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삼호 영암 사업장. [제공=HD현대삼호]](https://cdn.ebn.co.kr/news/photo/202411/1643548_654950_2656.jpg)
[영암=이혜미 기자] HD현대삼호는 국내 대형 조선사들 가운데 타사들이 감히 넘볼 수 없는 독보적인 이익률을 자랑한다. 올해 1분기 영업이익률은 10.9%로, 경쟁사는 물론 그룹 내 형제사들조차 따라갈 수 없는 이익수준을 기록했다. 지난 3분기 영업이익률도 10.8%를 달성해 일회성이 아닌 안정화 기조를 잇고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례적일만큼 높은 이익률의 비결로 HD현대삼호의 압도적인 생산 효율을 꼽는다. 고부가가치 선박 위주의 선별 수주와 결합된 높은 생산성이 이익 수준의 격차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1992년 영암에 터를 잡아 세워진 HD현대삼호는 국내 대형 조선사들 중에서도 가장 젊은 야드다. 넓고 잘 정비된 도로와 선박 생산에 최적화된 작업 동선과 도크 배치로 유리한 시작을 맞았다. 그러나 단순히 그 점으로는 HD현대삼호의 우월한 생산효율을 설명하기에 부족하다.
HD현대삼호는 인력수급이 절실한 가운데서도 국내 조선사 생산효율 정점에 있다. 독자적인 육상건조 기술을 필두로 인공지능(AI)와 사물인터넷(IoT), 로보틱스 등의 기술을 활용해 생산을 최적화·자동화하며 효율성을 차별화했다는 평가다.
지난 15일 찾은 HD현대삼호의 야드는 거대한 골리앗 크레인 아래 빈자리 없이 가득찬 독(Dock)에서 선박 조립이 분주한 모습이었다. 메가블럭을 옮기는 운반차가 바쁘게 오가고 용접 소음이 가득한 야드 현장을 보니 K-조선 산업이 맞이한 초호황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순간이다.
가장 먼저 도착한 육상건조장에는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이 선체를 세우고 몸집을 키워나가고 있었다. 육상건조공법은 전통적인 도크(선박을 건조하기 위해 움푹 파인 모양으로 만든 시설) 방식과는 달리 대규모 도크 건설 투자 없이 평평한 땅 위에서 배를 짓는다. 2000년대 후반 발주 호황 당시 수주물량이 대량으로 밀려들면서 여러 조선사에서 도입했다.
이후 경쟁사들은 낮은 효율을 이유로 육상 작업장을 닫았지만 HD현대삼호는 지난 2008년 건조장을 완공한 뒤 관련 기술을 지속 발전시켜왔다. 현재는 LNG 전문 작업장으로 쓰이며 전체 매출의 40%를 담당하는 메인 작업장이 됐다. 육상건조의 장점은 키우고 생산공정 효율화를 꾸준히 진행하면서 드라이도크 수준의 생산성을 끌어올렸다고 회사측은 자부한다.
최근에는 LNG운반선 수주가 몰리면서 기존 연간 8척의 생산능력을 10척까지 늘렸다. 육상 건조장과 플로팅 도크로 연결되는 하나의 도크에서 한달에 한 척꼴로 대형 LNG운반선이 조립되는 것. 9월 말 기준 LNG선 수주잔고는 42척에 달한다. 올해도 6척을 새로이 주문받았다.
![HD현대삼호의 플로팅도크 모습. [제공=HD현대삼호]](https://cdn.ebn.co.kr/news/photo/202411/1643548_654952_3119.jpg)
조립 대기 중인 선박블록은 쉼없이 용접과정을 거쳐 하나의 선박으로 형체를 갖춰간다. 삼호의 육상건조장에서는 바다를 향해 앞뒤로 놓인 두 척이 동시에 건조되는데, 기존 선박블록을 스무개 이상 합친 초대형 ‘테라블록’을 활용해 금세 선체를 완성한다. 테라블록을 육상 제작해 횡으로 놓인 임시 선로를 통해 건조장으로 옮기는 방식은 삼호에서 처음 시도했다. 이는 공정 단축과 생산 속도 향상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올해는 LNG운반선을 비롯한 친환경 선박의 건조능력을 대대적으로 확충했다. 지난 7월 준공한 제2 돌핀 안벽이 핵심이다. 총연장 530m 규모의 새로운 돌핀안벽에는 대형 크레인 2기가 장착된 안벽 좌우로 대형 컨테이너선들이 나란히 접안돼 의장 작업이 분주히 이뤄지고 있었다.
LNG운반선은 선박 조립 후 안벽에서 이뤄지는 의장 작업 기간이 매우 길다. LNG선 주문이 많은 대형 조선소들의 경우 공정 상 병목 현상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지점이다. 제2 돌핀 안벽이 더해지면서 HD현대삼호의 안벽 길이는 총 3.6km로 늘고 동시에 접안 가능한 선박은 기존 14척에서 18척으로 확대됐다.
![HD현대삼호 도크에서 선박 건조작업이 진행 중인 모습. [제공=HD현대삼호]](https://cdn.ebn.co.kr/news/photo/202411/1643548_654951_300.jpg)
스마트·자동화 기술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HD현대삼호는 부족한 숙련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해법으로 로봇 기술을 선제적으로 적용해왔다. 현재 판넬공장 등에서 협동로봇 60여대를 현장에 적용하고 있다.
HD현대삼호 관계자는 “개별 용접 시간은 사람이 실시하는 것이 더 빠른 것처럼 보이지만, 하루 작업량은 로봇이 더 많다. 로봇은 집중도 저하 및 피로도를 느끼지 않기 때문”이라며 “협동 로봇의 능률 효과가 증명된 만큼 향후 추가로 도입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지난 2022년 개소한 자동화혁신센터는 비숙련공 기반의 생산시스템을 구축해 인력 수급의 어려움을 근본적으로 극복하는데 집중한다. 그룹 미래기술연구원에서 개발된 생산 기술과 상용 기술을 빠르게 도입하고 현업 근로자의 니즈에 맞는 장비 개발과 현장 기술지원에 무게를 두고 있다.
회사측은 “혁신센터는 자동화 생산기술 및 상용 기술을 빠르게 도입해 현장에 안착시킴으로써 미래 기술과 산업 현장간 핵심 연결고리 역할을 한다”면서 “이를 통해 보다 쉽고 안전한 작업장을 만들어나가는데 일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급격히 늘어난 외국인 노동자들과 소통 문제도 생산성과 직결된다. 삼호 야드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는 3400여명, 전체 근로자의 30% 비중을 차지한다. 베트남, 네팔, 우즈베키스탄, 스리랑카 등 다국적의 근로자들에 정확한 업무 지시를 내리기 위해서는 원활한 의사소통이 중요한 문제다.
이에 HD현대는 AI 기술을 활용한 자체 번역프로그램을 내놨다. 현장 및 국가 표준 조선 용어 1만3000개와 선박 건조 과정에서 사용되는 4200개의 작업 지시 문장을 수집하여 대규모 언어 모델(LLM)에 학습시켜 번역하도록 했다. 지난 7월 'AI 에이전트’가 가장 먼저 영암 야드에 적용돼 외국인 근로자들에 긍정적인 반응을 끌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