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아파트. 연합뉴스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아파트. 연합뉴스

국내 건설사들이 부동산 불황과 사고 여파 등으로 비중을 줄이던 주택 사업에 다시 힘을 주고 있다. GS건설은 아파트 브랜드 '자이' 리브랜딩을 통해 주택사업 부활을 선언했고, 현대건설과 DL이앤씨는 '주택' 전문가를 새 수장으로 잇따라 선임했다. 한때 주택사업 철수설까지 돌았던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올해 정비사업을 거의 싹쓸이하고 있다. 내년 역시 주택 사업의 지난한 불황기가 예상되지만, 전체 사업 비중의 절반을 차지하는 '본업'을 내려 놓기란 쉽지 않은 선택이란 분석이다. 특히 미국 트럼프 정부의 재집권으로 해외 건설 불안정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국내 '주택' 사업에서 다시 승부를 보려는 움직임은 더욱 강해질 거란 분석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GS건설은 자사 아파트 브랜드 '자이(Xi)'를 출범 22년 만에 새 단장했다. 허윤홍 GS건설 대표는 18일 서울 대치동 자이 갤러리에서 열린 '자이 리이그나이트(Xi Re-ignite)' 행사에서 자이의 새로운 브랜드 정체성(BI)을 소개하며 "2002년 처음 내놨던 자이의 BI는 '특별한 지성'(eXtra Intelligent)'으로 공급자적 관점에서 자이가 중심이 되는 가치를 지향했지만 새로운 자이는 '일상이 특별해지는 경험'(eXperience Inspiration)으로 고객의 삶에 대한 섬세한 통찰력으로 일상이 특별해지는 경험을 창조한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GS건설의 자이 BI가 바뀌었다, (왼쪽부터)구 자이 BI·신 자이 BI.@GS건설
GS건설의 자이 BI가 바뀌었다, (왼쪽부터)구 자이 BI·신 자이 BI.@GS건설

GS건설의 '자이' 리브랜딩은 지난해 4월 있었던 인천 검단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사고 영향으로 추락한 브랜드 이미지 회복과 더불어 '주택 사업' 강화의 의지로 해석되고 있다. '자이'가 GS건설의 아파트를 대표하는 브랜드인 만큼 '리브랜딩'을 통해 자이, 즉 주택 사업 부활을 선언했다고 보는 것이다. 

그도 그럴게 GS건설의 자이는 해당 사고 후 이미지가 급격히 추락했다. 실제로 한국기업평판연구소 주관 아파트 브랜드 선호도 조사에 따르면 GS건설의 '자이' 선호도는 작년 말 17위로 사고 이전 3위에서 무려 14단계나 떨어졌다. 이는 G보S건설의 주택 사업 위축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했다. 사고 직전까지만 해도 국내 정비 사업장을 싹쓸이하다시피했지만, 사고 이후 수주 자체가 쉽지 않았고, 이미 시공권을 쥔 사업장에서도 시공사 교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줄을 이었다. 수주 부진으로 먹거리와 실적이 줄어든 상황에서 수천억원의 재시공 비용을 충당금으로 쌓아야 하는 터에 영업손실까지 발생했다. 주택사업이 전체 사업 비중의 80%를 차지하는 GS건설에게 자이의 추락은 곧 GS건설의 추락이나 다를 바 없었다. 

일각에선 GS건설이 '자이'를 대신할 새로은 브랜드를 내놓지 않겠냐는 관측도 나왔지만 허 대표는 다시 '자이'로 승부를 걸었다. '주택 사업 부흥기'를 이끌던 핵심 주체였던 만큼 '자이'로 다시 주택 사업을 부활시키겠다는 의미란 해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자이'는 GS건설 주택 사업의 핵심"이라며 "'자이'의 리브랜딩은 회사와 브랜드 이미지 회복은 물론 주택 사업에 더욱 힘주겠다는 의지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한우 현대건설 신임 대표이사
이한우 현대건설 신임 대표이사

'주택 사업' 강화 움직임은 비단 GS건설만이 아니다. 올해 대형 건설사 사장단 인사에서 주택 사업 강화 기조는 더욱 뚜렷히 감지된다. 이전까지 '재무통'이나 '전략통' 출신들을 새 수장으로 앉힌 전례와 달리 올해 건설사들은 '주택사업 전문가' 출신들을 잇따라 새 사장에 선임하고 있다. 현대건설과 DL이앤씨가 그렇다. 현대건설은 최근 30년 '주택통' 이현우 주택사업본부장을 신임 대표로 선임했다.  DL이앤씨 역시 지난 8월 '40년 정비사업 전문가' 박상신 대표를 일찌감치 새 수장으로 올려놨다. 결국 건설사 본업 중에서도 핵심인 '주택'사업에 집중하겠다는 뜻으로 읽혀진다 .실제 DL이앤씨는 박상신 대표 체제 이후 굵직한 정비사업장 시공권을 잇따라 따내며 '이름값'을 톡톡히 과시하고 있다. 

선별수주와 수의계약만 추진하던 삼성물산 건설부문(이하 삼성물산)도 최근 정비사업장에서 보기 드문 '수주전'을 부활시킬 만큼 주택사업에 진심을 다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지난 2015년~2019년까지 국내 도시 정비사업에서 거의 자취를 감췄다. 부동산 불황의 시기를 피할 필요가 있었던 데다 그룹사 물량으로 충분히 먹고 살만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삼성전자 등 계열사 실적이 나빠지면서 그룹 일감을 가져오기 어려운 사정이 됐고, 수주 곳간이 빠르게 줄어들자 다시 주택 사업에 올인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11년째 시공능력평가 1위 자리에 올라 있는 삼성물산은 수주잔고 23조 5870억원으로 2위 현대건설의 4분의1에 불과하다. 

시장은 내년 역시 건설 부동산 시장의 불황, 공사비 인상 및 분양가 상승 기조가 이어지면거 건설사들의 수익성 압박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럼에도 '주택 사업'에 더 무게를 두는 건 탈(脫)건설을 위해 추진한 신사업 등에서 이렇다 할 실적을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트럼프 정부의 재집권으로 해외 건설 역시 변동성이 커졌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국내 건설사들이 다양한 국가들을 대상으로 사업 기반을 잘 다져 놓기는 했지만, '미국 중심'의 트럼프 행정부의 재등장으로 해외 사업 변동성이 커졌다며 "결국 내수 시장에서 자신들의 강점이자 본업인 주택 사업에서 승부를 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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