권의 관제펀드 실패사례가 이번에도 재현될까 우려한다.

19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 주도로 '기업 밸류업펀드(가칭)' 조성 방안 논의를 시작했다. 

금융투자협회·한국증권금융·한국예탁결제원·코스콤 등 5개 기관이 1000억원 규모로 모펀드를 조성하고 민간에서도 같은 금액을 출자받는 방식의 펀드다.

9월 30일 출범한 코리아 밸류업 지수가 선정 과정부터 논란을 지피며 비난을 받는 상황에서 급하게 '밸류업 지수 리밸런싱'이나 '밸류업 펀드 2000억원 투입' 같은 인위적 대안이 나온 셈이다.

9월 30일 992.13으로 출발한 밸류업 지수는 전일(18일) 963.30으로 마감했다. 

50여일 만에 2.9% 하락한 것으로, 한때 1020선을 넘기도 했지만 미 대선 결과 이후 한국 증시 급락과 함께 밸류업 지수도 크게 하락했다.

그러나 밸류업 지수 하락을 단순히 미국 발 악재 영향만으로 원인을 돌리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이미 코리아 밸류업 지수는 출범 이전부터 우려가 많았다.

내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한 조치였지만 오히려 저평가된 고배당 종목이 대거 빠졌고 주주환원에 인색한 기업이 다수 편입되면서 논란이 큰 상황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급하게 발표된 2000억원 규모의 밸류업 펀드는 결국 관제펀드라는 인식을 시장에 심고 있다.

거래소 관계자는 정부가 아닌 거래소가 주도하는 펀드라고 선을 그었지만 기업들의 특수성에 대한 고민이 없었고, 시장의 공감대를 얻기 전 일방적으로 추진한 밸류업지수가 초반부터 흔들리자 급하게 당국 주도로 투자를 바꾼 기색이 역력하다는 평가다.

그동안 한국 자본시장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부 정책 기조를 반영한 금융상품을 만들어냈다.

노무현정부 당시는 선박펀드가 유행했고, 이명박정부는 유전펀드, 박근혜정부의 통일펀드, 문재인정부에서는 뉴딜펀드를 앞세워 시장에 강력한 마케팅 드라이브를 걸었다. 

반면 이들 펀드의 수익률은 모두 기대치를 밑돌았고, 정권 교체 이후 사장됐다.

증권가는 밸류업 펀드 역시 출발부터 역대 관제펀드의 탄생과 실패 사례를 답습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펀드를 운용할 전문 인력은 물론 철학을 제대로 이해하는 전문가들이 얼마나 될 것이냐는 의문을 제기한다.

업계 관계자는 "역대 정부가 근본적인 한국 증시와 경제의 기초체력 향상을 신경쓰기 보다 단기간 증시 부양만을 추구하기 때문에 관제펀드가 계속 나오는 것"이라며 "정권이 바뀔 때마다 관제 정책 효과가 크게 줄어드는데 현 정부 임기가 이미 반환점을 돈 시점에서 나온 관제펀드가 얼마나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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