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중국 시안 낸드플래시 생산 공장 [제공=삼성전자]
삼성전자 중국 시안 낸드플래시 생산 공장 [제공=삼성전자]

트럼프 2기가 도래한 가운데 미국 바이든 정부가 대중국 메모리 반도체 기술 발전 방지를 위한 새규제를 도입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내 기업에 끼칠 파장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특히 최근 중국의 메모리 기업들이 고대역폭메모리(HBM) 개발을 추진 중이었지만 미국의 추가 제재로 제동이 걸릴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관련 사업에 사활을 걸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K-반도체 기업도 사업 방향성을 면밀하게 검토 중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바이든 정부는 향후 몇 주 이내 첨단 메모리 반도체 기술과 관련해 대중국 제재 조치를 발표할 전망이다. 추가 제재에는 중국에 고사양 메모리 반도체를 판매하거나 중국 반도체 제조사에 장비를 공급하는 것을 제한하는 내용이 포함될 것으로 관측된다. 여기에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규제 불확실성도 잔존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중국 의존도 줄이기에 나선 모양새다. 삼성전자는 중국 자산 줄이기에 돌입했고, SK하이닉스는 중국 매출 비중 덜어내기를 진행 중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 비유동자산의 중국 비중을 기존 8%에서 5%로 낮췄다. 상대적으로 사업적 가치가 있는 가전과 스마트폰 생산 기지를 베트남과 인도 등으로 옮겼고, 중국 내 상하이 반도체 생산법인, 시안 판매법인 등의 자산은 장비와 시설의 노후화가 진행되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의 중국 비유동자산은 꾸준히 감소하면서 2023년 1분기 15조원 에서 올해 3분기 10조원수준까지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미국 비유동자산은 15조원에서 24조원까지 증가했다.  

중국에서 운영했던 공장 수도 지속적으로 감소해, 현재는 시안 낸드플래시 공장과 쑤저우 가전 공장, 반도체 후공정 공장만을 남겼다. 생산 비중도 감소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삼성전자 낸드플래시 전체 생산량의 37%를 담당하고 있는 시안 공장의 비중 감소도 검토 중인 상황이다. 

SK하이닉스는 미국 수출이 확대되면서 중국 수출액 증대에도 불구, 중국 매출 비중이 올해 3분기 24%로 감소했다. SK하이닉스가 3분기 최대 매출고를 올린 곳은 6조원 수준의 엔비디아다. SK하이닉스의 비유동자산은 지난해 1분기 17조원 수준에서 올해 3분기 11조원까지 감소했지만, 전체 비유동자산의 약 20%를 차지할만큼 높은 수준이다. 

중국 우시 공장에서 D램 40%를 생산하는 것도 부담이다. 미국 대중국 규제에 따라 네덜란드 ASML의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첨단 장비를 들일 수 없어서다. 

그간 국내 반도체 기업은 미 상무부로부터 ‘검증된 최종 사용자(VEU)’ 자격을 받아 중국 공장에 첨단 반도체 장비를 반입할 수 있었다. 트럼프 정부에서는 해당 규제의 강도가 보다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VEU는 사전에 미국에서 승인을 받은 기업의 지정된 품목 수출을 허용하는 포괄적 허가제다. 다만, 트럼프 정권에서 VEU 자격이 해제될 경우 공정 전환에 필요한 첨단 장비 반입에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또 미국 칩스법에 따라 반도체 설비투자 정부 보조금 지급이 축소될 가능성도 있다. 일각에서는 최악의 경우 보조금 지급 철회, 보조금 지급 축소 가능성 등의 우려 섞인 시선도 제기된다. 

이에 따른 업계의 이른바 ‘중국 덜어내기’는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 정권이 바뀌면서 반도체 공급망 생태계를 미국에 집중시키기 위한 정책은 보다 강력해지고 공격적으로 변할 것”이라며 “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중국을 옥죄는 수출 규제는 보다 강화될 수밖에 없어,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중국 의존도 낮추기는 보다 확대되겠다”고 예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상황이 급변하고 있어서 상황을 면밀하게 살펴보고 있다”면서도 “중국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은 상황이라, 향후 생산 기지 운영 방향성에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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