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망보험금 신탁 시장이 은행권이 참전하면서 격전지가 되고 있다.
본격적인 금리 인하기 진입으로 은행들의 비이자 이익 확보가 절실해진 가운데 수백조원에 달하는 사망보험금에 신탁이 허용되면서 은행과 보험사 간 머니무브가 예고된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에 이어 KB국민은행도 보험금청구권신탁 시장에 뛰어 들었다. 보험금청구권신탁은 보험사가 지급하는 사망보험금을 사전에 정한 방식대로 유가족에게 지급하도록 은행과 신탁 계약을 체결하는 상품이다.
생명보험사들의 사망보험금 누적 잔액은 883조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사망보험 계약자는 본인이 사망 후에 이 보험금이 제대로 쓰일지 걱정하는 경우가 많았다. 사망보험금이 클수록 이를 두고 가족간 분쟁이나 소송도 비일비재하다.
이는 사망보험 가입을 주저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보험금신탁상품을 가입하면 언제 어떤식으로 관리할지, 누구에게 돈이 지급될지 사전에 설정할 수 있다.
이제 보험사 뿐 아니라 은행에서도 사망보험금신탁에 가입할 수 있다. KB국민은행이 'KB보험금청구권신탁'을 내놨고 KB라이프생명의 경우 KB국민은행, KB증권과 손잡고 보험금 청구권 신탁 시장 공략에 나섰다. 계열사 간 협업으로 진행되는 등 지주차원에서 신경 쓰는 상품이다.
제일 먼저 시장에 뛰어든 건 신탁시장에 강점이 있는 하나은행이다. 하나은행은 지난달 법 개정에 맞춰 사망보험금을 신탁재산으로 하는 유언대용신탁 상품을 출시했다.
우리은행은 유언대용신탁과 금전채권신탁 상품에 보험금청구권을 신탁재산으로 포함해 가입할 수 있도록 했다.
보험금청구권 신탁 시장이 시장 초기인데다가 보험사와 초기 점유율 선점 경쟁이 치열한 만큼 당장의 수익원으로 자리잡기는 어렵다. 다만 사망보험금은 금액 단위가 크고 자산관리 시장에서 입지와 점유율을 넓히 수 있다는 점에서 유용하다. 다른 자산관리 상품 영업으로도 연결할 수 있다.
특히 향후에는 사망보험금 뿐만 아니라 다른 보험금도 신탁이 가능해 질수 있는 만큼 고객 확보와 영업력을 축적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정부가 사망보험금 청구권을 신탁할 수 있도록 시행령을 개정한 것도 고령화가 심화화되고 사망보험금이 누적되면서다. 다른 보험금도 신탁 시장이 열려야 한다는 업계 안팎의 목소리가 높은 상황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권에서 비이자이익 확보가 중요해진 만큼 신탁시장에서 영업 노하우를 쌓으려 하고 있다"며 "신탁 시장인 향후 성장성이 높은 시장 중 하나"라고 말했다.