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름 낀 여의도 증권가 전경.ⓒ연합
▶ 구름 낀 여의도 증권가 전경.ⓒ연합

한국 증시 저평가(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밸류업 프로그램이 올해 내내 이어지고 있지만 증권가는 현행대로면 한국 증시의 근본적 체질 개선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최근 코리아 밸류업 지수를 내달 특별 리밸런싱을 진행하겠다고 발표했다. 코리아 밸류업 지수는 지난 9월 24일 처음 공개돼 같은달 30일부터 실시간으로 데이터가 제공되고 있다. 지수가 최초 공개된 지 2개월도 지나지 않아서 벌써 특별 편입에 나선 셈이다.

최근 기업가치 제고 계획 공시 기업이 늘어남에 따라 밸류업 지수에도 해당 기업 중 일부를 포함시켜 적극적으로 밸류업 공시를 독려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하지만 정기 변경 전 편출도 없고 특별 편입을 실시한다는 점에서 밸류업 지수에 대한 신뢰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비판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밸류업 ETF에 포함되지 않더라도 기업가치 제고 계획 등을 실시해 밸류업에 나서고 있는 기업들에 투자하는 2000억원 규모의 밸류업 펀드 조성하고 추후 3000억원 규모의 2차 펀드 조성도 추진하면서 밸류업에 대한 시장의 관심을 꾸준히 이끌어내기 위한 노력도 이어지고 있지만 현장의 반응은 냉랭하기만 하다.

실제로 코리아 밸류업 지수를 활용한 밸류업 ETF의 거래를 보면 시장에서 큰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10일 평균 거래대금 상위 50개 종목 중 밸류업 ETF는 17위 TIGER 코리아밸류업 ETF(330억원), 37위 KODEX 코리아밸류업 ETF(116억원)이 전부다.

증권업계에서는 밸류업 ETF, 펀드 등이 일부 증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는 있겠지만 근본적인 증시 레벨업에는 한계가 있는 정책이라고 꼬집었다. 결국 기업들의 참여가 중요한데 기업들의 관심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글로벌 주식시장 대비 한국 주식시장의 약세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데 어찌보면 당연한 상황”이라며 “물적분할, 유상증자 등 국내에 주식이 계속 늘어나고 있는데 수요는 제한적인데 공급만 늘면 결국 가격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결국 밸류업하려면 대주주가 자기 의결권도 제한하고, 주식수도 줄이고 이러면서 자기 살을 도려내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다”며 “상법 개정으로 강제성이 있어야 기업들도 결국 따라가고 밸류업 분위기가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에서는 기업들의 참여를 위해서는 인센티브가 보다 강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또 다른 증권사 PB는 “법인 고객들을 만나 봐도 밸류업에 대해 잘 모르고 그다지 관심도 없다”며 “너무 높은 상속세나 배당 정책 이런 부분들이 좀 혁신적으로 개선돼야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배당도 할텐데 그런 부분들이 없다보니 일본 밸류업 정책과 같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밸류업 정책은 단기간에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 아니긴 하지만 미국이나 일본과 대주주 형태가 다르기 때문에 국내 상황에 맞는 정책도 뒷받침 돼야 한다”며 “정부와 국회에서도 적극적으로 밸류업에 의지를 보이고 있는 만큼 추가적인 정책, 법제화로 밸류업 효과가 나타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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